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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道'가 '부끄럽道'다 되지 않기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의 민주당 후보 등록을 보며

등록|2010.03.17 13:59 수정|2010.03.17 13:59
출근길, 여느 때처럼 타박타박 회사까지 걷다 보면 부쩍 새로워진 풍경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것은 멀리서도 얼굴이 눈에 확 들어오는 대형 현수막들이지요.

제가 사는 곳은 제주도, 제주시에서도 아파트가 가장 밀집한 곳입니다. 당연히 사람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우리 동네에선 거의 모든 도지사 예비후보들의 현수막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곳 제주도에서도 6·2 지방선거의 대표선수들을 뽑기 위한 예선전의 막이 올랐습니다.

그런데 요즘 제주에서는 도지사 예비후보의 자질 문제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자치단체의 장을 뽑는 지방선거인데 제주도가 유독 그 이슈의 중심에 선 느낌입니다. 그리고 당사자인 우근민 전 지사는 선거운동을 따로 하지 않아도, 이미 인지도만큼은 확실히 높인 것 같습니다.

이 논란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현재 제주도지사 민주당 예비후보의 한 사람인 우 전 지사는 과거 성추행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물론 우 전 지사 본인은 성추행이 아닌 친근감의 표시였다고 해명하지만). 그런데도 이번 6·2 지방선거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16일 아침 중앙일간지를 보니 타 후보와 그 차이가 많이 좁혀졌다고 하지만 현 지지율을 보면 유력한 후보임은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현상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성추행 전력 정도(?)는 별 걸림돌이 되지 않을 정도로 우 전 지사가 그렇게 능력과 대중의 인기를 갖춘 분인지, 아니면 우리 제주도 사람들이 성추행 정도는 아주 관대하게 아량을 베풀어야 할 일 쯤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현 지지율을 설명할 수 있는 두 가지 중에서 하나가 정답일 수 있겠습니다. 어쨌든 우 전 지사의 성추행 전력과 현재의 지지율은 아직까지는 거의 영향이 없다고 하겠습니다. 어쩌면 이런 건재함 때문에 민주당이 우 전 지사를 선택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지금의 상황에서 제 생각을 말하라고 한다면 감히 저는 이렇게 표현하겠습니다.

'부끄럽道다.'

성추행인지 아닌지 헷갈리면 내 가족이 당했다고 가정하면 답이 나옵니다. 우 전 지사가 보기엔 이런 전력이 참으로 억울한 일일 수도 있겠습니다. 시간만 되돌릴 수 있다면 8년 전 그 일을 박박 지우고 싶을 겁니다. 친근감의 표현이었다고 항변하는 그때의 일이 이토록 자신을 옥죄는 낙인이 될 줄은 상상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선거사무실 개소식에서 자신은 "성추행범이 결코 아니다"라고 성추행 전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높은 지지율과 그 지지율을 바탕으로 영입한 민주당과 영입을 시도했던 한나라당모두 누가 누구를 탓할 처지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들의 눈엔 오직 당선 가능성만이 아른거리고 있으니까요.

그럼 그렇게 당선됐다면 그런 전력과 의혹이 다 해소되는 것일까요. 일시에 면죄부를 받기라도 하는 것일까요. 임기 동안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것이며 불협화음을 일으킴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뭐 그깟 과거 약간의 실수 하나 갖고 웬 난리냐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깟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냐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정면돌파든, 무소속이든 강행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구더기를 무릅쓰고 담근 장을 우리의 상에 내 놓을 수 있을까요. 아니지요. 제대로 장이 익기나 할까요.

이제 판단은 우 전 지사와 제주도민이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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