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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신(新) 어부사

멸치털이 현장. 3

등록|2010.03.11 18:07 수정|2010.03.11 18:07

멸치털이 ⓒ 김재문


1.
칠성호 어부들
대낮처럼 밝은
집어등 불빛 아래
은빛 멸치 턴다.

만월을 잉태한 
비릿한 봄 멸치바다 
네 귀를 
단단히 손아귀에
움켜 잡고서,

칠성호 어부들
'*으싸 으싸..으싸'
박자에 맞추어
힘차게 묵직한
멸치 자망을 턴다.

텁텁한 막걸리
술힘이 들어간  
힘찬 구령 소리에 
맞추어 자망 속의 멸치들 
은빛 별빛처럼 털린다.

이번 멸치작업만 잘되면
김씨 손씨 이씨 박씨 최씨 천씨 오씨의
아들들... 딸들...
이번 새학기 등록금은
내가 다 해결 해 주겠다는
그 고마운 선장말씀에
젖먹던 힘까지 내서 
멸치를 턴다.

미세한 바다 플랑크톤 하나
빠져나가기도 힘든
촘촘한 멸치 자망 속의 멸치들 
털리고 털릴수록,
넝마처럼 떨어지는 
멸치 살점들이 얼굴에
머리에 거머리처럼 달라붙고,
어깨가 부서질 것 같지만
입술 앙다물고
'으싸 으싸 으싸'
몰려오는 졸음을 쫓으며
은빛 멸치를 턴다.

2.
일년 내내
독수공방하는
고생하는 마누라들에게
이번 멸치 작업만
잘 끝내면
내가 박하분 하나씩
사준다는 노 선장의 말이
실없는 농인줄
뻔-히 알면서도…
'으싸 으싸 으싸..'
목소리 볼륨을 높여
은빛 멸치 털고 턴다.

뚜-우
부지런한 
새벽 고깃 배들
여명을 열고
앞 다투어
하얀 물보라 날리며
무적 울릴 때까지
덧붙이는 글 * 멸치 털이 작업의 손동작을 일치 하기 위해 '으쌰 으쌰..." 구령에 따라 멸치 털이를 하기도 하고, 멸치 떼를 후려 낼 때에 부르는 노동요를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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