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파리에서, 한국 밥상을 대접받을 줄이야!

[유러피언 드림, 그 현장을 가다 16] 우리를 놀라게 한 파리 교민들의 취재응원

등록|2010.03.09 15:16 수정|2010.03.11 17:24
<오마이뉴스>는 창간 10주년기념 특별기획으로 '유러피언 드림, 그 현장을 가다'를 연중 연재한다. 그 첫번째로, 시민기자와 상근기자로 구성된 유러피언 드림 특별취재팀은 '프랑스는 어떻게 저출산 위기를 극복했나'를 현지취재, 30여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말]
취재정리 : 김영숙 시민기자
공동취재 : 오마이뉴스 <유러피언드림:프랑스편> 특별취재팀

▲ 파리외곽 빌레쥬(Villejuif) 지구에서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김자영씨가 1일 오마이뉴스의 <유러피언드림:프랑스편> 특별취재팀을 집으로 초대해, 이번 저출산 기획에 참여한 워킹맘 김영숙 시민기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프랑스에 사는 두 아이 엄마예요. 여기까지 와서 고생하시는데 밥 한 끼 대접하고 싶네요.'

파리의 숙소에서 노트북을 열어보니 내 쪽지함에 그런 편지가 도착해 있었다. 오마이뉴스의 <유러피언드림: 프랑스편> 특별취재팀에 일반인 자격으로 참여한 내가, 시민기자가 되어 첫 기사를 쓰고, 그것이 <오마이뉴스> 머리기사로 배치된 것을 신기하게 여기고 있었는데, 파리 교민으로부터 인터넷 인사까지 받으니 얼떨떨하면서도 반가웠다.

전화를 하고, 3월 1일 월요일 저녁으로 약속을 잡았다. 독자 김자영씨의 집은 파리 외곽 빌쥐프(Villejuif)에 있는 한 아파트였다. 현관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웬 한국 남자아이가 쓱 하니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제대로 찾아올지 우려하던 김자영씨가 큰아이를 내려 보낸 것.

집에 들어서자 거실 한복판에 놓여진 둥그런 한국식 밥상이 눈에 제일 먼저 띄었다. 아홉 살, 네 살인 두 아들을 둔 김자영씨는 2004년경 서울에 있을 때부터 <오마이뉴스>를 즐겨봤다고 한다. 지난 2009년 9월 프랑스에 온 후로도 거의 매일 본다고.

"서울에 있을 때부터 독자로서 (10만인클럽 유료독자회원) 후원을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했어요. 여기에 와서 취재중인 것을 보고, 기획의도도 마음에 들고 해서 반찬은 없지만 식사 한 끼 대접해 드리고 싶었어요."

김자영씨는 오마이뉴스의 <유러피언드림: 프랑스편> 기획의도가 "시의적절하고 좋아 보였다"고 했다. 남편이 목회를 막 시작했기 때문에 수입면에서만 보면 넉넉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는 그는 "우리 형편에 아이 키우기가 이만한 것이 어디인가" 여기고 있던 참이었단다. 그는 "우리나라가 미국 편향적이어서 유럽의 복지 인프라에 대해 너무 모른다"고 했다.

"큰아이를 프랑스 보모한테 맡겨 봤는데, 그 과정에서 이 나라가 보모제도를 잘 운영하기 위해 얼마나 세심하게 신경 쓰는지 알고 깜짝 놀랐어요. 보모들이 아이들을 봐주면서 지치기도 하고 힘든 게 많으니까, 정부가 보모를 상대로 정기적으로 심리상담을 해주더군요."

김씨 집을 찾아간 4명의 취재팀은 그의 프랑스 사는 이야기를 들으며 정성이 가득 담긴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파리 한국식당에서 우리를 알아보는 아주머니

▲ 파리 5대학에서 프랑스의 고령화 사회와 복지정책을 공부하고 있는 유학생 손동기씨가 1일 밤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이 머물고 있는 숙소로 찾아와, 오연호 대표에게 관련자료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 남소연


특별취재팀의 기사를 보고 쪽지를 보내오는 파리의 한국인들은 그 후에도 계속됐다.

특별취재팀의 전진한 시민기자는 유학생 손동기씨로부터 쪽지를 받았다. 파리 5대학에서 프랑스의 고령화 사회와 복지정책을 공부하고 있는 그는 취재팀에 도움을 주고자 자신의 자녀와 관련해 프랑스 정부로부터 받은 각종 서류파일을 들고 우리가 머무는 호텔까지 와 주었다. 그의 전공분야는 취재 내용과 매우 밀접한 것이어서 현지 자문위원으로 동행한 김용익 서울대 의대교수와 깊이 있는 대화도 나누었다.

