1시간 째 걷고 있다. 뜨거운 햇볕에 등이 타들어가 걸음이 점점 느려진다. 에어컨 빵빵 틀어주는 차를 타고 싶으나, 그럴 수 없다. 여긴 아프리카 케냐다.
2006년 친구는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6시간가량 떨어진 카바넷에 있었다. 카바넷에 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특수학교(에벤에셀 아카데미)가 개교했는데, 1년 동안 그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쳤다. 올 1월, 3년 6개월 만에 다시 카바넷에 가는 친구를 따라 갔다.
그간 사정이 생겨 친구가 근무했던 특수학교는 문 닫았고, 현재 에벤에셀 아카데미에는 비장애 학생들을 위한 유치원, 초등학교, 고등학교(케냐 학제는 유치원 3년, 초등학교 8년, 고등학교 4년이다)가 있다. 친구는 더이상 학교에선 만날 수 없는 제자들을 만나고 싶어 했다. 당시 함께 근무했던 현지인 보조교사(엘리마)가 몇몇 아이들 집을 알고 있다 해 엘리마를 따라 아이들 집엘 가는 길이다.
걸어 갈만하다 해서 점심 먹고 출발한 길. 가깝다던 집은 나올 생각을 안 하고 한참 뜨거울 시간이라 걷는 게 점점 힘들다. 더군다나 집을 안다던 엘리마는 정확한 집 위치가 아닌 근처를 안다해 우릴 당황하게 했다. 다행히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 첫 번째 목적지인 데이지네 도착했다.
훌쩍 커버린 데이지는 친구를 기억하는지, 못하는지 연신 싱글벙글이다. 데이지 가족과 인사한 후 데이지를 데리고 두 번째 목적지인 제보이 집으로 향했다. 마침 엘리마가 제보이 어머님과 통화를 해서 제보이 집은 쉽게 찾았다. 집에 들어서니 사람 좋아 뵈는 제보이 어머님이 웃으며 뛰어 오신다. 악수를 청하시나했는데, 일일이 껴안아 주신다.
준비 없이 당한 포옹이지만, 기분 좋다. 제보이 어머님 표정을 봤다면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인사를 마친 어머니는 마당에 서 있는 우리가 앉을 의자 마련하시느라 바쁘시다. 괜찮다는데도 기어코 인원수 맞춰 의자를 깔아 놓으신 후 친구와 얘기를 시작하셨다. 제보이는 집에서 2~3시간 떨어진 특수학교에 다닌단다. 학기 중엔 기숙사에서 지내기 때문에 제보이는 집에 없었다. 마당을 둘러보던 나는 제보이가 집에 없는 걸 안타깝게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는데, 얘기하는 줄 알았던 어머님은 그새 어디서 났는지 긴 장대를 들고 계셨다.
제보이네 마당엔 커다란 아보카도 나무가 있었다. 어머니는 들고 오신 장대로 아보카도를 따셨다. 말리고 어쩌고 할 겨를도 없이 좋은 구경한다 싶은 우리는 어머님 하시는 걸 그저 보고만 있었다. 마당에서 볼일 다 보셨는지, 우릴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가신다. 죄송해하는 내게 친구는 '이곳 분들은 손님 오는 걸 좋아해, 그냥 보내는 일이 없다' 며 들어가자 했다. 음료수 한 병과 딱딱한 빵 한 조각이었지만 먹는 물도 부족한 아프리카, 이보다 황송한
대접이 있을까 싶다.
집안을 둘러보는데 젊은 남자 사진이 액자에 걸려있다. 궁금해 물으니 제보이 아버님 젊었을 때 모습이라신다. "잘 생기셨는데요." 말 끝나기가 무섭게 어머니는 여러 장의 가족사진을 꺼내 보여 주셨다. 이건 누구고 지금 어디서 뭘 하고, 다 자란 자식들 이야기며 어머니 젊었을 때 이야기까지 한 번 시작한 이야기는 끝날 줄 모른다.
돌아갈 길이 한참이라 음료수 병을 비운 후 일어났다. 마당에 나와 사진 찍고 나서는데, 어머니는 언제 챙기셨는지 찢어지기 직전인 봉지 두 개를 들고 오신다. 봉지 안엔 아까 딴 아보카도와 감자가 한 가득이다. 별 생각 없이 빈손으로 간 게 부끄러워 "저흰 빈손으로 왔는데, 죄송해서 어째요" 했더니 우리가 온 게 어머님께 기쁨이라신다. 돌아오는 길 형편이 어려운 데이지 집에 아보카도와 감자를 떨어뜨려 놓고 왔다.
많이 가져야만 아니 적어도 내 것을 챙긴 후에만 베풀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이 먼 곳에 와서 배운다. 제자 만나러 갔다 스승 만나고 왔다.
