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종부세' 비난하던 경제학자들 문제 있다"
[고전에서 현실읽기]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번역한 김윤상 교수
"자연은 누군가가 생산해 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토지뿐만 아니라 천연자원과 환경 등 자연의 모든 것이 공공의 소유다. 어떻게 생산하지 않은 것을 개인이 가질 수 있는가. 자연의 일부를 소유하는 모든 사유제는 특권이다. 특권을 깨야 분배정의가 성립된다. 특권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하는 경우라면 그로 인한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환수해야 한다."
토지를 공공의 재산으로 하기 위해 지대세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 헨리 조지의 사상을 현대에서는 토지뿐만 아니라 자연의 일부를 소유하는 모든 특권에 세금을 걷는 것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김윤상 경북대 교수의 말이다.
17일 오후 7시30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진보와 빈곤> 두 번째 강독회가 진행됐다. 60여 명의 수강생과 김 교수는 강의가 진행된 2시간 동안 1초도 허투루 쓰지 않았지만 결국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강의 열기가 뜨거웠다.
김 교수는 "헨리 조지의 사상이 나왔던 때와 시대차이가 있어 지금은 안 맞는 것도 있을 것"이지만 "현대의 우파경제학자들도 인정하는 시대를 초월한 진리는 '토지사유제는 특권을 인정하는 제도'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경제학자들이 강단에서는 특권으로 발생한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토지보유세가 최선의 조세라고 가르쳐 놓고 돌아서서는 자신의 이익 때문에 참여정부의 '종부세'를 맹비난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헨리 조지의 사상, 오늘날에도 가능한가
지난 10일 첫 강의에서 김 교수는 "<진보와 빈곤>의 사상이 오늘날에도 유효한가"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이날 강의에서 김 교수는 3가지 쟁점으로 나눠 답변했다.
1. 오늘날에도 지대세를 단일세로 할 수 있는가?
"과세대상을 토지뿐만 아니라 자원과 환경 등 자연 전체로 확대하면 세수가 증액된다. 또 지대세를 걷는다는 것은 다른 세금은 깎아준다는 것이다. 지대는 산출에서 투입비용을 뺀 것인데 (노동소득) 세금이 깎이면 투입비용 줄기 때문에 지대가 상승한다. 다른 세금을 감액하면 지대가 상승하고 상승한 지대만큼 세금이 더 걷힌다. 예산이 충분히 될 것 같지만 오늘날 많은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2. 토지공개념과 지대세가 즉시 도입이 가능한가?
"헨리 조지는 악은 단숨에 해치워야 한다면서 '오늘이라도 당장하자'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지대를 환수하면 매매가격, 즉 집값은 제로가 된다. 집값은 현재와 미래 지대의 합인데 그것을 정부가 한 번에 환수하면 매매가격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질서가 혼란이 올 수 있다. 지대를 환수하려면 서서히 해나가야 한다. 그래야 경제위기가 오지 않는다."
"또 과거 미국에서는 땅을 무상으로 얻은 사람들이 많았지만 현재의 토지소유자는 땅값을 내고 땅을 샀다. 돈을 내고 샀다는 것은 지대를 이미 지불한 것인데 다시 지대를 내면 두 번 내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땅을 산 사람은 매입지가의 이자만 두고 지대만 걷는 '지대이자차액세'를 도입해야한다."
3. 토지를 공공의 것으로 하고 지대세를 걷으면 빈곤은 사라지는가?
"헨리 조지는 토지사유제만이 악이라고 봤기 때문에 지대만 사람들이 공유하면 탈빈곤이 가능하다고 낙관했다. 하지만 요즘 세상은 토지만 있다고 먹고 살 수 없는 세상이다. 토지 외에도 자금을 지원하고 노하우를 알려주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권을 없애야 한다. 정치경제 사회경제의 민주화가 이뤄져 특권 없이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헨리 조지다."
인간의 탐욕을 조절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강의가 끝나고 수강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헨리 조지의 사상인 지공주의가 성공하지 못한 것은 빈곤 문제가 사회제도가 아닌 탐욕이라는 인간의 본성 문제이지 않냐는 질문이 제기됐다. 김 교수는 "제도 이전에 인간이 변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제도의 역할은 있다"라며 아래와 같이 말했다.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수준을 높이고 탐욕을 없애야 한다. 제도가 그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도움을 줄 수 있다. 내가 어렸을 때는 교통질서가 엉망이었다. 차량이 많아지면서 교통질서를 안 지키고 혼란스러웠지만 신호등이라는 제도가 나타나고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처벌하는 제도가 나타나자 사람들이 질서를 지키기 시작했다. 이것을 보고 탐욕이 줄었다고 생각하면 오판이지만 그것이 나중에 몸에 배서 나만 좋기 위해 다른 사람의 통행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체화될 수 있지 않은가."