특별취재팀의 안소민 시민기자는 파리에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크리스틴 박씨로부터 응원의 메시지가 담긴 쪽지를 받았다. 우리 팀은 그의 갤러리를 방문해 그림을 감상하고, 옆 카페에서 그가 사준 커피를 마시면서 그의 프랑스 생활을 들었다.

충북 제천 출신의 활달한 여성인 그는 프랑스인 남편과 결혼해 아이 하나를 키우고 있었다. "인공수정을 통해 어렵게 아이를 낳았는데 모두 무료였다. 여기서는 인공수정 시도를 다섯 번까지 무료로 해 준다"는 그의 말에 서울에서 인공수정을 여러 번 시도하며 힘들어 하던 지인이 생각났다.

3월 2일 아침 일찍, 호텔로 찾아온 유학생도 있었다. 프랑스, 스위스, 이태리 등 유럽생활 7년째로 시앙스 포(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과정 중인 윤석준씨였다. 알고 보니 <오마이뉴스>에 몇 차례 글을 쓰기도 한, 내겐 고참인 시민기자이기도 했다. 윤씨는 "기사를 보고 이 호텔인 줄 알았고, 반갑기도 하고 꼭 전할 말이 있어서 왔다"고 했다. 그는 "이번 취재의 기획의도는 좋은데, 프랑스 시스템의 장점만 보지 말고 단점도 함께 다뤘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오연호 대표는 즉석에서 "좋은 지적이다. 관련된 분야를 전공하고 있으니, 직접 명암을 분석하는 기사를 써보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기대하시라. 독자들은 곧 '현지 전문가' 윤석준씨의 글도  보게 될 것이다.

이런 만남을 보면서 나는 이것이 바로 '모든 시민은 기자다'를 표방하고 있는 <오마이뉴스>의 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러피언드림, 그 현장을 가다>는 올해 내내 계속되는 연중기획이라고 하는데, 이 길을 걷다 보면 중간중간에 지구촌 곳곳의 독자와 시민기자들이 함께 할 수도 있겠구나, 그렇게 되면 '집단지성'이 만들어지고, 알찬 결실이 맺어질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에 가슴이 부풀었다.

취재팀은 이날 저녁 윤씨 부부와 함께 한 한인 식당을 찾았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오연호 대표가 계산하려는데 40대쯤 되어 보이는 식당 여종업원이 이렇게 물었다.

"<오마이뉴스>에서 오신 분들이죠?"
"아니 어떻게 아시죠?"
"<오마이뉴스> 통해 오늘 아침에 다 봤어요. 에펠탑 앞에서 찍은 사진도 봤구요. 그 사진에 나온 분들 맞죠?"

이렇게 다들 보고 있구나. 한편으론 흐뭇하고, 또 한편으로는 부담감이 밀려 왔다.

▲ '유러피안 드림, 그 현장을 가다' 첫번째 시리즈로 프랑스가 추진하고 있는 저출산 대책을 취재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를 찾은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이 25일 시내에서 오연호 대표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파리 현지 독자들과의 만남은 마지막 날까지 계속됐다. 최근 프랑스 생활기 <마망, 아주 사양해>(궁리출판사)를 펴낸 이화열씨.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고 서울의 지인에게 연락해 우리가 있는 곳을 알아냈다고 했다.

파리생활 15년차이고 프랑스인 남편과 결혼해 1남 1녀를 둔 그는 단행본 저자답게 프랑스의 깊은 곳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우리는 그의 파리 연애 스토리와 남편 이야기를 때론 영화의 한 장면 감상하듯, 때론 박장대소하며 파리 일정 마지막 날에 만난 것을 한탄해야 했다. 오연호 대표는 그에게도 이번 '취재 열차'에 동승할 것을 부탁했다고 하니, 아마도 독자들은 그의 글도 곧 접하게 될 것이다.

이번 취재 일정은 비행기로 오고 가는 날을 빼면 약 1주일 남짓. 파리행 비행기를 타기 20일 전부터 준비팀을 꾸려 자료 공부도 했지만, 어찌 이 짧은 기간의 취재로 프랑스 출산-육아 시스템을 알았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의 공부는 이제 다시 시작이다. 파리에서 만난 이들의 응원과 동참이 우리가 프랑스의 명암을 더 깊게, 더 제대로 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모습을 따뜻하게 보듬어주신 현지의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오마이뉴스 <유러피언드림:프랑스편> 특별취재팀 :
오연호 대표(단장), 김용익 서울대 의대교수(편집 자문위원), 손병관 남소연 앤드류 그루엔 (이상 상근기자) 전진한 안소민 김영숙 진민정(이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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