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죽여놓고 아파트 이미지 나빠지니 입 다물라?
길고양이·유기동물 돌보는 <나비야 고양이 쉼터>와 <인천수의사회 동물보호소>
도시 생태계엔 조화가 없다. 대형 건설사가 주도하는 뉴타운 재개발에 원주민이 내쫓긴다. 도시 미관을 위해 노숙자와 노점상이라는 산 목숨들이 치워진다. 이 숙명은 도시 동물들에게도 이어진다.
동물들은 88올림픽, 2002 월드컵을 거치며 늘어났다. 유행에 따라 쉽게 팔려왔고, 재개발로 동네가 철거되거나 주인이 신축 아파트로 이사 가면서 쉽게 버려졌다. 살아남은 그들은 미관과 위생상의 이유로 '치우고 싶은 존재'가 됐다. 그래도 공존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애완동물'을 '반려동물'1)로, '도둑고양이'를 '길고양이'로 부른다. 우리가 사는 곳은 그들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면서.
길고양이들의 마지막 안식처 <나비야 고양이 쉼터>
너무 많은 게 문제였다. 음식쓰레기 봉지를 뜯는 게 문제였다. 무엇보다 '재수 없는 요물'이라는 게 문제였다. 고양이를 산 채로 파묻는 사람보다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사람이 더 욕을 먹는다. 아파트가 늘면서 '아파트 이미지 관리'를 위한 학대도 늘었다. 2006년 이촌동의 한 아파트는 고양이들의 거처를 콘크리트로 메워 버렸다. 산 채로 갇힌 고양이들은 떼죽음을 당했다. 사람을 피해도 추위와 굶주림, 질병이 늘 따라붙는다. 길고양이의 평균수명이 3년인 이유다.
유주연(닉네임 쵸끼맘)씨는 '미친년' 소리를 많이도 들었다. 오밤중에 다친 길고양이들을 구조하러 다니는 것도 모자라 '길고양이 쉼터'까지 차린 그를 가족들은 이해하지 못 한다.
"결혼식 전날에도 길고양이를 구조해 동물병원에 있었어요. 수의사가 '오늘은 왜 서두르세요?' 하기에 '5시까지 미용실에 가야 해서…. 사실 제가 오늘 신부거든요.'했죠. 되레 수의사가 절 야단쳤죠.(웃음)"
그래도 외롭지는 않다. 뜻을 같이 하는 '캣맘'(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이 있다. 건강해져 새 가족을 얻는 고양이들이 있다. 100여 마리의 고양이들이 '나비야 고양이 쉼터(이하 나비야)'를 통해 치료받고 입양2)됐다.
서울 서빙고동의 한 아파트에 들어섰다. 색색의 나비 스티커와 쉼터를 거쳐 간 고양이들의 사진이 보인다. 그 아래 40여 마리의 고양이들이 쉬고 있다. 임신한 채 올무에 걸려 새끼마저 잃었던 고양이, 본드로 눈을 붙여 버리는 '테러'를 당한 고양이….
곳곳의 캣맘들이 치료나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구조해 온 길고양이들이다. 거실에는 '터줏대감'들이, 각 방에는 별도로 돌봐야 할 고양이들이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돌아가며 이들을 돌본다. 이들에게 집을 내준 주연씨는 9평짜리 오피스텔에 살며 치킨집을 한다. 쉼터 운영비, 치료비를 벌기 위해서다.
"오후 5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일하니까 제 생활이 없죠.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좋은 환경을 주고 싶어요."
그의 노력은 깨끗한 쉼터 공간을 여유롭게 노니는 고양이들에서 볼 수 있다. 입양시킬 때는 고양이를 키울 수 있는 조건인지를 모두 따지고 계약서도 작성한다.
"(입양을) 주로 외국분들이 많이 하세요. 한국 분들은 더 까다롭게 따지는데, 결혼 예정이라면 가급적 안 보내요. 임신하면 주위 등쌀에 고양이를 키울 수가 없거든요."
고양이가 짐이 되는 순간, 사람도 고양이도 상처받는다.
"고양이들은 민감해서 자기가 파양된 걸 알아요. '선샤인'은 주인이 백혈병에 걸려서 여기로 온 애예요. 잘 놀다가 1주일이 지나니까 밥을 안 먹어요. 버림받았다 느낀 거죠. 계속 보살피니까 마음을 열더라고요."