토지가치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수강생 송지영씨는 "과거 농본주의 사회에서는 토지가 생산에 가장 중요한 요소였지만 현대는 서비스산업, IT산업, 특히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산업은 토지 사용이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다"며 이 같은 산업에 대해 지대를 징수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토지의 가치가 '토질'에서 '토지위치'로 변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과거에는 토질이 중요했다. 지금은 위치가 좋은 토지가 더 가치있어졌다. IT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생각해보자. IT산업이 실리콘밸리로 집적되고 정보와 지식이 모여 산업이 발전한다. 실리콘밸리 주위의 땅 값이 오르고 더 많은 고급정보가 모이고 산업이 더욱 집적된다. 토지 위치가 가지는 가치는 계속 상승할 것이다."
엄민씨는 그런 토지의 가치를 어떻게 책정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김 교수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며 말했다.
"우리가 내고 있는 소득세를 생각해 보자. 소득세를 내려면 소득을 평가해야 하고 세금을 매기려면 총수입에서 수입을 얻기 위한 비용과 각종 공제내역을 빼야 한다. 하지만 개인의 총수입, 비용, 공제 내역은 정말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소득세는 자본주의 사회의 주종이 되고 있다. 토지의 지대를 알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동네 복덕방만 가도 그 일대의 땅값을 다 알 수 있지 않는가."
김 교수는 헨리 조지의 사상을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학문, 운동, 정치의 3박자가 맞아야 한다"며 답했다.
"나는 학문에 운동을 조금 가미해 이것(토지공개념)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가 목표로 해서 노력할 뿐이지 생전에 될지 영원히 안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역사를 통해 희망을 가질 수 있다. 200년 전 미국의 노예제도가 철폐되리라고는 당시에 누구도 믿지 않았다. 100년 전 남녀가 평등하게 투표권을 행사할 것이라고도 아무도 상상하지 않았다. 누가 지금 같은 세상을 꿈이라도 꿨겠는가."
이렇게 2주 동안 2회에 걸친 강의를 마치면서 김윤상 교수는 "여러 번 이런 강의를 했지만 이번처럼 정말 진지하고 수준 높은 청중은 처음"이라며 "여러분과 함께 한 이 자리가 내 이론을 단련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강생들도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강독회 '고전에서 현실읽기<진보와 빈곤>'은 24일 오후 7시30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에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희년토지정의실천운동 공동대표인 김경호 목사의 강연으로 이어진다. 강연과 관련된 자료는 '고전에서 현실읽기' 블로그를 통해 볼 수 있다.
▲ 김윤상 경북대 교수(자료사진) ⓒ 권우성
김 교수는 "헨리 조지의 사상이 나왔던 때와 시대차이가 있어 지금은 안 맞는 것도 있을 것"이지만 "현대의 우파경제학자들도 인정하는 시대를 초월한 진리는 '토지사유제는 특권을 인정하는 제도'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경제학자들이 강단에서는 특권으로 발생한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토지보유세가 최선의 조세라고 가르쳐 놓고 돌아서서는 자신의 이익 때문에 참여정부의 '종부세'를 맹비난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헨리 조지의 사상, 오늘날에도 가능한가
지난 10일 첫 강의에서 김 교수는 "<진보와 빈곤>의 사상이 오늘날에도 유효한가"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이날 강의에서 김 교수는 3가지 쟁점으로 나눠 답변했다.
1. 오늘날에도 지대세를 단일세로 할 수 있는가?
"과세대상을 토지뿐만 아니라 자원과 환경 등 자연 전체로 확대하면 세수가 증액된다. 또 지대세를 걷는다는 것은 다른 세금은 깎아준다는 것이다. 지대는 산출에서 투입비용을 뺀 것인데 (노동소득) 세금이 깎이면 투입비용 줄기 때문에 지대가 상승한다. 다른 세금을 감액하면 지대가 상승하고 상승한 지대만큼 세금이 더 걷힌다. 예산이 충분히 될 것 같지만 오늘날 많은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2. 토지공개념과 지대세가 즉시 도입이 가능한가?
"헨리 조지는 악은 단숨에 해치워야 한다면서 '오늘이라도 당장하자'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지대를 환수하면 매매가격, 즉 집값은 제로가 된다. 집값은 현재와 미래 지대의 합인데 그것을 정부가 한 번에 환수하면 매매가격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질서가 혼란이 올 수 있다. 지대를 환수하려면 서서히 해나가야 한다. 그래야 경제위기가 오지 않는다."
