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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짓게 하는 엄마의 수레바퀴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등록|2010.03.21 18:15 수정|2010.03.21 18:15

▲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 알라딘

신경숙 소설은 처음 읽는다. 제목부터가 마음이 푸근했다. 책 표지도 푸근했고, 책 내용도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렇게 가족의 이야기를 절절하게 촌스럽지 않게 쓸 수 있을까? 그건 아마도 작가 신경숙에게 '이야기꾼의 신령'이 내렸기 때문이리라.

소설 속의 실종된 엄마는 살았는지 죽었는지 끝내 알 수 없다. 소설 중간에 엄마의 영혼이 등장하는 장면이 있긴 하다. 하지만 엄마의 생사는 독자들의 상상의 몫이다. 소설은 엄마가 실종된 몇 개월 후 자식들의 이야기로 끝맺는다. 소설은 엄마가 실종된 후 자식들과 남편인 할아버지, 그리고 엄마 자신이 지난 엄마의 일생에 대한 기억들을 되짚어가는 이야기다. 기억을 추적해서 엄마의 몰랐던 면을 발견한다는 면에서 추리소설을 닮아있기도 하다.

어느날 우리가 실종된다면, 우리는 주위사람들에게 어떤 삶을 산 것으로 기억될까? 주위의 사람들은 우리를 어떤 엄마, 어떤 아빠, 어떤 삼촌, 어떤 이모, 어떤 고모, 어떤 친구로 기억할까? 삶은 주어지고 '나'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추억과 평가는 남겨진 가족들과 지인들의 몫이다. 

책을 덮고 우리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는 어떻게 살았을까? 우리 엄마는 4년 전에 72세로 암으로 돌아가셨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엄마에게도 절절한 자신만의 삶이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질 못했다. 왜냐하면 엄마는 항상 엄마였다. 내가 막내로 태어나기 전 이미 5남매의 엄마였으니까. 엄마는 암으로 판정받기 직전까지 노점에서 생선장사를 했다. 삶이 팍팍했을 것 같다.

한 때 '엄마처럼 살지 않는다'는 말이 유행이었다. '요즘 엄마'들이 보기엔 '우리 엄마' 세대는 너무 무식하고, 자기 인생없이 자식을 위해 희생만 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 엄마'들의 삶은 처분해 버려야 할 과거의 잔재나 낡은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 '우리 엄마'들의 삶은 '요즘 엄마'에겐 촌스런 삶이었다.

그런데 신경숙 작가는 그런 구닥다리 이야기를 기억에서 불러낸다. 소설을 읽다보면, 지나간 그시절에 살고 자식을 키운 '우리 엄마'들은 '요즘 엄마'들이 따라갈 수 없는 진짜 '슈퍼 맘'이었다. 우리는 산아제한으로 과거보다 줄어든 자식들을 키우면서도 절절매고 있다. 직장생활도 힘들게 병행하는 것이 '요즘 엄마'들이다. '우리 엄마'들은 절절매지 않았다. 자식들을 위해서 질기고 강한 삶을 살았다.

그런데 우리는 삶은 하나의 커다란 수레바퀴에 매달린 작은 수레바퀴인지 모른다.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것이 가고, 모든 것이 되돌아온다. 존재의 수레바퀴는 영원히 굴러간다. 모든 것이 죽고, 모든 것이 다시 꽃핀다. 존재의 세월은 영원히 흘러간다." 시간이 흐르면 '우리 엄마'들의 삶이 스며든 '요즘 엄마'들의 절절한 이야기를 들려줄 소설도 나올 것이다. 그리고 그 소설을 읽고 또 각자의 엄마를 떠올리며 사람들은 눈물 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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