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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지혜, 간장통은 훌륭한 소파

쪼그려 앉아 일해 허리도 다리도 성한 곳 없네

등록|2010.03.09 12:31 수정|2010.03.09 12:31

▲ 비닐하우스의 좁은 통로에서 일하기 위해 어머니가 만든 간장통 의자 ⓒ 이장연




▲ 검은 비닐봉지를 씌운 간장통은 푹신해 앉기도 좋다. ⓒ 이장연




오늘 오후부터 비와 눈이 온다 해서 그런지 날은 잔뜩 흐렸습니다. 그렇다고 어린 고추모종을 옮겨심는 밭일을 멈출 수 없어 아버지는 일찌감치 자전거를 타고 아랫밭으로 내려가셨습니다. 뒤따라 밭에 나갈 생각인데, 지난 일요일과 월요일 부모님과 함께 일을 하다 눈에 띄는 물건이 있었습니다.

비닐하우스의 비좁은 통로에서 고추모를 옮겨심을 때 깔고 앉은 검은 물체였는데, 검은 비닐봉지를 벗겨보니 다 쓴 간장통이었습니다. 허리 보호대까지 차고 밭에 나온 어머니는 "밭에서 쓰려고 플라스틱 의자를 사왔지만 이것만 못하다"며 손수 만든 훌륭한 의자를 자랑하셨습니다.

30년 넘게 논밭에서 쪼그려 앉아 일해 허리도 다리도 성한 곳 없는 농사꾼 아내의 간장통은 그 어떤 현자의 가르침보다 지혜로워 보였습니다. 옛 속담에 '농부는 두더지다'는 말이 있습니다. 농부는 땅을 파서 먹고 산다는 말인데, 농부만큼 생명으로 가득한 땅을 땀흘려 일구며 몸소 정직한 지혜와 지식을 쌓고 이를 대가없이 후대에게 물려준 이들도 없을 듯 합니다. 그런 농부들을 세상은 늘 푸대접해 왔지만.

▲ 농부의 지혜가 돋보인다. ⓒ 이장연




▲ 농사꾼의 허리와 다리는 성할 수가 없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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