"또 과거 미국에서는 땅을 무상으로 얻은 사람들이 많았지만 현재의 토지소유자는 땅값을 내고 땅을 샀다. 돈을 내고 샀다는 것은 지대를 이미 지불한 것인데 다시 지대를 내면 두 번 내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땅을 산 사람은 매입지가의 이자만 두고 지대만 걷는 '지대이자차액세'를 도입해야한다."
3. 토지를 공공의 것으로 하고 지대세를 걷으면 빈곤은 사라지는가?
"헨리 조지는 토지사유제만이 악이라고 봤기 때문에 지대만 사람들이 공유하면 탈빈곤이 가능하다고 낙관했다. 하지만 요즘 세상은 토지만 있다고 먹고 살 수 없는 세상이다. 토지 외에도 자금을 지원하고 노하우를 알려주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권을 없애야 한다. 정치경제 사회경제의 민주화가 이뤄져 특권 없이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헨리 조지다."
인간의 탐욕을 조절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강독회 장면(자료사진) ⓒ 권우성
강의가 끝나고 수강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헨리 조지의 사상인 지공주의가 성공하지 못한 것은 빈곤 문제가 사회제도가 아닌 탐욕이라는 인간의 본성 문제이지 않냐는 질문이 제기됐다. 김 교수는 "제도 이전에 인간이 변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제도의 역할은 있다"라며 아래와 같이 말했다.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수준을 높이고 탐욕을 없애야 한다. 제도가 그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도움을 줄 수 있다. 내가 어렸을 때는 교통질서가 엉망이었다. 차량이 많아지면서 교통질서를 안 지키고 혼란스러웠지만 신호등이라는 제도가 나타나고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처벌하는 제도가 나타나자 사람들이 질서를 지키기 시작했다. 이것을 보고 탐욕이 줄었다고 생각하면 오판이지만 그것이 나중에 몸에 배서 나만 좋기 위해 다른 사람의 통행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체화될 수 있지 않은가."
토지가치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수강생 송지영씨는 "과거 농본주의 사회에서는 토지가 생산에 가장 중요한 요소였지만 현대는 서비스산업, IT산업, 특히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산업은 토지 사용이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다"며 이 같은 산업에 대해 지대를 징수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토지의 가치가 '토질'에서 '토지위치'로 변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과거에는 토질이 중요했다. 지금은 위치가 좋은 토지가 더 가치있어졌다. IT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생각해보자. IT산업이 실리콘밸리로 집적되고 정보와 지식이 모여 산업이 발전한다. 실리콘밸리 주위의 땅 값이 오르고 더 많은 고급정보가 모이고 산업이 더욱 집적된다. 토지 위치가 가지는 가치는 계속 상승할 것이다."
엄민씨는 그런 토지의 가치를 어떻게 책정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김 교수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며 말했다.
"우리가 내고 있는 소득세를 생각해 보자. 소득세를 내려면 소득을 평가해야 하고 세금을 매기려면 총수입에서 수입을 얻기 위한 비용과 각종 공제내역을 빼야 한다. 하지만 개인의 총수입, 비용, 공제 내역은 정말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소득세는 자본주의 사회의 주종이 되고 있다. 토지의 지대를 알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동네 복덕방만 가도 그 일대의 땅값을 다 알 수 있지 않는가."
김 교수는 헨리 조지의 사상을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학문, 운동, 정치의 3박자가 맞아야 한다"며 답했다.
"나는 학문에 운동을 조금 가미해 이것(토지공개념)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가 목표로 해서 노력할 뿐이지 생전에 될지 영원히 안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역사를 통해 희망을 가질 수 있다. 200년 전 미국의 노예제도가 철폐되리라고는 당시에 누구도 믿지 않았다. 100년 전 남녀가 평등하게 투표권을 행사할 것이라고도 아무도 상상하지 않았다. 누가 지금 같은 세상을 꿈이라도 꿨겠는가."
이렇게 2주 동안 2회에 걸친 강의를 마치면서 김윤상 교수는 "여러 번 이런 강의를 했지만 이번처럼 정말 진지하고 수준 높은 청중은 처음"이라며 "여러분과 함께 한 이 자리가 내 이론을 단련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강생들도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강독회 '고전에서 현실읽기<진보와 빈곤>'은 24일 오후 7시30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에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희년토지정의실천운동 공동대표인 김경호 목사의 강연으로 이어진다. 강연과 관련된 자료는 '고전에서 현실읽기' 블로그를 통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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