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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엔 '팔방미인마을'이 있다

8개 마을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네...가족 체험마을로 인기

등록|2010.03.09 11:21 수정|2010.03.09 11:21

▲ 무안 팔방미인마을은 함해만을 끼고 있는 어촌마을이자 황토밭 드넓은 농촌마을이다. 이 마을에도 새봄이 오고 있다. ⓒ 이돈삼


바닷물이 빠지자 드넓은 함해만 갯벌이 모습을 드러낸다. 갯벌은 잿빛이지만 감태가 지천이어서 푸른 빛을 발산한다. 물이 빠지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망태를 짊어진 아낙네들이 삼삼오오 바다로 향한다.

바닷가 어가에선 한 촌로가 갓 잡아온 숭어를 손질하고 있다. 한창 물이 올라 살이 찐 숭어가 입맛을 다시게 한다. 마을을 지나던 길손들도 하나 둘 모여들어 무슨 고기인지, 맛은 어떤지 묻는다. 몇 마리 팔 수 있는지 묻기도 한다.

마을 뒤 얕은 구릉에는 마늘과 쪽파 밭이 펼쳐져 있다.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쪽파 밭에서 김을 매던 할머니는 밭두둑에 앉아 찐 고구마로 허기를 달래고 있다. 환하게 웃는 할머니의 표정에서도 봄기운이 묻어난다.

새 봄이 오고 있는 바닷가마을, 전라남도 무안군 현경면 용정리와 수양리 일대 풍경이다. 이 마을은 이른바 '팔방미인 정보화마을'로 불린다.

▲ 한 촌로가 손질해 말려놓은 숭어. 살이 토실토실 올라 있다. ⓒ 이돈삼


▲ 물이 빠진 바다에는 푸른 빛깔의 감태가 지천이다. 아낙네들이 물 빠진 틈을 이용해 감태를 채취하고 있다. ⓒ 이돈삼


"이 마을엔 팔방미인이 많은 모양이죠?"

양요섭 정보화마을 운영위원장에게 물었다.

"미인이 많죠. 미인도 미인이지만, 용정리 5개 마을과 수양리 3개 마을 등 여덟 개 마을의 자연과 흙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네라는 뜻으로 '팔방미인마을'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팔방미인마을은 친환경 농법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마을에서 생산된 양파와 마늘, 고구마, 감자, 고추, 참깨 등은 전국적으로 알아주는 친환경 농산물이다. 최근엔 수박과 국화도 그 반열에 오르고 있다.

함해만 갯벌에선 세발낙지와 숭어, 감태, 바지락, 운저리 등이 나온다. 특히 운저리 회는 이 마을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다. 모든 게 함해만 갯벌 덕이다. 함해만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그 가운데서도 팔방미인마을을 대표하는 농산물은 단연 고구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무농약 품질인증을 받은 고구마 재배지역답게 유기재배 고구마 단지가 널따랗다. 해풍을 받고 물 빠짐이 좋은 황토에서 고급 유기질 퇴비를 먹고 자라 당도가 높다. 저장성도 좋아 이듬해 3월까지 두고 먹어도 아삭아삭한 맛이 그대로 살아있다.

고구마 맛을 찾는 방문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 한 해 동안만 4000여 명이 넘게 찾아왔다. 고구마 체험을 위해 가족 단위로 찾아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체험마을의 운영 노하우를 배우려는 사람들의 발길도 심심찮게 이어졌다. 정보화마을의 모델로 자리잡은 덕이다.

▲ 마을을 찾은 도시 소비자들이 친환경 고구마 포장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이 고구마는 팔방미인마을을 지탱해 주는 지주역할을 하고 있다. ⓒ 이돈삼


▲ 팔방미인마을 주민들이 농한기를 이용해 인터넷 교육을 받고 있다. 인터넷은 마을의 소득을 높여주는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 이돈삼


팔방미인마을이 정보화마을로 지정된 것은 지난 2003년. 올해로 벌써 7년째를 맞는다. 정보화 마을로 지정되면서 젊은 귀농자들을 중심으로 인터넷 판매사업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친환경 고구마를 올렸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던 소비자들로부터 주문이 빗발쳤다. 그때가지 반신반의하던 마을 주민들도 인터넷판매에 눈을 돌리고 양파, 고추, 깨 등을 올렸다. 인터넷을 통해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몰려들자 주민들은 한동안 신기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마을운영위원회 총무이면서 '창대농장' 대표이기도 한 강행원씨는 "해마다 전자상거래를 통한 매출이 두 배 이상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엔 물량이 부족해서 주문량을 모두 소화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인터넷 판매가 인기를 얻고 정보화마을 사업이 정착되자 주민들은 주변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마을 주변의 돌맹이 하나, 풀 한 포기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를 소득과 연계시킬 방안을 고민하기도 했다. 모든 게 보물이었다.

함해만 갯벌에선 낙지와 바지락을 잡고, 수확철엔 고구마나 마늘·양파를 캐는 체험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저녁에는 횃불을 들고 게를 잡는 체험프로그램도 선보였다. 추운 겨울이라고 프로그램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바다에서 갓 채취한 굴을 구워 먹는 체험프로그램도 만들었다. '대박'이었다.

▲ 팔방미인마을을 찾는 체험객들이 타고 이동하는 트랙터. 비수기인 요즘 트랙터가 황토밭에서 쉬고 있다. ⓒ 이돈삼


▲ 물 빠진 함해만. 함해만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 이돈삼


그 사이 갯벌체험과 수확체험은 팔방미인마을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 2006년과 2007년 연속 전국 정보화마을 운영 평가에서 우수마을로 선정된 것도 이런 연유다. 2008년엔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서울학생 유치 대상 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 달머리 마을이 있고, 윈드서핑의 최적지로 떠오른 홀통 유원지가 우리 마을에 있습니다. 한국관광공사의 '해안마을 4선'에 선정됐지요. 마을 전체가 도시민들의 휴식처로 손색이 없습니다."

양요섭 마을운영위원장의 말이다.

"주민들이 정말로 노력을 많이 했어요. 우리의 땅과 바다를 깨끗이 쓰고 또 살려서 아름다운 환경 그대로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주민들 사이에서 형성이 됐고, 또 주민들 스스로 노력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양 위원장의 말에 주민들만의 자부심이 담겨 있다.

▲ 양요섭 팔방미인 정보화마을 운영위원장이 쪽파밭에 앉았다. 양 위원장은 마을주민들의 노력이 체험마을을 성공모델로 만들어 가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 이돈삼


▲ 홀통유원지에서 바라본 해넘이. 홀통유원지는 팔방미인마을이 내세우는 자랑거리 가운데 하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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