길고양이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는 뭘까.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이죠. 그냥 싫다고 죽이려는 경우도 많고. 서울은 특히 힘들어요. 도로 환경도 나쁘고 녹지도 없고. 신축 아파트 들어서면 약 놔서 죽이려 들고. 고양이들을 포획해서 살처분(안락사)시키고."
사람도 고양이도 나아질 수 있어
캣맘들도 '사람'이 가장 힘들다. 그들 사이엔 '밥은 몰래 주고, 주위를 깨끗하게 청소할 것' 등의 규칙이 있다. 반감을 가진 사람에게 고양이가 해코지당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밥을 주면 고양이들이 몰려든다고 싫어해요. 정기적으로 밥을 주면 음식쓰레기도 안 뒤지는데…."
사람과 고양이간의 갈등 요인 1순위는 '고양이의 급증'이다. 고양이는 1년에 2, 3번 임신하고 그 때마다 4~12마리까지 출산한다. 더구나 한 영역에서 고양이가 사라지면 근처의 고양이들이 더 몰려드는 진공 효과가 일어난다. 고양이를 무작정 죽여도 '박멸'할 수 없는 이유다. 발정기에 내는 아기 울음소리, 영역싸움, 먹이가 부족해 음식쓰레기를 뒤지는 행위는 사람들의 반감을 키워 결국 고양이에게 위해로 돌아온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고 공존을 도모하는 '차악'으로 제시된 것이 TNR3)이다.
"고양이의 발정은 사람처럼 쾌락이 아니에요. 발정기 때 교미 못 하면 스트레스를 받고, 임신과 출산이 잦을수록 병이 많이 나요. 국가 차원에서 TNR에 적극 나섰으면 좋겠어요."
어느덧 5시다. 서둘러 가게로 향하면서도 먼저 들러야 할 곳이 있단다. 그가 3년간 매일 따로 밥을 주고 있는 길고양이들의 거처다.
"캣맘들은 눈 오면 잠을 못 자요. 애들이 얼어 죽을까봐. 한 분은 폭설 내린 이틀 동안 길을 다 치웠어요. 그럼 고양이도 안 굶고 사람들 다니기도 좋잖아요. 그게 공존이죠 뭐. (웃음)"
빡빡한 생활이지만 주연씨는 늘 '고맙다'고 했다.
"고양이들이 추운 데서 안 굶으니까, 봉사자 분들이 다 열심히 해 주시니까. 내가 돈만 낼 뿐이지 이건 다 우리 거죠. 또 사료회사나 봉사자들이 후원해주기도 하고. 그런 도움들이 되게 소중해요."
이 고생(?)을 하면서도 나중엔 시골에서 야생 고양이들을 위해 보호소를 차리고 싶단다. 주연씨에게 고양이는 무엇일까.
"숙제. 앞으로 풀어갈 게 많은 과제 같아요. 또 새로운 삶을 열어주는 매개기도 하고. 이 일로 인해 부모님 품을 떠나 따로 가게도 하고 추진력 있게 이것저것 일을 벌였어요. 스스로도 놀랐어요. 그래도 아직 갈 길이 까마득하네요.(웃음)"
덧붙여 공존의 의의도 밝혔다.
"단순해요. 고양이란 결국 사람이 만든 환경 속에 피해를 받고 또 주기도 하는 생명이다. 그럼 그 악순환을 우리가 바꾸자. 그저 없애야 할 것으로 낙인찍기엔 이르다는 거죠. 더 나은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고, 그걸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걸 나쁘게 보지만 말고 그냥 바라봐 달라. 그게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될 거다. 그거에요."
안락사보다 입양을, 인천수의사회 유기동물보호소
유기견4)들이 마지막으로 향하는 곳은 둘 중 하나다. '개장수'라 불리는 불법포획업자에게 잡혔다면 보신탕집으로, 구청 직원에게 잡혔다면 유기동물보호소로 간다.
