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소속 박윤배 부평구청장 부인 손아무개(55)씨가 '제3자 뇌물취득' 혐의로 1심에서 구속된 상황에서 진행된 항소심 재판에서 핵심 피고인이 2억원의 뇌물을 부인에게 전달하지 않았다고 진술해 재판 결과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 청장의 부인과 함께 기소된 박 청장의 전 비서 임아무개(43)씨는 10일 항소심 피고인 신문에서 민영 주차타원 건설 사업과 관련해 수수한 2억 원을 박 청장의 부인 손씨에게 전달하지 않았으며, 개인 채무 등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피고인 임씨 "2억원 손씨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검찰은 손씨가 2005년 8월~9월 경 부평구 삼산동 공영주차장 민자유치사업 인허가 청탁과 함께 부평구청장 전 수행비서 임씨로부터 2억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기소했다. 손씨는 같은 해 8월 말께 지하철 7호선 부평구청역 공사와 관련, 건설사측이 편의제공 청탁과 함께 임씨에게 전달한 5000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임씨는 피고인 심문에서 자신의 친구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받은 2억원을 가족과 지인들에게 빌린 돈을 갚는 데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서울지하철 7호선 공사 업체로부터 받은 5000만원도 박 청장의 부인에게 전달하지 않았고, 자신이 받아 다시 업체 소장에게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임씨는 검찰 조사과정에서 검찰이 박 청장 부인을 기소하기 위해 계속 압박해서 허위로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만약 임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손씨는 '3자 뇌물취득' 혐의에서 벗어나고, 임씨가 '3자 뇌물취득'을 한 것이 돼, 임씨에 대한 공소장 변경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으면 임씨도 무죄가 가능해진다.

이로 인해 재판부는 변호인의 주장을 사실이라는 전제로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주문했다. 법원의 주문은 매우 이례적인 주문이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손씨에 대한 무전을 전제로 뇌물을 수수한 임씨에 대한 공소장 변경을 검찰에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기대했다.

하지만, 임씨는 1심 재판 마지막 심리에서도 당초 검찰에서 한 진술을 번복했지만, 재판부는 임씨의 번복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임씨의 이번 진술을 재판부가 어느 정도 인정할지는 알 수 없다.

이날 김창석 재판장(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은 "검찰 압박으로  손씨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는데, 당초부터 구청장에게 2억원을 전달했다고 하지 왜 부인을 끌어들였냐. 일반 상식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실제 갈 사람은 구청장이어야 하지 않냐"고 임씨의 진술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밖에도 임씨의 재산 형성 과정 일부에 대해서 의문을 갖고 임씨를 추궁했다.

이에 대해 임씨는 "변호사와 상의하는 과정에서 사모(=손씨)로 진술하면 딜(=거래)하는 조건으로 갈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진술했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임씨의 진술에 신뢰성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손씨 외에도 임씨도 실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날 재판부는 "만약 변호인의 주장과 임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임씨에 대한 공소장 변경이 필요해 보인다"며, "17일 재판을 종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판 연기로 한나라당 후보군 '난처'

한편, 재판이 또다시 일주일 연기되면서 부평구청장 출마를 준비 중인 한나라당 소속 예비후보군들의 정치적 행보가 꼬이고 있다. 한나라당 인천시당은 지난 9일 지방선거 후보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이달 15일부터 신청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손씨의 항소심은 빨라도 이달 말이나 끝날 것으로 예상돼, 시의원 신분으로 구청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강문기·고집섭 시의원은 선택의 여지가 줄고 있다.

사실상의 공천권을 가지고 있는 조진형(부평갑) 의원은 수차례 사석에서 "항소심에서 무죄가 난다면 박 구청장이 가장 경쟁력이 있다"는 의사를 밝혀왔기 때문에 유무죄 여부를 지켜봐야하는 이들 시의원들은 공천 신청서도 제출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로 인한 최대 수혜자는 예비후보로 등록한 오태석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 연기로 인해 예비 경쟁자들의 활동이 2주 정도 늦춰질 수 밖에 없?상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