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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경운기 엔진에도 봄기운 되살아날까

쓸쓸히 봄눈 그대로 맞은 만능일꾼 경운기

등록|2010.03.11 13:47 수정|2010.03.11 13:47

▲ 3월의 봄눈을 고스란히 맞은 경운기 ⓒ 이장연


세월도 흐르고 세상도 변하면서 이젠 마을에선 소달구지와 '탈탈탈' 거리며 아침을 깨우던 경운기를 쉽게 볼 수 없습니다. 인천 계양산과 농부들의 마을마저 관통한 도로건설 등으로 논밭이 점차 사라져 그 많던 경운기도 자취를 감췄습니다.

요즘은 비좁은 주차장에 자동차들이 더 눈에 많이 띄지만, 예전에는 집집마다 경운기가 한 대씩 있었습니다. 힘겹게 몸으로 농삿일 하는 농부들에게 경운기는 고가의 외제차보다 요긴하고 안락한 자가용이었습니다. 경운기 한 대 가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 경운기의 경쾌한 엔진소리마저 사라지고 있다. ⓒ 이장연


▲ 눈위에 새겨진 경운기 발자국 ⓒ 이장연


그래서 먹고 살기도 힘든 가난한 농부들에게 경운기는 하나의 '로망'이었습니다. 덜컹거리는 비포장길을 무거운 짐과 사람들을 거침없이 싣고 내달리고, 논밭에서 일할 때는 경운기 만큼 요긴한 게 없었습니다. 거친 논밭도 갈고 모도 내고 지하수를 끓어올리는 물펌프도 되주고 정말 다재다능한 일꾼입니다.

그런 만능 일꾼들을 이젠 길 건너 인천아시안게임 선수촌 때문에 사라질 땅에서나 간혹 볼 수 있습니다. 그것도 기운찬 엔진소리를 내지 못하고 오랜동안 잠을 자고 있는 경운기를. 20년 넘게 고된 농삿일도 다 이겨냈지만 세상이 변하니 경운기도 쓸쓸한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강제수용으로 논밭을 통째로 빼앗기게 될 힘없는 농부들처럼.

▲ 농삿일을 못하게 되면 경운기도 자연스레 사라지게 된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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