유기동물보호소는 민원에 따라 동물을 포획, 분실공고를 낸 후 10일 간 동물을 임시 보호한다. 그 후에는 입양시키거나 동물을 살처분(안락사)한다. 2005년 인천에서만 8천 마리의 유기견이 죽음을 당했다. 입양률은 전체의 2%에 그쳤다. 다른 대책이 없었기에 모두 묵인했다.
그러던 중 인천지역 수의사들이 '인천지역수의사회 야생, 유기동물 보호소(이하 보호소)'를 설립했다. 2006년 11월 개소한 이곳은 일방적인 살처분을 금하고 유기동물 입양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3년 동안 5430마리가 입소했고, 이 중 2천여 마리가 입양 혹은 주인에게 돌아갔다. 현재는 남동구, 남구, 연수구, 옹진군과 위탁계약을 맺고 3백여 마리의 동물을 보호하고 있다. 운영은 지자체에서 받는 위탁비용과 수의사회 기금, 시민의 후원으로 충당한다.
"한 달 입양률이 최고 70%였고 지금은 20~30%대인데, 전국 평균(7~8%)에 비하면 몇 배 높은 거죠."
허주형(44) 인천지역수의사회 회장의 설명이다. 입양은 어떻게 이뤄질까.
"먼저 온라인 카페를 통해 공지를 해요. 미성년자는 보호자와 동행해야 하고, 인적사항이 파악될 수 있는 자료를 첨부해야 해요. 또 입양할 동물과 사진을 찍어 얼굴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게 원칙이에요. 개를 잡아먹거나 팔아버리는 경우도 있거든요."
또 하나의 운영원칙은 '개방'이다. 대부분의 보호소와 달리 일반인에게 개방해 입양을 장려하고 자원봉사를 받는다. 매달 '방문의 날'에는 백여 명의 시민들과 수의대 학생들이 찾아와 봉사를 한다.
"자원봉사 신청은 온라인 카페를 통해 받아요. 미흡하다고 민원 들어오기도 하지만, 개방해서 자율적인 질서를 잡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강아지가 아픈데 직원이 못 보고 넘어간 걸 자원봉사자가 알려줘서 챙기기도 하고."
지자체 측은 예산과 민원에 민감하다. 마찰이 잦을 수밖에 없다.
"관에서는 비용을 더 낮춰라, 민원 안 들어오게 다른 보호소들처럼 일반인 출입금지 시키고 동물들 안락사 시켜라"그러죠. 그래도 "우리는 안락사 시킬 돈으로 하루라도 더 먹여 살리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사회단체랑 관은 그런 점에서 차이가 있는 거 같아요. 외국에서는 SPCA(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 동물학대방지협회)라고, 동물 보호시설을 운영해요. 운영은 사회단체가 하고 지원은 국가가 하죠. 동물 입양, 교육 등 사람들이 동물을 많이 접하게끔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한국은 아직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낮아서 그렇게 안 되죠."
보호소가 계양산 그린벨트지역에 위치한 탓에 계양구청으로부터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거기에 골프장 만들려고 하면서 동물 보호시설은 안 된다더라고요. 국토해양부에 질의하고 카페 회원들도 민원 넣고 해서 무혐의로 풀려났죠."
애견 판매율만큼 급증한 유기동물은 현재 98만 마리에 달한다.(2008년, 수의사회) 이중 31%가 안락사를 당했다. 가장 '경제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부평구가 위탁비를 600만 원 주는데 포획하고 키우는 데만 300, 400만원이 들어요. 우리처럼 하려면 600만원을 다 쏟아 부어도 모자라요. 개인 위탁업자들은 수익을 내야 하잖아요. 기간도 짧고 돈도 없으니 치료도 못 하고, 동물들 줄 밥도 줄여요. 몸무게를 줄이면 시체 화장 비용도 줄거든요."
그럼에도 유기동물은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 동물 키우는 사람이 8백만 명 정도예요. 하루에 열 마리를 안락사 시킬 때 스무 마리가 애견숍에서 팔려가고 버려진다는 거죠. 그렇게 한 쪽에서 죽이고 한 쪽은 사서 버리기보다는 유기동물을 입양하기를 권장하는 겁니다."
그는 유기동물을 냉대하는 것은 '강자의 논리'라고 지적했다.
