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적' 없애야 말 된다 (300) 단세포적

― '단세포적 발상', '정말 단세포적인 사람들' 다듬기

등록|2010.03.11 13:36 수정|2010.03.11 13:36

ㄱ. 단세포적 발상

.. 그는 결국 돈 때문에 떠나간 사랑을 돈으로 찾겠다는 단세포적 발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법으로 재산을 축적한 불법축재자였으며 ..  <장영희-문학의 숲을 거닐다>(샘터,2005) 63쪽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에 '결국(結局)'이라는 낱말을 쓰는 분들이 많습니다. '끝내'나 '마침내'나 '끝끝내'나 '그예' 같은 낱말을 쓰는 분이 참으로 드뭅니다. '발상(發想)'은 '생각'으로 고쳐씁니다. '불법(不法)으로'는 그대로 두어도 되나, '법을 어기며'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재산(財産)을 축적(蓄積)한 불법축재자(不法蓄財者)였으며"는 앞서 나온 '불법'이 잇달아 다시 나오니 겹말입니다. "재산을 나쁘게 모은 사람이었으며"나 "돈을 긁어모은 사람이었으며"로 다듬어 줍니다.

 ┌ 단세포적(單細胞的) : 생각이나 의식(意識)이 지극(至極)히 단순(單純)하여
 │    차원이 낮거나 하나밖에 모르는
 ├ 단세포(單細胞)
 │  (1) 한 생물체 안에 단 하나의 세포가 있는 것
 │  (2) 행동 따위가 상당히 단순하고 원초적인 사람을 이르는 말
 │   - 그렇게 먹고도 또 먹어? 이 단세포야! / 생각 좀 해라, 단세포처럼 그러지 말고
 │
 ├ 단세포적 발상으로
 │→ 어리석은 생각으로
 │→ 철없는 생각으로
 │→ 바보 같은 생각으로
 │→ 터무니없는 생각으로
 └ …

국어사전에는 '단세포'라는 낱말만 나오고 '단세포적'은 실려 있지 않습니다. 인터넷을 뒤지니 인터넷 한자사전에 '단세포적'이 실리며 풀이가 나오는데, 온통 묶음표를 넣으며 한자를 달아 놓습니다. 아무리 한자사전이라 한다지만 "생각이나 의식(意識)이 지극(至極)히 단순(單純)하여"처럼 말풀이를 달아야 했을까 궁금합니다. "생각이 아주 짧아 하나밖에 모르는"쯤으로 풀이를 달 수는 없었을까 싶어 아쉽습니다.

그러나, 이런 말마디 '단세포적'을 다루는 한자사전이나 국어사전이나 더없이 생각이 짧습니다. 그지없이 생각이 얕고, 참으로 철이 없다 할 만합니다. 하나만 볼 줄 알 뿐더러, 하나조차 제대로 본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똑똑하거나 또렷한 길로 나아가지 못하며, 어리숙하거나 얄궂은 길에 쉬 빠져듭니다.

겉멋은 부리지만 속멋은 모른다 하겠습니다. 겉차림은 하지만 속차림은 못한다 하겠습니다. 겉은 꾸미며 이쁘장하게 보이지만 속을 꾸미지 못하여 이쁘장한 마음이 되지 못합니다. 우리 세상이 온통 겉치레로 흐르면서 우리 생각과 삶 또한 겉치레로 흐르고, 우리 생각과 삶이 겉치레에서 허덕이면서 우리 말글 또한 겉치레가 가득하고 맙니다.

 ┌ 사랑을 돈으로 찾겠다는 멋모르는 생각으로
 ├ 사랑을 돈으로 찾겠다는 바보스런 생각으로
 ├ 사랑을 돈으로 찾겠다는 어이없는 생각으로
 ├ 사랑을 돈으로 찾겠다는 철부지 생각으로
 ├ 사랑을 돈으로 찾겠다는 미련한 생각으로
 ├ 사랑을 돈으로 찾겠다는 답답한 생각으로
 └ …

