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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들녘 농부의 짧은 여유, 카푸치노 한 잔

비닐하우스에서 밭일하다 따듯한 커피로 봄추위 녹여

등록|2010.03.13 16:24 수정|2010.03.13 16:24

▲ 점심을 먹고 따듯한 커피 한잔으로 몸을 녹였다. ⓒ 이장연



도로가 나고 점차 마을이 변하면서 촌동네에도 '공촌다방'이란 이름의 다방이 생겼었습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농번기에 다방 여종업원이 스쿠터에 커피를 싣고 논밭을 오가는 모습을 종종 보곤 했습니다. 농촌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흔치않은 모습 말입니다.

하루 종일 뙤약볕 아래서 땀흘려 일하는 농부들이 다방 커피를 배달시켜 마시는 일은 영악한 도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커피 문화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다방 커피 한 잔은 고된 일을 잠시 내려놓고 들판에 둘러앉아 잠시 쉬어가는 여유 그 자체였습니다.

특히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봄 들녘에서 정신없이 일하다 점심 도시락마저 까먹고 나면 졸음이 한없이 밀려옵니다. 그래서 들판에 아무렇게나 누워 낮잠을 청하기도 하지만, 쉽게 눈이 떠지지도 않고 피곤한 몸은 여기저기 쑤셔옵니다. 그럴 때 밀려드는 춘곤증 기운을 물리칠 커피 한 잔을 마시면 그나마 일할 맛이 납니다. 굳이 다방 커피가 아니더라도.

봄철 졸음이 온다고 커피를 자주 마시는 게 좋지 않다고 하지만, 도시인들처럼 마냥 커피(자판기)를 끼고 마시는 것도 아닙니다. 밭일하다 잠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귀 기울이며, 아직 싸늘한 봄추위를 떨쳐낼 겸 마시는 커피는 커피전문점에서 사마시는 고급커피보다 훌륭합니다. 그것이 아무리 인스턴트 카푸치노라 해도.

▲ 비닐하우스에서 어머니가 타준 카푸치노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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