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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OO과 조두순과 亡羊補牢(망양보뢰)

'양 잃고 양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다'

등록|2010.03.11 10:36 수정|2010.03.11 10:36
지금껏 망양보뢰를 '양 잃고 양우리 고친다'는 뜻인 사후약방문과 같은 의미로만 알고 있었다면 조두순과 김OO 사건을 계기로 망양보뢰의 참 뜻을 새겨 볼 때이다.

망양보뢰는 楚의 襄王과 莊辛에 관한 일화가 담긴 사자성어로 당시의 의미는 현재의 의미와는 반대로 '양 잃고 양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다'는 의미다. 초의 장신은 양왕에게 '사치와 향락에 빠진 신하들을 멀리하시고 폐하 또한 국사에 전념하여 주십시오'라는 진언을 하지만 오히려 심하게 욕을 먹자 趙나라로 가게 된다. 그러나 불과 몇 달 후진나라의 공격으로 양왕은 성양으로 망명하는 처지가 되자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장신을 다시 부르게 되고 이때 양왕에게 장신이 한 말이다.

장신은 '폐하, 사냥을 나가서 토끼를 보고 사냥개를 불러도 늦지 않으며, 양을 잃은 뒤에 양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습니다'고 아뢴다. 이는 다분히 긍정적인 말로써 실수나 실패의 경험을 거울 삼아 거기에 걸맞는 대책을 강구한다면 늦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이런 긍정의 의미가 세월이 흐르면서 '유비무환'을 교육하기 위해 본 뜻과는 달리 부정의 의미를 더 강조하여 전래된 것이다.  

이 대통령의 사회적 약자, 특히 아동과 여성을 대상으로 한 흉악범죄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고 강력한 대응 방침을 밝힌 지난 8일 수석비서관회의 후 경찰이 연인원 3만명을 동원하여 4일 만에 수배사건 14일 만에 김OO을 검거했다. 또한 성범죄자에 대한 관리가 한층 강화되고 일선 경찰서에서는 성범죄 수배자를 검거 최우선에 두고 성범죄출소자 전담관리제도를 시행한다고 한다.

하지만 2006년 '전자팔찌법' 처리를 촉구를 위해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눈물의 1인 시위를 벌였던 진수희 의원 등이 지난해 11월 제출한 성폭력 범죄자의 주거를 제한하고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범죄의 처벌을 강화하는 개정안은 여전히 법사위에 계류중이다.

2월 23일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를 통과한 "아동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이웃 주민에게 우편으로 통보하고 피해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 범죄자의 공소시효를 정지"하는 법안마저 본회의 상정이 대기 중이더니 조두순을 시작으로 김OO 사건을 거치고서야 가속도가 붙을 모양이다.

이제라도 토끼를 보고 사냥개를 부르던 양을 잃고 양 우리를 고치던 간에 의원님들의 행보가 빨라지기 시작했다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6월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비록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는 아니지만 변화는 밑으로부터의 변화가 가장 튼튼한 뿌리를 가진다는 것을 새겨야 할 때이다. 망양보뢰를 가슴에 새기며 후회없는 선택을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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