2006년 친구는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6시간가량 떨어진 카바넷에 있었다. 카바넷에 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특수학교(에벤에셀 아카데미)가 개교했는데, 1년 동안 그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쳤다. 올 1월, 3년 6개월 만에 다시 카바넷에 가는 친구를 따라 갔다.
걸어 갈만하다 해서 점심 먹고 출발한 길. 가깝다던 집은 나올 생각을 안 하고 한참 뜨거울 시간이라 걷는 게 점점 힘들다. 더군다나 집을 안다던 엘리마는 정확한 집 위치가 아닌 근처를 안다해 우릴 당황하게 했다. 다행히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 첫 번째 목적지인 데이지네 도착했다.
▲ 싱글 벙글 데이지1시간 걸어 데이지 네 도착! ⓒ 변상화
훌쩍 커버린 데이지는 친구를 기억하는지, 못하는지 연신 싱글벙글이다. 데이지 가족과 인사한 후 데이지를 데리고 두 번째 목적지인 제보이 집으로 향했다. 마침 엘리마가 제보이 어머님과 통화를 해서 제보이 집은 쉽게 찾았다. 집에 들어서니 사람 좋아 뵈는 제보이 어머님이 웃으며 뛰어 오신다. 악수를 청하시나했는데, 일일이 껴안아 주신다.
▲ 제보이 네 가는 길걸어서 걸어서 제보이 네로 간다. ⓒ 변상화
준비 없이 당한 포옹이지만, 기분 좋다. 제보이 어머님 표정을 봤다면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인사를 마친 어머니는 마당에 서 있는 우리가 앉을 의자 마련하시느라 바쁘시다. 괜찮다는데도 기어코 인원수 맞춰 의자를 깔아 놓으신 후 친구와 얘기를 시작하셨다. 제보이는 집에서 2~3시간 떨어진 특수학교에 다닌단다. 학기 중엔 기숙사에서 지내기 때문에 제보이는 집에 없었다. 마당을 둘러보던 나는 제보이가 집에 없는 걸 안타깝게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는데, 얘기하는 줄 알았던 어머님은 그새 어디서 났는지 긴 장대를 들고 계셨다.
▲ 아보카도 따기어디서 났는지 긴 장대를 들고 오셔, 재빠르게 아보카도 따시는 어머니. ⓒ 변상화
제보이네 마당엔 커다란 아보카도 나무가 있었다. 어머니는 들고 오신 장대로 아보카도를 따셨다. 말리고 어쩌고 할 겨를도 없이 좋은 구경한다 싶은 우리는 어머님 하시는 걸 그저 보고만 있었다. 마당에서 볼일 다 보셨는지, 우릴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가신다. 죄송해하는 내게 친구는 '이곳 분들은 손님 오는 걸 좋아해, 그냥 보내는 일이 없다' 며 들어가자 했다. 음료수 한 병과 딱딱한 빵 한 조각이었지만 먹는 물도 부족한 아프리카, 이보다 황송한
대접이 있을까 싶다.
▲ 제보이 네 거실 한쪽 벽에 제보이 아버님 젊었을 때 사진 걸려있다. ⓒ 변상화
집안을 둘러보는데 젊은 남자 사진이 액자에 걸려있다. 궁금해 물으니 제보이 아버님 젊었을 때 모습이라신다. "잘 생기셨는데요." 말 끝나기가 무섭게 어머니는 여러 장의 가족사진을 꺼내 보여 주셨다. 이건 누구고 지금 어디서 뭘 하고, 다 자란 자식들 이야기며 어머니 젊었을 때 이야기까지 한 번 시작한 이야기는 끝날 줄 모른다.
돌아갈 길이 한참이라 음료수 병을 비운 후 일어났다. 마당에 나와 사진 찍고 나서는데, 어머니는 언제 챙기셨는지 찢어지기 직전인 봉지 두 개를 들고 오신다. 봉지 안엔 아까 딴 아보카도와 감자가 한 가득이다. 별 생각 없이 빈손으로 간 게 부끄러워 "저흰 빈손으로 왔는데, 죄송해서 어째요" 했더니 우리가 온 게 어머님께 기쁨이라신다. 돌아오는 길 형편이 어려운 데이지 집에 아보카도와 감자를 떨어뜨려 놓고 왔다.
많이 가져야만 아니 적어도 내 것을 챙긴 후에만 베풀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이 먼 곳에 와서 배운다. 제자 만나러 갔다 스승 만나고 왔다.
▲ 빠질 수 없는 단체사진왼쪽부터 언니, 데이지, 나, 오빠, 친구, 제보이 어머님, 엘리마 ⓒ 변상화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