"동물을 사치로 보기도 하는데 실제로 키우는 사람 대부분은 중산층 이하예요. 50평 이상 집에서 동물 키우는 분들은 10%도 안 돼요. 사람보다 약자인 동물의 복지를 아까워하는 건 약육강식의 논리를 우리 안에 굳히는 거라고 봐요. 동물이 못 사는 곳에 사람이라고 살겠어요?"
동물은 '여가거리'가 아냐
보호소에는 수의사, 사무직원, 사육사, 구조대원 등 5명이 상근하고 있다. 동물을 아예 가둬놓는 일반적인 보호소와는 달리, 개들이 우리와 운동장을 들고날 수 있다. 운동장 가까이 다가가자 개들이 일제히 짖으며 따라붙는다. '특정한 개만 예뻐하지 마시오'라는 주의사항이 떠올랐다. 한 개가 사람에게 귀여움을 받으면, 다른 개들이 따돌리거나 물어 죽일 수 있단다. 개에게도 '그놈의 정'이 문제다. 사람의 애정을 경험하고 버려진 개들은 외로운 만큼 예민하다.
소장인 지명규(49)씨가 보호소 구석구석을 소개했다.
"축사랑 난방설비도 다 자원봉사자들이랑 같이 만든 거예요. 비숙련자들이니까 아무래도 어설프지.(웃음)" 직원과 시민들의 정성이, 한 편으로는 예산이 늘 부족한 현실이 드러난다. "연간 유기동물 예산이 65억이에요. 보호기간이 한 달에서 10일로 줄고 예산도 늘어나는데 돈은 늘 부족해요. 그만큼 유기동물이 늘고 있다는 거죠."
그는 정책과 함께 사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근본적 문제는 동물을 '여가거리'로 생각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거죠. 이런 상태에서 동물등록제는 큰 소용이 없다고 봐요. 여기에도 유기견을 줄이는 차원이 아니라 무료라니까 오는 분들이 꽤 있어요. 그런 분들은 예쁘고 어리고 순종에 암컷을 찾아요. 데려간 후에는 피부병 있다, 버릇 나쁘다면서 따지죠. 그런데 여기 80%가 버림받은 애완견이에요. 개들도 다 성격이 있어요. 또 식구가 하나 더 생기는 거잖아요. 그럼 그에 따른 준비를 해야죠. 펫숍에서 사가듯 쉬운 게 아니에요. 그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문제죠."
지 소장은 협회 내 유기동물 관련 일과 개인병원, 보호소 일을 다 맡아 본다. 3년간 주말이 없을 정도로 늘 바빴다. 이야기 중에도 병원에서 그를 찾는 전화가 온다. 편안한 동물병원을 두고 이곳에서 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쎄, 딱히 없어요. 동물들이 아파서 오면 치료해야지 어떻게 해.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는 거지. 학생 때 동아리나 사회단체 일 하면서 얻은 교훈이에요. 내가 맡은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거. 원래는 농사짓고 목장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대학까지 나와서 옆집 소, 돼지도 못 고치면 안 되겠다 싶어 수의학을 택했던 거죠."
대부분의 시간을 현장에서 보내다 보니, 이제 자녀들도 냄새만으로 아빠가 어떤 동물을 치료하고 왔는지 안다.
그는 거듭 강조했다.
"반려동물은 사치도, 여가생활의 도구도 아니에요. 가족이나 마찬가지에요. 이주노동자들이 동물 많이 키워요. 외로우니까. 현장 노동자들도 사실 개 많이 좋아하잖아요. 제일 먼저 반겨주니까. 많이 와서 데려가셨으면 좋겠어요."
헤어지면서도 그는 "다음엔 봉사활동 하러 오라"고 했다.
2009년 한 아파트에서 주인이 있던 고양이가 목 매달렸다. 고양이를 싫어하던 부녀회장과 경비원의 소행이었다. 그들은 슬퍼하는 주인에게 화를 냈다. "이거 방송에 나가서 아파트 이미지 나빠지면 당신들이 책임질 거야?" 기묘하게도 이 말은 투자 가치를 위해 노숙자, 노점상, 철거민들에게 던져진 말과 닮아 있다. 강자의 편의와 약자의 상관 관계가 결국 그 사회의 속성을 보여준다.
