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M 규제 요청 민원인들, 112에 신고 당해
SSM 문제 해결 의지 없는 노원구
▲ 대기업 마트가 들어설 예정으로 폐업 위기에 놓인 지역 슈퍼 ⓒ 김현준
서울 노원구 중계동 아파트 단지 안에서 소규모 슈퍼를 운영 중인 상인 A씨는 최근 혈압으로 쓰러진 후 병원까지 다녀왔다. 그가 쓰러진 것은 아파트 단지 앞에 대기업의 마트가 들어선다는 것을 알고 나서다.
아직 위험한 상태라는 의사의 말에도 그는 약을 옆에 둔 채 슈퍼를 열고 계산대를 지키고 있었다. 지난 세월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모은 돈으로 시작한 슈퍼에 가족들의 생계가 걸려있기 때문.
▲ 내부를 알 수 없도록 가려놓은 대기업 마트 예정지. 외부는 물론 내부까지 가림막을 설치해 놨다. ⓒ 김현준
실제로 대기업 마트가 들어서기로 예정된 곳은 아파트 단지와 지하철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곳은 현재 내부 시설이 전혀 보이지 않도록 가림막을 설치해 놓은 상태. 주변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공사 당시에도 문을 걸어 잠근 채 새벽에 몰래 진행했다고 한다. 자신들도 대기업의 마트가 들어선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
생존의 막판, 하소연하러 모인 사람들
해당 마트가 들어서려는 지역에는 이미 백화점 수준의 대기업 할인점이 밀집해 있었다. 도보로 20분 내외의 거리에만 세 곳. 반대편으로 조금 더 가도 역시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보이는 이상한 지역.
이미 작년부터 대기업의 지나친 지역 상권 장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벌어진 일이라 중소상인들이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들은 민원을 제기하기 시작했지만 해당 지자체는 아직까지도 확실한 답변이 없는 상황.
더군다나 구청에 제기한 민원관련 면담신청도 번번이 거절되기 일쑤였다고 한다. 기다리다 지친 민원인들이 관할구청장과 대화를 하려는 목적으로 지역 주민들과 함께 나선 지난 3월 16일. 소란이 벌어졌다.
play
▲ 민원인들 몰아내려 112 신고한 노원구청기업형 마트의 지나친 지역상권 장악 문제를 항의하며 민원을 제기하려던 중소상인들과 지역주민들을 막아선 노원구청 공무원들. ⓒ 김현준
노원구청 공무원들은 구청장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봉쇄했고 민원인들을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구청직원들의 반말과 욕설이 고성이 계속됐으며 취재 중인 본인을 계단 아래로 밀어버리는 공무원까지 있었다. 계속 취재를 하자 멱살을 잡으려던 그에게 신분을 밝히고 사과를 요구했더니 도망쳐 버렸고 얼마 후 경찰이 도착했다.
민원인들과 주민들이 물러가지 않자 구청 쪽에서 부른 경찰들이었다. 잠겨진 문 안에서 구청장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이후 구청의 해당 부서 공무원과 대기업의 SSM 진출 문제로 통화를 해보니 자신들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니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만 들어야 했다.
하지만 민원인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달랐다. 허가를 내주는 구청에서 지역 상권을 지키려는 아무런 의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SSM 규제 법안이 계류 중인 현재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않는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대기업 마트 진출로 인해 중소상인들의 타격이 심각하다는 조사 결과까지 있었으나 이를 숨기려 했었기 때문이다.
과연 정부와 관료들은 서민들의 편이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