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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운하 주변 주민들 '뿔났다'

'득보다 실' 걱정 확산... 찬성 주민도 등 돌려

등록|2010.03.06 20:55 수정|2010.03.06 20:55

▲ 지난해 1월 한국수자원공사가 경인운하건설단 현판식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경인운하건설단 정문 앞에서 '경인운하백지화 수도권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경인운하가 환경을 파괴하고 경제성이 없다며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 부평신문 자료사진



"굴포천(방수로) 주변이 여름에 침수돼 피해도 많았고, 운하가 되면 그린벨트도 일부 풀리고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20년 동안 경인운하를 해야 한다며 집회장도 가고 서명도 받았는데 이제는 참을 수 없다. 경인운하사업을 당장 중단하든지 경인운하와 연계한 지역 발전 계획을 당장 반영하라."

경인운하사업을 20년 가까이 찬성하면서 찬성운동을 벌이기도 했던 계양1동 통장단협의회장은 정부에서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경인운하(=경인아라뱃길)사업에 이와 같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계양1동 통장단협의회장처럼 경인운하사업을 찬성했던 경인운하 주변 주민들이 대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7일 '경인아라뱃길 계양주민피해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주관으로 1차 궐기대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환경 피해를 우려해 반대 목소리를 냈던 환경단체들보다 경인운하 개발에 찬성 의견을 보였던 이들이 반대 목소리를 높여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비대위 관계자는 국정원과 경찰 등에서 궐기대회를 파악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고, 청와대에서도 관심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경인운하 사업이 4대강 사업과 경부운하의 시범이 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초 경인운하는 굴포천방수로 사업으로 추진됐다. 경기도 부천시의 중동-상동 일대와 서울시 강서지역, 인천시 부평구 부개지역과 계양구 계산택지 등 농지를 택지로 개발해 장마 때마다 홍수 조절기능을 담당했던 논 습지의 기능이 상실됐다. 이로 인해 개발되지 않은 굴포천 유역이 그 피해를 모두 떠안게 돼 이를 예방하기 위해 굴포천방수로 사업이 추진됐으며. 그 연장선에서 경인운하사업도 추진됐다.

10년 이상의 경인운하 찬반 논란 속에서 주변 주민들은 각종 규제에 의한 재산권 침해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경인운하를 찬성했다. 하지만 내년 말 준공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경인운하 공사로 인해 막대한 피해가 예상돼 민원이 들끓고 있다.

각종 교각, 교통 불편 초래... "주거환경 악화"

민원의 핵심은 주운수로의 남과 북을 잇는 귤현교ㆍ상야교ㆍ백석교 등 각종 교각이다. 계양구에 추진되는 귤현교는 인천지하철 1호선 귤현역에서 장기동 인혜학교까지 990m가 교각으로 길게 이어지는 탓에 교각 중간 지점에 있는 계양역이나 계양중학교의 접근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유턴하거나 인근 다남교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규모 주거지인 장기지구 주민들의 교통 불편과 상권악화를 초래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한국수자원공사에 램프(=ramp: 입체 교차하는 두 개의 도로를 연결하는 도로의 경사진 부분)를 설치해 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기술적 한계와 사업비 상승 우려가 높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는 경인운하로 인해 집값 상승이나 주거환경 개선 등을 기대했던 주민들에겐 날벼락이나 마찬가지다.

벌말(=계양구 평동․하야동 일대)에도 상야교(330m)가 건립되지만 농로를 이용하는 데 저해가 되고 있다. 제조업이 몰려들면서 주거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이 같은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에 주민들은 이주단지 건립을 요구하고 있지만, 수공은 이주단지 건립이 경인운하사업에 포함되지 않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민들은 바닷물 유입에 따른 지하수 오염과 농경지 영구 피해를 걱정하고 일방적인 공사 강행으로 인한 각종 소음과 먼지, 교통사고 위험 등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비대위 "피해대책 수립 후 공사 추진" 촉구

비대위는 5일 "지역발전 염원을 악용해 정치적 목적과 일부 사업자들의 잇속만 챙기려는 술수에 지나지 않았음을 역설하는 것으로, 공사 중단을 통해 먼저 피해대책을 수립하지 않는다면, 사업 추진을 단계적으로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주민들의 요구와 예상된 피해에 대한 대책 수립을 정부와 사업자 측에 충분히 전달하는 체계가 없었고, 운영되는 민관협의체(=경인운하지역협의회)에 주민들의 대표성 있는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계양지역의 경인운하 추진에 관련한 주민 대표성의 모든 채널을 비대위로 일원화하라"고 요구했다.

비대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계양1동 통장협의회장은 <부평신문>과 한 전화 인터뷰를 통해 "홍수 피해 등으로 인해 20년 동안 경인운하 찬성 입장으로 쫓아다녔는데, 당초 경인운하주식회사가 우리에게 설명했던 개발 계획의 상당 부분이 진행되지 않아 주민들이 피해가 막대하다"며 "교통 대란을 막기 위해 다리도 신설하고 도로도 확장한다고 설명해 그런 줄 알았는데, 그런 것 없이 공사가 24시간 강행돼 주민들의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이한구 전 인천의제21 사무총장은 "주민들이 경인운하 개발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찬성 입장을 보였으나, 정부가 교통 대란 등에 대한 대책 없이 공사를 24시간 강행하면서 피해가 속출하자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계양을 비롯해 서구에서도 주민대책위가 구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며, "경찰과 국정원 등에서 주민 동정을 파악하는 데 열을 올린다"며 "주민 참여는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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