동물들은 88올림픽, 2002 월드컵을 거치며 늘어났다. 유행에 따라 쉽게 팔려왔고, 재개발로 동네가 철거되거나 주인이 신축 아파트로 이사 가면서 쉽게 버려졌다. 살아남은 그들은 미관과 위생상의 이유로 '치우고 싶은 존재'가 됐다. 그래도 공존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애완동물'을 '반려동물'1)로, '도둑고양이'를 '길고양이'로 부른다. 우리가 사는 곳은 그들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면서.
길고양이들의 마지막 안식처 <나비야 고양이 쉼터>
▲ 유주연 씨는 사진 촬영을 사양했다. 대신 자원봉사자 트레이시 씨가 고양이 '선샤인'을 안은 모습을 찍었다. 그는 '나비야 고양이 쉼터' 옆집에 살며 항상 이곳을 챙기는 좋은 이웃이기도 하다. ⓒ 노동세상
너무 많은 게 문제였다. 음식쓰레기 봉지를 뜯는 게 문제였다. 무엇보다 '재수 없는 요물'이라는 게 문제였다. 고양이를 산 채로 파묻는 사람보다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사람이 더 욕을 먹는다. 아파트가 늘면서 '아파트 이미지 관리'를 위한 학대도 늘었다. 2006년 이촌동의 한 아파트는 고양이들의 거처를 콘크리트로 메워 버렸다. 산 채로 갇힌 고양이들은 떼죽음을 당했다. 사람을 피해도 추위와 굶주림, 질병이 늘 따라붙는다. 길고양이의 평균수명이 3년인 이유다.
유주연(닉네임 쵸끼맘)씨는 '미친년' 소리를 많이도 들었다. 오밤중에 다친 길고양이들을 구조하러 다니는 것도 모자라 '길고양이 쉼터'까지 차린 그를 가족들은 이해하지 못 한다.
"결혼식 전날에도 길고양이를 구조해 동물병원에 있었어요. 수의사가 '오늘은 왜 서두르세요?' 하기에 '5시까지 미용실에 가야 해서…. 사실 제가 오늘 신부거든요.'했죠. 되레 수의사가 절 야단쳤죠.(웃음)"
그래도 외롭지는 않다. 뜻을 같이 하는 '캣맘'(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이 있다. 건강해져 새 가족을 얻는 고양이들이 있다. 100여 마리의 고양이들이 '나비야 고양이 쉼터(이하 나비야)'를 통해 치료받고 입양2)됐다.
서울 서빙고동의 한 아파트에 들어섰다. 색색의 나비 스티커와 쉼터를 거쳐 간 고양이들의 사진이 보인다. 그 아래 40여 마리의 고양이들이 쉬고 있다. 임신한 채 올무에 걸려 새끼마저 잃었던 고양이, 본드로 눈을 붙여 버리는 '테러'를 당한 고양이….
곳곳의 캣맘들이 치료나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구조해 온 길고양이들이다. 거실에는 '터줏대감'들이, 각 방에는 별도로 돌봐야 할 고양이들이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돌아가며 이들을 돌본다. 이들에게 집을 내준 주연씨는 9평짜리 오피스텔에 살며 치킨집을 한다. 쉼터 운영비, 치료비를 벌기 위해서다.
"오후 5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일하니까 제 생활이 없죠.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좋은 환경을 주고 싶어요."
그의 노력은 깨끗한 쉼터 공간을 여유롭게 노니는 고양이들에서 볼 수 있다. 입양시킬 때는 고양이를 키울 수 있는 조건인지를 모두 따지고 계약서도 작성한다.
"(입양을) 주로 외국분들이 많이 하세요. 한국 분들은 더 까다롭게 따지는데, 결혼 예정이라면 가급적 안 보내요. 임신하면 주위 등쌀에 고양이를 키울 수가 없거든요."
고양이가 짐이 되는 순간, 사람도 고양이도 상처받는다.
"고양이들은 민감해서 자기가 파양된 걸 알아요. '선샤인'은 주인이 백혈병에 걸려서 여기로 온 애예요. 잘 놀다가 1주일이 지나니까 밥을 안 먹어요. 버림받았다 느낀 거죠. 계속 보살피니까 마음을 열더라고요."
