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헌혈전도왕 됐어요! 18일 오전, ‘친구야, 나도 헌혈했다’ 캠페인의 '헌혈전도왕'으로 선정된 이명재(왼쪽)씨와 조충근(오른쪽)씨가 미소를 짓고 있다. ⓒ 한국백혈병환우회
"진짜 헌혈전도왕은 제 친구인걸요."
18일 오전 서울시 동대문구 휘경동 회기 헌혈의집에서 만난 조충근(41)씨는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는 오늘 '친구야, 나도 헌혈했다' 캠페인에서 '헌혈전도왕'이 됐다. 수상 소감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그는 "친구의 권유로 헌혈을 시작하였고 헌혈전도왕 상까지 받게 됐으니, 진짜 헌혈전도왕은 제가 아니라 그 친구죠"라며 입을 열었다.
함께해서 더 기쁜, 헌혈
"혼자 헌혈하러 오면, 쓸쓸할 때도 있죠. 그래서 저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옵니다. 같이 헌혈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다 보면 시간도 금방 가거든요."
그는 더 많은 사람이 함께 헌혈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단다. 시상식이 열리기 전, 그는 아내와 먼저 와서 이미 헌혈을 하고 난 뒤였다. 함께 온 아내에게 남편이 헌혈전도왕이 된 소감을 물었다. "늘 하던 일이라 특별할 것이 없는데 생각지도 못한 상까지 받았네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일대일 헌혈전도운동 효과 톡톡히
'친구야, 나도 헌혈했다' 캠페인은 한국백혈병환우회와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가 공동으로 기획한 혈액전도운동이다. 이번 캠페인은 회기 헌혈의집에서 헌혈자들의 사진을 찍어 실내에 전시하고 사진 찍힌 헌혈자들이 다른 친구들에게 홍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회기 헌혈의집에 가서 헌혈한 뒤 소개해준 친구 사진에 스티커를 붙이는 특별이벤트를 기획해 자발적 헌혈전도를 유도한 것이다.
작년 11월부터 올 2월까지 약 3개월간 진행된 이번 캠페인에는 총 851명이 참여했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친구에게 헌혈을 홍보한 두 사람이 '헌혈전도왕'으로 선정되었다. 수상자들은 상장과 소정의 선물을 받았다. 조충근씨와 이명재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씨 역시 꾸준히 헌혈을 하는 정기 헌혈자다. "평소 친구들에게 홍보했지만 쉽지 않아 늘 안타까웠는데, 이번 캠페인으로 한 번도 헌혈하지 않았던 친구들이 함께 오기도 했어요"라며 그는 굉장히 뿌듯해했다. 스티커가 늘어날 때마다 느끼는 기쁨도 쏠쏠했다고.
▲ '헌혈전도왕’ 시상식(왼쪽부터) 회기 헌혈의집 김경남 책임간호사, 헌혈전도왕 이명재 씨와 조충근 씨, 한국백혈병환우회 안기종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한국백혈병환우회
헌혈전도왕이 된 두 사람 모두 가까운 친구나 지인을 통한 헌혈홍보가 장기적으로 훨씬 더 큰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시작은 한 사람이었지만, 나중에는 수백, 수천 명까지도 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입을 모았다.
행사를 기획한 한국백혈병환우회 안기종 대표는 "유명 연예인이 출연하는 헌혈 포스터나 CF 등을 통해 일방적으로 진행되었던 기존 헌혈운동과는 달리, 이번 캠페인은 헌혈자가 직접 홍보대사가 되는 일대일 헌혈운동으로 헌혈운동의 패러다임을 바꾼 좋은 모델이 되었다"라고 이번 헌혈증진 운동 방식의 새로운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헌혈, 계속 홍보할 겁니다"
헌혈은 할수록 내가 더 기분이 좋아지는 봉사라고 조씨는 말했다. "혹시라도 헌혈이 안 된다는 날에는 괜히 며칠 전 먹었던 술이나 고기가 마음에 걸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욱 건강관리에도 신경 쓰게 돼요. 헌혈이 건강관리에도 도움이 되니까 정말 좋습니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씨는 "이번 캠페인을 계기로 한국백혈병환우회의 헌혈 관련 봉사단체 붉은천사단 등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며 "보다 많은 사람이 헌혈에 대해 바로 알고 쉽게 접근할 수 있었으면 해요. 제2, 제3의 '친구야, 나도 헌혈했다' 캠페인도 기대합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중에도 연방 헌혈을 홍보하며 즐거워하는 그들은 진정한 '헌혈전도왕'이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