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조세 정책도 포퓰리즘에 세금 만능주의"
[현장] '뉴라이트'가 장악한 토론장... '부자 감세' 반론 펼쳐
▲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 조세정책에 대해 "세금 만능주의나 포퓰리즘은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김시연
"이명박 정부 조세 정책은 포퓰리즘에다 세금 만능주의다."
이명박 정부 2년 조세 정책을 평가하는 토론회에선 '부자 감세' 여론에 밀려 지지부진한 '감세 정책'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날 토론의 주인공은 참여정부 당시 조세 포퓰리즘과 세금 만능주의라고 비판하며 '세금 폭탄' 여론을 주도했던 '뉴라이트' 교수들이었다.
'납세자의 날(3월 3일)' 기념 행사인 탓일까? 10일 오후 2시 한국조세연구원(원장 원윤희) 주최로 서울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2년 조세정책 성과와 향후 과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학계' 대표들은 입을 맞춘 듯 '납세자'를 배려한 감세 정책을 주문했다.
학계를 대표한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한국재정학회 회장)는 뉴라이트 단체인 공기업개혁시민연합 공동대표이고 토론회 사회를 맡은 김진영 강원대 교수 역시 한때 뉴라이트전국연합 공동대표였다. 이전오 성균관대 법학 교수(전 한국세무학회 회장)는 종합부동산세 헌재 공개 변론 당시 '위헌'을 주장하는 청구인측 참고인이었다.
여기에 정필모 KBS 해설위원 정도를 제외하면 주영섭 기획재정부 조세정책관과 이현석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 최철웅 한국세무사회 상근부회장이 각각 정부와 기업, 세무사쪽을 대변해 어느 정도 '일방적인' 토론이 예상됐다.
전병목 한국조세연구원 기획조정실장 발표까지만 해도 이런 예상은 어긋나지 않았다. 전병목 실장은 지난 2년간 조세정책을 집권 초기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한 감세정책과 2008년 하반기 경제위기 이후 단기적 위기 극복 정책으로 구분하면서, 소득세 및 법인세율 인하와 유가환급금 등이 경제위기 발생 직후 경제성장률과 민간소비 등의 급격한 하락을 방지하는 데 기여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이명박 정부 2년 조세정책 성과와 향후 과제' 심포지엄이 10일 오후 2시 한국조세연구원 주최로 서울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 김시연
"MB정부, '부자 감세' 논리에 제대로 대응 못해"
그런데 막상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가자 이명박 정부 조세 정책에 대한 쓴소리가 쏟아졌다.
안종범 교수는 "증세를 통한 큰 정부를 지향한 지난 10년 정부와 달리 이명박 정부는 감세를 통한 작은 정부로 분명하게 차별화했다"면서도 "초기 정책 기조는 잘 세웠지만 세금 만능주의나 포퓰리즘은 이전 정부와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법인세와 소득세율 인하를 추진했지만 야당의 '부자감세' 논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대기업 세금 깎아주는 게 부자 감세냐, 기업은 부자고 나머지 국민이 피해를 보느냐고 과감히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을 했어야 했는데 도중에 주저주저하다 포기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또 정작 "목적세인 교육세 폐지도 반대 논리에 부닥쳐 3년 유보하고 종부세도 제대로 바로잡지 못했으며, 선진국에서 담배 술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소비세를 강화하는 추세인데도 '부자 세금' 깎아주고 서민에게 세금 부담 준다는 주장에 밀려 증세하지 못했다"며 현 정부 조세정책의 '포퓰리즘'을 비판했다.
이전오 교수 역시 현 정부에 "장기적 비전이 없다"면서 "과거 정부가 정치적 목적이 강한 포퓰리즘이었다면 현 정부는 뚜렷한 철학이 안 보인다는 점에서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하고, '3주택자 이상 전세보증금 과세' 문제나 종부세를 재산세에 흡수시켜 아예 없애지 못한 점을 들었다.
▲ '포퓰리즘' 비판에 주영섭 기획재정부 조세정책관은 ‘당나귀 부자 우화’에 빗대 조세정책의 어려움을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 김시연
이에 주영섭 기획재정부 조세정책관은 '당나귀 부자 우화'에 빗대 조세정책의 어려움을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어떤 정책을 내놓으면 비판이 나오고 그 비판에 대응하다 보면 또 왔다 갔다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면서 "일관성 문제나 포퓰리즘을 지적할 수 있지만 조세정책이란 살아있는 생물체와 비슷해서 절대적인 원칙이나 불변의 진리는 없기 때문에, 적절한 여렴 수렴 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는 것"이라고 이해를 구했다.
주 조세정책관은 "성장을 통한 분배구조 개선이라는 정부 정책이 국민에게 의심받게 되면서 중도실용으로 선회했고 재정 건전성 때문에 세율 인하를 연기하게 됐다"면서 "세율 인하는 유예됐을 뿐 감세 정책 기조가 변한 건 아니다"고 밝혔다.
반면 정필모 KBS 해설위원은 "법인세 감면이 기업의 투자나 고용 확대 기여했는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기업 입장에선 노사관계 안정이나 규제 완화가 투자를 이끄는 것인데, 법인세 경감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나"라며 다른 각도에서 현 정부의 조세정책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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