길고양이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는 뭘까.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이죠. 그냥 싫다고 죽이려는 경우도 많고. 서울은 특히 힘들어요. 도로 환경도 나쁘고 녹지도 없고. 신축 아파트 들어서면 약 놔서 죽이려 들고. 고양이들을 포획해서 살처분(안락사)시키고."
사람도 고양이도 나아질 수 있어
▲ 나비야 고양이 쉼터에 있는 고양이들 ⓒ 노동세상
캣맘들도 '사람'이 가장 힘들다. 그들 사이엔 '밥은 몰래 주고, 주위를 깨끗하게 청소할 것' 등의 규칙이 있다. 반감을 가진 사람에게 고양이가 해코지당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밥을 주면 고양이들이 몰려든다고 싫어해요. 정기적으로 밥을 주면 음식쓰레기도 안 뒤지는데…."
사람과 고양이간의 갈등 요인 1순위는 '고양이의 급증'이다. 고양이는 1년에 2, 3번 임신하고 그 때마다 4~12마리까지 출산한다. 더구나 한 영역에서 고양이가 사라지면 근처의 고양이들이 더 몰려드는 진공 효과가 일어난다. 고양이를 무작정 죽여도 '박멸'할 수 없는 이유다. 발정기에 내는 아기 울음소리, 영역싸움, 먹이가 부족해 음식쓰레기를 뒤지는 행위는 사람들의 반감을 키워 결국 고양이에게 위해로 돌아온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고 공존을 도모하는 '차악'으로 제시된 것이 TNR3)이다.
"고양이의 발정은 사람처럼 쾌락이 아니에요. 발정기 때 교미 못 하면 스트레스를 받고, 임신과 출산이 잦을수록 병이 많이 나요. 국가 차원에서 TNR에 적극 나섰으면 좋겠어요."
어느덧 5시다. 서둘러 가게로 향하면서도 먼저 들러야 할 곳이 있단다. 그가 3년간 매일 따로 밥을 주고 있는 길고양이들의 거처다.
"캣맘들은 눈 오면 잠을 못 자요. 애들이 얼어 죽을까봐. 한 분은 폭설 내린 이틀 동안 길을 다 치웠어요. 그럼 고양이도 안 굶고 사람들 다니기도 좋잖아요. 그게 공존이죠 뭐. (웃음)"
빡빡한 생활이지만 주연씨는 늘 '고맙다'고 했다.
"고양이들이 추운 데서 안 굶으니까, 봉사자 분들이 다 열심히 해 주시니까. 내가 돈만 낼 뿐이지 이건 다 우리 거죠. 또 사료회사나 봉사자들이 후원해주기도 하고. 그런 도움들이 되게 소중해요."
이 고생(?)을 하면서도 나중엔 시골에서 야생 고양이들을 위해 보호소를 차리고 싶단다. 주연씨에게 고양이는 무엇일까.
"숙제. 앞으로 풀어갈 게 많은 과제 같아요. 또 새로운 삶을 열어주는 매개기도 하고. 이 일로 인해 부모님 품을 떠나 따로 가게도 하고 추진력 있게 이것저것 일을 벌였어요. 스스로도 놀랐어요. 그래도 아직 갈 길이 까마득하네요.(웃음)"
덧붙여 공존의 의의도 밝혔다.
"단순해요. 고양이란 결국 사람이 만든 환경 속에 피해를 받고 또 주기도 하는 생명이다. 그럼 그 악순환을 우리가 바꾸자. 그저 없애야 할 것으로 낙인찍기엔 이르다는 거죠. 더 나은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고, 그걸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걸 나쁘게 보지만 말고 그냥 바라봐 달라. 그게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될 거다. 그거에요."
안락사보다 입양을, 인천수의사회 유기동물보호소
▲ 인천수의사회 동물보호소에서 만난 강아지들. 80%가 버려진 애완견이다. ⓒ 노동세상
유기견4)들이 마지막으로 향하는 곳은 둘 중 하나다. '개장수'라 불리는 불법포획업자에게 잡혔다면 보신탕집으로, 구청 직원에게 잡혔다면 유기동물보호소로 간다.