곰곰이 따지고 보면 홑세포이든 단세포이든 '단순하고 원초적인 사람'을 놓고 이런 이름으로 가리키면서 깎아내리는 일은 올바르지 않습니다. 한 가지만 안다고 해서 어리석거나 어설플 까닭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만 안다 하여도 옳고 바르고 착하고 아름다이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더없이 믿음직하고 멋있고 훌륭하다 할 만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먹고도 또 먹어? 이 단세포야!"가 아닌, "그렇게 먹고도 또 먹어? 이 먹보야!"라고 해야 올바릅니다. "생각 좀 해라, 단세포처럼 그러지 말고"가 아닌, "생각 좀 해라, 바보처럼 그러지 말고"나 "생각 좀 해라, 멍청이처럼 그러지 말고"라고 해야 알맞습니다. 우리는 우리 말을 올바르게 가누면서 우리 생각을 올바르게 가누어야 하겠고, 우리 삶을 함께 올바르게 가누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 단세포적 취미 → 철없는 취미 / 어줍잖은 취미
 ├ 단세포적인 이유는 → 어줍잖은 까닭은
 ├ 단세포적인 논리로 → 어설픈 논리로
 ├ 단세포적 몰입교육은 → 바보 같은 몰입교육은 / 터무니없는 몰입교육은
 ├ 단세포적인 사회인 것 같아 → 터무니없는 사회 같아 / 어리석은 사회 같아
 └ 단세포적인 접근이고 → 하나만 알며 다가서는 일이고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모습이라면 '어리석은' 모습이요, '바보 같은' 모습이며, '터무니없는' 모습입니다. 때로는 '철없'거나 '철딱서니없'다 할 만한 모습이며, '멍청한' 모습이거나 '미련한' 모습입니다.

하나를 안다고 해서 잘못이라거나 모자라지는 않지만, 우리 둘레에서 하나만을 알면서 어떠한 일을 밀어붙이는 분들은 으레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지나친 외곬로 빠지면서 치우치거나 비틀려 있고, 치우치거나 비틀린 제 모습을 깨닫지 못하면 터무니없을 뿐 아니라 '어이없'고 '어처구니없'거나 '엉망진창'이나 '엉터리'인 모습으로 나동그라지기까지 합니다.

삶도 넋도 말도 제자리를 슬기롭게 찾아야 합니다. 삶이며 넋이며 말이며 제길을 힘차고 곧게 가야 합니다. 삶과 넋과 말이 함께 사랑스럽고 넉넉한 품을 보듬을 수 있어야 합니다.


ㄴ. 정말 단세포적인 사람들

.. 그래서 싸움이라고 하는 건가. 정말 단세포적인 사람들이야 ..  <탄 카와이(그림),로쿠로 쿠베(글)/김희정 옮김-라면 요리왕 (21)>(대원씨아이,2008) 51쪽

"싸움이라고 하는 건가"는 "싸움이라고 하고 있나"나 "싸움이랍시고 하고 있나"로 다듬습니다. '정말(正-)'은 '참말'이나 '참으로'나 '더없이'로 손질해 줍니다.

 ┌ 단세포적인 사람들이야
 │
 │→ 생각이 짧은 사람들이야
 │→ 생각을 안 하는 사람들이야
 │→ 생각없는 사람들이야
 └ …

으레 남자들을 놓고 단세포 같은 사람이라고 일컫습니다. 모든 남자를 놓고 단세포 같다 하지 않으며, 여자들을 놓고 단세포 같다고 할 일이 없지는 않겠습니다만, 참말 '단세포 같은 사람'이라는 소리는 거의 모든 자리에서 남자들을 놓고 이야기합니다.

꾸리는 삶이 한길이라서 품는 생각이 한쪽으로 치우치는지 모릅니다만, 한길을 고이 간다고 해서 사람이 하나만 알 수는 없습니다. 일구는 삶이 한 갈래뿐이라서 다지는 생각이 한켠에만 머무는지 모릅니다만, 한 갈래 길을 걷는다고 해서 사람이 하나밖에 모를 수는 없습니다.

 ┌ 참 하나만 아는 사람들이야
 ├ 참말 하나밖에 모르는 사람들이야
 ├ 그야말로 하나만 생각하는 사람들이야
 ├ 아주 하나밖에 볼 줄 모르는 사람들이야
 └ …

그예 우리 스스로 생각을 넓히지 못하기에 속 좁은 사람이 됩니다. 그저 우리 스스로 눈길을 틔우지 않기에 좁살뱅이 같은 사람이 됩니다. 그러니까 우리 스스로 마음밭을 일구지 않으니 얕은 울타리에 갇힌 사람이 됩니다. 그야말로 우리 스스로 사랑을 널리 나누려고 하지 않으니 밭은 사람이 됩니다.

좁은 삶에서 좁은 생각이며, 좁은 생각에서 좁은 말입니다. 얕은 삶에서 얕은 생각이며, 얕은 생각에서 얕은 말입니다. 밭은 삶에서 밭은 생각이며, 밭은 생각에서 밭은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