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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길은 흐른다

메타세콰이아 숲길에 멈추어 서서

등록|2010.03.07 15:17 수정|2010.03.07 15:17

메타세콰이아 숲길 ⓒ 여행작가, 김정수




담양나들목에서
순창가는 24번 푸른 국도
청춘의 주소지 같은
메타세콰이아 숲길 속에서 
나는 한폭의 동화처럼 걸어가는
연인들을 따라 걷다가
그의 뒷모습을 보았다.

내가 오빠, 오빠... 하고 불러도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 채
등만 보인 채 
이내 많은 사람들과 함께 
푸른 메타세콰이아 터널 속으로
너무 쉽게 사라졌다.

그럴까. 아무리 미운 사람도 
등을 돌려가는 사람의 모습은
그 누구도 미워할 수가 없다는데
레테의 연가가 들려오는
메타세콰이아 나무 그늘 아래 오면,

그 푸르게 눈부신 날
머리에 철봉을 맞고
철철 피가 흐른 채  
쓰러진 오빠를 짚차에
누군가 태워 급히 사라지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 없는 풍문에 그만
번번이 길은 주저 앉아 버리고,
메타세콰이아 긴 나무 그림자는 
저 혼자 길을 넘어
슬픔처럼 길게 흐른다 

그럴까. 한 그루 옹이 뿐인 사랑
병든 한 그루 나무 같은 사람도
한 그루 상처투성이 뿐인 역사도,
푸른 하늘 향해 두팔을 벌리고
무릎을 끓고 눈을 감은 자세로 
묵상 기도 중… 
메타세콰이아 푸르른
하늘빛 그늘 아래 서면,

아픔 절망 고통 인내 회한… 십자가를 
잠시 내려 놓고 많은 사람들
강물처럼 고요한 길이 되어 흐른다.

메타세콰이아 야윈 나무 그림자
저 혼자 길을 넘어 길게 흐르는
순창 가는 24번 국도에서…

세상도 흐른다 쉼 없이 따라오는
내 그리움도 굽이 굽이
세월의 나이테를 따라 흐른다 …
흐르다가 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보다 흐른다…
덧붙이는 글 메타세콰이아가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이유는 중생대 후기부터 신생대에 이르기까지 이 나무의 화석이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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