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마음공부, 차~암 쉽죠잉!

어디서든 마음 맞으면 이렇게도 '마음공부' 할 수 있다

등록|2010.03.12 14:05 수정|2010.03.12 14:05

정상오씨이 공부의 리더 정상오 씨가 활짝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웃음 만큼이나 이 모임은 차분하면서도 활발하다. ⓒ 송상호




가정에서,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쌓여만 가는데, 어디 가서 '마음공부'해서 풀고 싶지만, 마땅한 데도 없고 엄두도 나지 않고 돈도 괜히 많이 들 거 같고. 이럴 때 이런 방법 어떨까.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마음공부'를 집에서 거의 혼자서 하고 있었던 정상오씨. 그러던 중 한 모임에서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마음공부'를 털어놓았고, "야, 그거 좋은데요. 우리도 함께 해보죠"라고 몇 사람이 호응한 것. 손해 볼 거 없다 싶은 정상오씨는 "그럼 좋지요. 한번 해보죠"라고 답했다.
이렇게 시작된 마음공부. 모임의 타이틀을 무엇으로 정할까 고민하는데, 옆의 동료가 "행복한 마음공부, 그거 좋다 좋아"라고 제안했다. 그래서 모임 이름이 '행복한 마음공부'로 정해졌다. 그 후, 공유하는 홈페이지 몇 군데에 언제 모이라고 공지한 것이 모임홍보 전부다.

명상 중지금은 명상 중. 이 마음공부의 리더 정상오씨의 명상 모습이다. 오랫동안 해왔다는 '프로 명상가'라는 느낌이 날 정도다. ^^ ⓒ 송상호



시작하는 첫 주 모임에 5명, 다음 주 모임에 7명, 그 다음 주 모임에 8명. 전혀 예상치도 못했는데, 모이는 성적이 꽤나 좋았다. 막상 이야기는 되었지만, 뭐든지 막상 시작하면 모이기 쉽지 않을 텐데도 말이다.

진행은 이렇게

어떤 식으로 진행하느냐고. 진행자의 신호에 따라 약 5분간 모두 앉아서 차분하게 명상을 한다. 그리고 미리 준비된 노트북을 켜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의 강의를 약 40분간 시청한다. 강의 내용은 '자식과 부모, 아내와 남편, 형제지간'등 가정 이야기다. 다시 진행자의 신호에 따라 약 10분간 명상을 한다. 처음 명상과 달리, 이번 명상은 강의 내용을 맘에 두고 한다.

시청 중지금은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을 인터넷을 통해서 시청하고 있다. 가정사 이야기인데다가 시종일관 웃기는 강의여서 공감대가 잘 형성되는 듯 보였다. ⓒ 송상호



그리고 눈을 뜬다. 이제야 정식으로 서로 인사를 한다. 명상하던 차분한 분위기는 순식간에 공중으로 날아가 버린다. 어느 새 모두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고, 무슨 말만 하면 서로 깔깔대며 웃는다. 신기한 건 그들 중에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이 절반 이상이라는 것이다. 물론 1시간 가까이 법륜스님 인터넷 강의를 듣는 중 함께 배꼽을 잡고 웃고, 동감한다는 박수를 친 결과이리라. 이미 그들 사이엔 어색한 벽이 허물어지고, 마음의 문이 열려 있었던 것이다.




"저는 오늘 법륜 스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제 자신이 얼마나 남편에게 요구를 많이 하고 살았는지를 깨달았어요. 돌이켜 보면 남편이 저에게 많이 맞추고 산 거 같아요. 그래서 고맙기도 하지만, 남편에게 좀 더 요구하지 않도록 해야겠어요"라는 한 주부. 오늘 처음 이 모임에 왔고, 자신의 가정사 이야기를 하면서도 시종일관 웃으며 말을 풀어나간다. 

"저는 직장에 있는 사람과 마음이 안 맞아서 죽겠어요. 뭐라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차마 못하고 있고. 이걸 어떡하나 생각했는데, 오늘 이 강의를 들으면서 한 번 제대로 말해 볼까 해요. 잘 안 되지만, 스님 말씀대로 1주일간 기도하면서 시도해볼까 해요." 한 남성 직장인의 고백이다. 그도 오늘 모임에 처음 참석했다.

나누기서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웃느라 바쁘다. 참으로 신기한 묘약들을 먹었나 보다. ⓒ 송상호



처음인데도 모두 서슴없이 자기 가정사 털어놓아

"사실 이런 이야기들을 제 아내에게도 잘 하지 않는데, 이 모임에서 하게 되네요. 참 신기하죠. 하하하하하하."
이런 말을 하는 한 남성 참가자의 웃음소리가 요란하다.
 



"사람들이 이런 모임에 참 갈급해 한다는 걸 알았어요. 모두 다 말은 하지 않지만, 기회와 시간과 장소가 없어서 못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걸 말이죠." 
또 다른 남성 참가자의 말이다.

이들이 하는 '마음공부'는 매주 목요일(4주는 휴무) 오후 7시 30분, 금산동 우리생협의원 2층 사랑방에서 한다. 아직 회비는 없고, 마음하나만 준비하면 된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가능하다.

이 모임의 장점은 마음만 있으면, 뜻이 맞는 사람 몇 명이서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것.  사람들은 돈을 내고 시간을 들여, 일부러 법륜 스님 같은 고승을 찾아가지 않는가. 종교도 전혀 상관없다. 이 모임엔 기독교인도 몇 명이나 되니까.

노트북 하나 놓고 이런 좋은 '마음공부'를 하다니, "'마음공부' 하기 차~암, 쉽죠잉."
   

나누기서로 강의 소감을 나누면서 활짝 웃고 있다. 이 세 사람만 해도 모두 이 강의에서만큼은 첫 만남이었다. ⓒ 송상호

덧붙이는 글 '행복한 마음공부' 리더 정상오씨 miruks@empal.com 011-9721-4273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