유기동물보호소는 민원에 따라 동물을 포획, 분실공고를 낸 후 10일 간 동물을 임시 보호한다. 그 후에는 입양시키거나 동물을 살처분(안락사)한다. 2005년 인천에서만 8천 마리의 유기견이 죽음을 당했다. 입양률은 전체의 2%에 그쳤다. 다른 대책이 없었기에 모두 묵인했다.
그러던 중 인천지역 수의사들이 '인천지역수의사회 야생, 유기동물 보호소(이하 보호소)'를 설립했다. 2006년 11월 개소한 이곳은 일방적인 살처분을 금하고 유기동물 입양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3년 동안 5430마리가 입소했고, 이 중 2천여 마리가 입양 혹은 주인에게 돌아갔다. 현재는 남동구, 남구, 연수구, 옹진군과 위탁계약을 맺고 3백여 마리의 동물을 보호하고 있다. 운영은 지자체에서 받는 위탁비용과 수의사회 기금, 시민의 후원으로 충당한다.
"한 달 입양률이 최고 70%였고 지금은 20~30%대인데, 전국 평균(7~8%)에 비하면 몇 배 높은 거죠."
허주형(44) 인천지역수의사회 회장의 설명이다. 입양은 어떻게 이뤄질까.
"먼저 온라인 카페를 통해 공지를 해요. 미성년자는 보호자와 동행해야 하고, 인적사항이 파악될 수 있는 자료를 첨부해야 해요. 또 입양할 동물과 사진을 찍어 얼굴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게 원칙이에요. 개를 잡아먹거나 팔아버리는 경우도 있거든요."
또 하나의 운영원칙은 '개방'이다. 대부분의 보호소와 달리 일반인에게 개방해 입양을 장려하고 자원봉사를 받는다. 매달 '방문의 날'에는 백여 명의 시민들과 수의대 학생들이 찾아와 봉사를 한다.
"자원봉사 신청은 온라인 카페를 통해 받아요. 미흡하다고 민원 들어오기도 하지만, 개방해서 자율적인 질서를 잡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강아지가 아픈데 직원이 못 보고 넘어간 걸 자원봉사자가 알려줘서 챙기기도 하고."
지자체 측은 예산과 민원에 민감하다. 마찰이 잦을 수밖에 없다.
"관에서는 비용을 더 낮춰라, 민원 안 들어오게 다른 보호소들처럼 일반인 출입금지 시키고 동물들 안락사 시켜라"그러죠. 그래도 "우리는 안락사 시킬 돈으로 하루라도 더 먹여 살리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사회단체랑 관은 그런 점에서 차이가 있는 거 같아요. 외국에서는 SPCA(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 동물학대방지협회)라고, 동물 보호시설을 운영해요. 운영은 사회단체가 하고 지원은 국가가 하죠. 동물 입양, 교육 등 사람들이 동물을 많이 접하게끔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한국은 아직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낮아서 그렇게 안 되죠."
보호소가 계양산 그린벨트지역에 위치한 탓에 계양구청으로부터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거기에 골프장 만들려고 하면서 동물 보호시설은 안 된다더라고요. 국토해양부에 질의하고 카페 회원들도 민원 넣고 해서 무혐의로 풀려났죠."
애견 판매율만큼 급증한 유기동물은 현재 98만 마리에 달한다.(2008년, 수의사회) 이중 31%가 안락사를 당했다. 가장 '경제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부평구가 위탁비를 600만 원 주는데 포획하고 키우는 데만 300, 400만원이 들어요. 우리처럼 하려면 600만원을 다 쏟아 부어도 모자라요. 개인 위탁업자들은 수익을 내야 하잖아요. 기간도 짧고 돈도 없으니 치료도 못 하고, 동물들 줄 밥도 줄여요. 몸무게를 줄이면 시체 화장 비용도 줄거든요."
그럼에도 유기동물은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 동물 키우는 사람이 8백만 명 정도예요. 하루에 열 마리를 안락사 시킬 때 스무 마리가 애견숍에서 팔려가고 버려진다는 거죠. 그렇게 한 쪽에서 죽이고 한 쪽은 사서 버리기보다는 유기동물을 입양하기를 권장하는 겁니다."
그는 유기동물을 냉대하는 것은 '강자의 논리'라고 지적했다.
