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초중등 무상급식 밥값, 여기 있수다

[지방선거 10대 어젠다-무상급식] 교육예산 증가분으로 가능... 의지 문제

등록|2010.03.18 10:15 수정|2010.05.15 19:45
<오마이뉴스>는 올해 창간 10주년 기획의 일환으로 국내 11개 진보싱크탱크들과 공동으로 '지방선거 10대 어젠다'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삽보다 사람'이라는 주제가 붙은 이번 기획을 통해 거대 담론보다는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과제를 구체적으로 선정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 한나라당의 '안방' 경남 합천군은 초중고 100%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현하고 있다. 합천군 합천초교에서 11일 점식식사로 제공된 음식. ⓒ 박상규


무상급식으로 한창 격돌하고 있습니다. 한쪽은 무상급식을 말하고, 다른 한쪽은 '사회주의', '좌파 포퓰리즘', '부자급식' 등으로 불가를 외칩니다. 예산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월 12일 무상급식과 관련하여 "형편이 되는 사람은 사먹으면 좋을텐데 사람들 마음이 안 그렇다"면서 "있는 사람은 자기 돈으로 하고, 그 돈으로 서민을 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대통령의 핵심 측근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은 3월 11일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만남에서 "나라의 예산 규모라는 게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인기만 갖고는 안 되지 않느냐"고 예산을 언급합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그 돈이 하늘에게 떨어지느냐"라고 한 마디 던진 다음, "결국 국민들이 그만큼 세금을 더 내줘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12일에는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도 마이크를 듭니다.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 토론회에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이들에게 점심 값을 다 내줄 만큼 우리 정부가 한가하거나 여유가 있지 않다"고 언급합니다. 무상급식 할 예산이 없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2011년엔 초등 가능, 2012년엔 초중등 2번씩 하고도 남아

그동안 나온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쪽에서 말하는 무상급식 예산 논리는 두 가지입니다. '4대강 대신 무상급식'과 '부자감세 안 하면 가능'이 그것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사업을 안 하면 당장 무상급식을 할 수 있다는 그림입니다. 이 논리는 MB 정책과 무상급식을 대비시키는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4대강과 부자감세를 철회할 생각이 없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따라서 다른 것도 한 번 살펴봅니다. 여러 기관에서 나온 공신력있는 수치를 가지고, 무상급식 소요 경비와 앞으로 늘어날 교육예산 규모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먼저 초중학교 등 의무교육 단계의 무상급식에 소요되는 비용은 국회 예산정책처가 작년 9월에 추계한 바 있습니다. 2008년 학부모가 부담한 금액에다가 소비자물가상승률, 급식종사자 인건비의 예상 증가율, 학생수 감소 등을 반영하여 산출하였습니다.

앞으로의 초중등 분야 교육예산은 작년 10월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09-201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참조합니다. 여기에 올해 예산을 감하면 향후 몇 년 동안의 초중등교육예산 증가분이 나옵니다. 다음의 표가 그려지는 겁니다.

▲ 향후 3년간 초중등교육예산 증가분과 무상급식 소요경비(기획재정부의 2009-2013년 국가재정운용계획, 국회 예산정책처의 김춘진 의원안 비용 추계서,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 참조하여 만듬) ⓒ 송경원


올해 교과부 소관의 초중등교육분야 예산은 32조 8762억 원입니다. 정부가 5개년도 중기계획에서 잡은 내년 예산은 34조 4909억 원입니다. 올해보다 1조 6147억 원이 늘어납니다. 이런 식으로 내후년 2012년에는 4조 8931억 원(도합 37조 7693억 원), 2013년에는 8조 5467억 원(도합 41조 4229억 원) 증가합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학생수 감소나 소비자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할 때 내년 무상급식 소요경비는 초등학교 1조 410억 원, 중학교 7620억 원 등 모두 1조 8035억 원입니다. 2012년은 1조 7908억 원, 2013년은 1조 7330억 원입니다.

이 수치들이 의미하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내년의 증가분 예산으로 초등학교 무상급식이 가능합니다. 초중등분야 예산이 1조 6147억원 늘어나는데, 이 돈이면 초등학교 무상급식(1조 410억원)을 할 수 있습니다.

둘째, 내후년 2012년부터는 의무교육단계의 무상급식(1조 7908억 원)을 하고도 남습니다. 2012년의 경우 4조 8931억원이 증가하는데, 이 돈이면 초중특수학교 급식을 무상으로 2번 넘게 할 수 있습니다.

셋째, 지자체와 함께 하면 내년부터 바로 가능합니다. 무상급식하는 지역을 보면, 교육청과 지자체가 반반 부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경남교육청이 16억 원, 합천군이 17억 원 내는 합천군이 대표적입니다. 이처럼 5대 5 매칭펀드를 하면, 무상급식에 쓰이는 교육예산은 내년 9017억 원, 내후년 8954억 원, 내내후년 8665억 원입니다. 정부가 밝힌 초중등분야 교육예산 증가분(예컨대, 내년 1조 6147억 원)으로도 충분합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 없어도 의지만 있다면

그렇다고 세금을 더 내는 것도 아닙니다. MB 정부가 <2009-201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전망한 조세부담률은 내년 20.1%, 내후년 20.4%, 내내후년 20.8%입니다. 작년 추경의 20.5%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무상급식은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우선순위의 문제입니다. 경제성장률이 제고되면서 정부가 늘리겠다고 밝힌 예산으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돈'이 아니라 '증가분을 잘  사용'하면 되는 겁니다.

물론 앞으로 늘어날 돈의 용처도 이미 정해져 있는 것 아닌가라고 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5개년도 중기계획인 까닭에, 빈틈없이 '공구리' 쳐진 칸막이가 아닙니다. 정부만 하더라도 '학교의 역할 강화로 사교육비 부담 경감'과 '학교의 자율성 확대 경쟁 촉진으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등 2개를 중점사업 및 제도개선 과제로 제시하고 있을 뿐입니다. 2012년 '사교육없는 학교'에 예산 얼마를 배정한다고 밝힌 것도 아닙니다.

지난 1월 정부는 5개년 중기계획인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대해 "신중한 검토를 거쳐 보수적으로 수립"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관계부처 및 민간 전문기관 등이 정밀하게 분석하여 가장 '정확하고 실현가능한 전망치'를 채택한다고 말입니다.

정부의 '정확하고 실현가능한 전망치'에 따르면, 내년부터 초중등교육분야의 정부지출은 늘어납니다. 2012년이 되면, 올해보다 4조 8931억원 많아집니다. 같은 해 의무교육기관의 무상급식에 소요되는 비용은 1조 7908억원입니다. 초등학생, 중학생, 특수학생에게 무상급식을 2번 하고도 남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한편으로는 우려됩니다. 어느 날 청와대가 "내년부터 초등학교 무상급식 실시하겠다"고 발표하면, 순식간에 핵심 쟁점이 사라지면서 MB의 업적이 되니까요.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