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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생산-분배의 이분법적 논의를 뛰어넘어야

[서평]장하준, 정승일의 격정대화 <쾌도난마 한국 경제>를 읽고

등록|2010.03.05 15:12 수정|2010.03.05 15:12
한국 사회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좌파라고 불리는 정치 세력들은 성장과 개발을 앞세운 박정희식 독재 정치는 현재 한국 사회의 커다란 병폐를 만든 주범이라고 주장한다. 우파들은 박정희의 독재 정치가 없었다면 현재와 같이 풍요롭고 자유로운 나라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좌파 우파 모두 박정희 정권의 경제 정책과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를 하지 않고 있다. 두루뭉술 하게 좌파는 박정희의 독재 정치가 무조건 나쁘기 때문에 그가 했던 개발지상주의 경제 시스템은 무조건 틀렸다고 주장하고, 우파는 박정희의 경제 정책은 현재 한국을 탄생한 토대라며 무조건 치켜세우고 있다.

장하준, 정승일 박사는 박정희의 경제 정책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박정희가 자본주의적 경제성장에 성공했다?

▲ <쾌도난마 한국 경제-장하준, 정승일의 대화를 이종태가 엮음> ⓒ 부키

경제학자 장하준, 정승일, 월간 <말>의 이종태 이 세 사람이 모여서 <쾌도난마 한국 경제>라는 책을 썼다. 이 책은 세 사람이 모여 한국 경제에 대해 토론한 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책 내용은 1부는 한국 경제의 과거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고, 2부는 과거에 대한 평가를 통해 미래의 대안을 얘기하고 있다.

1부에서 주로 얘기 되고 있는 것은 박정희 시대의 경제에 대한 평가와 한국 사회 재벌 문제에 대한 얘기이다. 서론에서 말했듯이 장하준, 정승일 박사 모두 박정희 경제에 대해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넘어선 냉철한 평가를 하고 있다.

"저는 아까 '박정희가 경제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이를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면 '박정희가 자본주의적 경제성장에 성공했다' 혹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비교적 자립적인 자본주의 시스템을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의 주장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박정희식 경제 하면 자유로운 무역과 외국의 차관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 외국 종속 경제 체제로 알고 있다. 하지만 두 박사는 박정희 시대야말로 자본가들의 '투자, 소비, 자본의 유출'을 통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박정희는 8·3 사채 동결 조치를 통해 사유재산권마저 무시한 정권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것은 박정희의 경제 정책은 시장주의라고 볼 수 없고 국가 중심으로 자본과 재산권을 규제하는 정권이었다고 정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개방과 자유화가 경제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반문을 제시하며 박정희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를 마무리 하고 있다.

재벌 개혁이 경제 민주화인가?

한국 사회 경제를 얘기하면 빠지지 않고 언급하는 것은 재벌 문제이다. 장하준, 정승일 박사는 진보, 개혁 세력이 재벌 문제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에 있어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시민 운동 하시는 분들은 재벌 개혁을 경제 민주화의 일환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재벌 개혁은 경제 민주화와는 무관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즉 재벌은 경제 성장을 위한 시스템이었고, 그러한 경제 성장 자체는 경제 민주화와 어긋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또 재벌 개혁을 시민단체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사유재산권을 철저하게 관철시키자는 겁니다."

정승일, 장하준 박사 모두 진보 개혁 시민단체에서 하고 있는 소액주주운동, 재벌 개혁 운동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대신 국가가 거대 자본의 통제와 재벌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즉 재벌을 죽여 경제적 민주화를 이룩하자는 것이 아니라 재벌을 사회적으로 활용하여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택하자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시장주의! 대안은 사회적 대타협!

두 박사는 재벌과 박정희 경제에 대한 문제 이외에도 주주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본질, 자본과 노동의 문제, 국가주의에 대한 오해와 편견, 자유 민주주의는 성립 불가능하다는 것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결국 문제는 이익만을 남기려고 하는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 무차별적으로 자본이 이동되는 시장주의가 문제라고 저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어떤 사회적 장치 없이 자본을 시장에 내버려 둔다면 국민 경제 성장에 독이 됨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스웨덴, 핀란드 등 국가-자본-노동의 적절한 사회적 타협을 통해 경제적 성장과 국민 복지를 함께 구축한 나라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1938년 잘츠요바덴협약에서 사회주의 노동조합들이 생산수단의 국유화를 포기하는 대신 자본 측에서는 소득세를 대폭 올리는데 동의한 겁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대타협의 의미가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해결했다'는 건 아니네요. '제한을 두지 않고 타협했다'는 의미죠. 예컨대 당시 스웨덴 사회주의 세력에 입장에서 '생산수단의 국유화 포기'는 마지노선 너머에 있는 것까지 '제한을 두지 않고' 양보한 셈이었으니까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라 국가-자본-노동 모두 각자가 가진 입장을 양보하는 것이 사회적 대타협의 핵심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장하준, 정승일 박사가 제시하는 대안이 현재 한국 사회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의문스러운 점이 많이 있다. 하지만 두 박사가 지적하는 문제와 대안은 현재 좌우간의 경제 논쟁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좌파는 성장보다 분배 중심의 경제 정책이 현재 경제 위기를 극복 할 수 있는 경제 대안이라 주장하고 있고, 우파는 국가의 통제 없는 자유로운 자본의 이동을 통한 경제 성장을 해 분배를 한다면 현재의 경제 위기를 극복 할 수 있다고 한다.

장하준 정승일 박사는 이와 같은 성장과 분배로 경제를 판다하는 이분법적 논쟁을 넘어서고자 한다. 그들이 주장하는 것은 어떤 성장과 어떤 분배를 하는 경제 체제를 구축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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