"동물을 사치로 보기도 하는데 실제로 키우는 사람 대부분은 중산층 이하예요. 50평 이상 집에서 동물 키우는 분들은 10%도 안 돼요. 사람보다 약자인 동물의 복지를 아까워하는 건 약육강식의 논리를 우리 안에 굳히는 거라고 봐요. 동물이 못 사는 곳에 사람이라고 살겠어요?"
동물은 '여가거리'가 아냐
보호소에는 수의사, 사무직원, 사육사, 구조대원 등 5명이 상근하고 있다. 동물을 아예 가둬놓는 일반적인 보호소와는 달리, 개들이 우리와 운동장을 들고날 수 있다. 운동장 가까이 다가가자 개들이 일제히 짖으며 따라붙는다. '특정한 개만 예뻐하지 마시오'라는 주의사항이 떠올랐다. 한 개가 사람에게 귀여움을 받으면, 다른 개들이 따돌리거나 물어 죽일 수 있단다. 개에게도 '그놈의 정'이 문제다. 사람의 애정을 경험하고 버려진 개들은 외로운 만큼 예민하다.
소장인 지명규(49)씨가 보호소 구석구석을 소개했다.
"축사랑 난방설비도 다 자원봉사자들이랑 같이 만든 거예요. 비숙련자들이니까 아무래도 어설프지.(웃음)" 직원과 시민들의 정성이, 한 편으로는 예산이 늘 부족한 현실이 드러난다. "연간 유기동물 예산이 65억이에요. 보호기간이 한 달에서 10일로 줄고 예산도 늘어나는데 돈은 늘 부족해요. 그만큼 유기동물이 늘고 있다는 거죠."
그는 정책과 함께 사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근본적 문제는 동물을 '여가거리'로 생각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거죠. 이런 상태에서 동물등록제는 큰 소용이 없다고 봐요. 여기에도 유기견을 줄이는 차원이 아니라 무료라니까 오는 분들이 꽤 있어요. 그런 분들은 예쁘고 어리고 순종에 암컷을 찾아요. 데려간 후에는 피부병 있다, 버릇 나쁘다면서 따지죠. 그런데 여기 80%가 버림받은 애완견이에요. 개들도 다 성격이 있어요. 또 식구가 하나 더 생기는 거잖아요. 그럼 그에 따른 준비를 해야죠. 펫숍에서 사가듯 쉬운 게 아니에요. 그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문제죠."
지 소장은 협회 내 유기동물 관련 일과 개인병원, 보호소 일을 다 맡아 본다. 3년간 주말이 없을 정도로 늘 바빴다. 이야기 중에도 병원에서 그를 찾는 전화가 온다. 편안한 동물병원을 두고 이곳에서 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쎄, 딱히 없어요. 동물들이 아파서 오면 치료해야지 어떻게 해.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는 거지. 학생 때 동아리나 사회단체 일 하면서 얻은 교훈이에요. 내가 맡은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거. 원래는 농사짓고 목장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대학까지 나와서 옆집 소, 돼지도 못 고치면 안 되겠다 싶어 수의학을 택했던 거죠."
대부분의 시간을 현장에서 보내다 보니, 이제 자녀들도 냄새만으로 아빠가 어떤 동물을 치료하고 왔는지 안다.
그는 거듭 강조했다.
"반려동물은 사치도, 여가생활의 도구도 아니에요. 가족이나 마찬가지에요. 이주노동자들이 동물 많이 키워요. 외로우니까. 현장 노동자들도 사실 개 많이 좋아하잖아요. 제일 먼저 반겨주니까. 많이 와서 데려가셨으면 좋겠어요."
헤어지면서도 그는 "다음엔 봉사활동 하러 오라"고 했다.
2009년 한 아파트에서 주인이 있던 고양이가 목 매달렸다. 고양이를 싫어하던 부녀회장과 경비원의 소행이었다. 그들은 슬퍼하는 주인에게 화를 냈다. "이거 방송에 나가서 아파트 이미지 나빠지면 당신들이 책임질 거야?" 기묘하게도 이 말은 투자 가치를 위해 노숙자, 노점상, 철거민들에게 던져진 말과 닮아 있다. 강자의 편의와 약자의 상관 관계가 결국 그 사회의 속성을 보여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월간 <노동세상> 2월호(www.laborworld.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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