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아현수막'길이 20미터, 폭 6미터짜리 초대형 현수막이 유성의 한 정당선거사무소에 걸려있다. 이른바 '김연아현수막'으로 불리는 이 현수막에는 김연아가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후 환하게 웃는 사진이 새겨져 있다. ⓒ 윤형권
요즈음 김연아 선수의 인기가 높다보니 광고주들 사이에서도 최고의 대우로 모시려고 한다는 언론보도를 종종 접한다.
충남대학교에서 유성호텔로 가다보면 한 건물에 길이 20m, 폭 6m짜리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현수막에는 "멈추지 않는 열정이 있었기에 김연아 선수 세계의 최고가 되었습니다" 라는 큰 글씨와 함께 김연아 선수가 활짝 웃으며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는 사진이 있다.
현수막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한나라당 유성구정당선거사무소'라고 되어 있다. 과연 누가 이런 초대형 현수막을 걸었는지 좀 더 자세히 알아 보았다.
문제의 현수막은 약 일주일 전부터 걸렸는데, 현수막이 걸린 빌딩 3층에는 진동규 유성구청장(한나라당)이 후보등록을 하기 전 선거사무원 교육 등을 하기 위해 '준비사무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현수막을 주문한 사람이 유성구청장 비서실 K씨(39세) 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현수막은 유성구에 있는 K 간판업체에서 제작한 것이며 현수막 제작비만해도 무려 120만 원에다 부착하는 크레인 비용 30만 원을 합쳐 150만 원이 든 것으로 밝혀졌다.
간판업체에서는 이 현수막을 '김연아 현수막'으로 부르고 있다.
'김연아 현수막'을 걸기까지 고민한 흔적도 발견했다. 한나라당 대전시당 P씨에 의하면 "김연아 이미지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의도는 없는 것 같다. 아마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표현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며 자세한 것은 현수막을 주문한 유성구청 비서실에 문의해보라고 말했다.
이른바 '김연아 현수막'을 주문한 유성구청 비서실 K씨에 의하면 "오해 할 수도 있지만 본래 뜻은 김연아 선수를 이용하려는 게 아니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에 대해 유성구에 사는 H(22·남)씨는 "현수막을 처음 본 순간 기분이 나빴다"며 "상업광고도 아니고 정치인들이 당선을 위해 김연아 이미지까지 도둑질 하려는 것 같아 매우 불쾌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동에 사는 L(46·여)씨는 "해도해도 너무한다, 티 없이 깨끗한 이미지의 김연아를 정치인이 자기 이미지 가치를 올리려고 한 것에 분한 생각이 든다"며 얼굴을 붉혔다.
뜻이 아무리 좋아도 방법이 틀리면 그 뜻도 본래의 의미를 잃게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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