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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소밥 주세요. 선생님은 토마토 따고..."

교수와 교사·사업가 6명...시설원예·축산 자원순환 유기농 실현

등록|2010.03.15 19:16 수정|2010.03.15 19:16

▲ 이시현 대표가 하우스에서 방울토마토의 가지를 손질하고 있다. 이 대표는 죽염 생산 업체를 경영했었다. ⓒ 이돈삼


"물론 소득이 중요하죠. 하지만 이보다 먼저 자연생태 환경을 보전하면서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게 가장 큰 보람이죠. 지역농업 발전에 기여하면서 행복한 노후까지 설계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어요?"

전·현직 교수와 교사, 사업가 등으로 이뤄진 농업회사법인인 (주)지엘 이시현 대표의 말이다. 지엘은 Green Land(푸른 초원)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

여기에는 조선대학교 외국어학부 박길장(63) 교수와 함평나산중고 문대현(63) 전 교장, 광주송원고교 변재철(54) 교사, 광주송정초교 이문식(56) 교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사업체 운영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이시현(57)·송태윤(56)씨는 법인의 대표와 전무를 각각 맡고 있다.

지엘의 농사규모는 방울토마토와 시설채소를 돌려짓기 하는 하우스 1만6500㎡와 소 100두, 돼지 200두, 오리 600수 등을 기르고 있는 축사 1만500㎡ 등이다. 지금 하고 있는 축사 수리가 끝나면 돼지 2000두 가량을 더 입식할 예정이다.

▲ 문대현 전 교장의 부인이 하우스에서 방울토마토 가지치기 작업을 하고 있다. 이곳의 일은 대부분 귀농자 가족들이 전담한다. ⓒ 이돈삼


▲ 송태윤 전무가 직접 발효시킨 친환경 제제를 살피고 있다. ⓒ 이돈삼


이들이 귀농, 전라남도 나주시 다시면 문동리에 (주)지엘을 설립한 건 지난 2003년. 은퇴 후 유기농업을 해볼 요량으로 농원 부지를 찾던 이씨에게 같은 성당에 다니던 박 교수 등이 힘을 보태 성사됐다. 박 교수 등도 은퇴한 다음엔 시골에 가서 농사지을 생각을 하고 있던 터였다.

유기농업에 의기투합한 이들은 똑같이 수천 만 원씩 출자해 농원을 일구기 시작했다. 참여자들이 모두 은퇴하기 전까지는 이 대표와 송 전무가 농원관리를 책임지기로 했다. 나머지 가족들은 주말이면 농원에 모여 풀을 뽑고 수확을 하는 등 일손을 거들고 있다.

▲ 방울토마토 하우스 가운데에는 벌통이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 지엘의 퇴비 제조장. 축분과 농산부산물을 활용해 퇴비를 직접 만들고 있다. ⓒ 이돈삼


이들이 실천하는 농법은 축산과 원예를 연계한 친환경 자원순환 유기농법. 축산 분뇨를 퇴비로 만들어 방울토마토 재배에 활용하고, 방울토마토 재배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다시 축산 사료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소득은 처음부터 그리 큰 관심이 아니었다. 안전한 먹을거리 생산에 비중을 뒀기 때문이다. 자연생태 환경 보전과 지역농업 발전에도 보탬이 되면서 행복한 노후까지 설계할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었다.

▲ 이시현 대표가 축사에서 소에 짚을 먹이고 있다. ⓒ 이돈삼


이들은 고품질 유기질 퇴비 확보를 위해 먼저 한우와 돼지 수백 마리를 사들여 키웠다. 항생제는 처음부터 전혀 쓰지 않았다. 대신 숯가루와 대나무 추출액, 죽염 등을 조사료(粗飼料)와 섞어 먹였다. 자원순환농업을 위한 기반을 다진 것이다.

축사에서 나온 축분은 톱밥과 미강 등을 섞고 숙성시켜 양질의 퇴비를 생산, 방울토마토 재배토양에 뿌렸다. 병해충은 천적을 이용해 잡았다.

땅심은 미생물제제와 상품성이 떨어지는 방울토마토, 흑설탕 등을 섞어 만든 액비를 물에 희석시켜 뿌려주는 것으로 높였다. 당귀와 계피 등을 막걸리에 섞어 숙성시킨 한방영양제도 뿌려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 방울토마토 수확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소득보다 안전한 먹을거리 생산이 우선이라는 뚜렷한 신념과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조언을 받고 전문서적을 뒤적이며 재배기술을 익혔다.

▲ 지엘의 시설하우스에서 벌이 방울토마토의 꽃에 달라붙어 수정을 하고 있다. ⓒ 이돈삼


▲ 토실토실 영글어가는 방울토마토. 이달 말부터 출하할 것들이다. ⓒ 이돈삼


자원순환 유기농법의 성과가 나오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이 농원에서 생산된 방울토마토는 유기인증을 받아 안전한데다 평균 당도 10∼12도 브릭스로 달고 향도 살아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같은 사실은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퍼져 나갔다.

여기서 생산된 방울토마토는 광주광역시 봉선동에 개설한 전용매장(푸른초원)에서 다른 농가에서 생산한 것보다 훨씬 높은 값에 불티나게 팔렸다. 매출이 부쩍부쩍 늘어난 것도 당연한 일.

방울토마토는 방울토마토대로, 한우와 돼지는 그것대로 큰 소득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규모의 경제'를 꾸리진 못하고 있다. 아무런 보조지원 없이 육묘장과 축사, 퇴비사 등 재배시설을 늘리는데 치중한 탓이다.

▲ 이시현 대표가 옮겨 심을 양배추의 발아상태를 살피고 있다. ⓒ 이돈삼


올해도 이달 말부터 수확할 방울토마토의 판로 걱정은 없다. 이미 예약을 받아놓은 분량도 상당하다. 학교급식 물량도 꽤 된다. 그렇다고 고민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전용매장에서 자체 생산한 농산물과 고기만 취급하다 보니 일년 열두 달 물량을 대줄 수 없는 게 문제다. 농업규모의 한계 때문이다.

이시현 대표는 "나이 든 사람들이 모여 농사지으면서 좋은 먹을거리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보람 있는 일"이라면서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연중 공급할 수 있도록 여건이 되는대로 농사규모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귀농자와 귀농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며 행복한 노후를 보낼 생각으로 들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노인운동시설과 실버타운 조성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 전남 나주시 다시면에 있는 지엘의 하우스. 교수와 교사, 사업가들이 귀농해 일군 농원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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