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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성지 꿈꾸는 방천시장

"문화가 숨쉬는 방천시장으로 놀러오세요"

등록|2010.03.22 11:20 수정|2010.03.22 11:20

방천시장 전경문화가 살아 숨쉬는 방천시장의 모습. ⓒ 김용한


지난 20일 60년대 쌀과 떡가게로 유명했던 대구의 재래시장인 방천시장을 찾았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이어질 프로젝트가 한창인 방천시장은 보기와는 달리 한산했다. 상인들과 문화·예술가들이 모여 빈 점포와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던 재래시장에 대구 중구청과 문화예술가들이 머리를 맞대어 기획한 '문전성시'는 절반의 성공을 이룬 셈. 방천시장은 올해 문화관광부로부터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에 선정되어 두 번째 '문전성시'의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시간 속 여행, 방천시장

도시 한가운데 위치한 재래시장이지만 찾는 이들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그런지 한산하기 짝이 없고 동네도 옛날 그대로 시간이 멈춘 듯, 옛 것이 많다.

상점 곳곳에 그려진 호랑이 그림하며 동네 어귀부터 골목골목에 낙서한 듯 그려진 그림들 그리고 상점과 상점 사이에 방천시장 문전성시 사무국에서 공모하여 선정된 상주 예술가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림, 조각, 인디밴드, 사진, 만화에 이르는 10여개의 상주예술가들의 모습들이 오래된 그림 속의 풍경처럼 비춰지는 것이 또 하나의 매력이다.

방천시장의 모습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방천시장. 해방 전후에 방천시장은 쌀과 떡을 파는 유명 전통시장으로 서문시장, 칠성시장에 이어 대구 3대 시장으로 불리웠다. ⓒ 김용한


방천시장을 살리는 예술가들

"제가 작업하고 있는 곳은 화재로 인해 한 마디로 버려진 공터였고 불탄 화재 장소였지요. 제가 작업을 위해 손수 보수하고 작업했는데…, 주인이 이제와서 집값을 올려달라네요."

"제가 나가는 것은 그렇게 고통스러운 것은 아닌데 저 말고도 다른 작가들에게도 영향이 있고, 또 이곳에 상주하는 작가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 같아 걱정이네요. 상인들과 작가들이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하면 좋을 텐데…," - 상감작업 예술작가 홍정근(Art & Craft대표).

"이곳은 재미난 공간임에는 틀림이 없어요. 교통도 그렇고 작업하기에도 좋아요. 하지만 이곳은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곳 같아요."

"작년에 참여한 별의 별 시장을 통해 문화예술가들이 모여 유월회를 조직했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작가들에게 작업하기 좋은 공간입니다" - 미술작가 하원식

"대학에서 사진을 가르쳤죠. 돈을 벌기보다는 어려운 이웃(이주노동자, 저소득가정, 다문화가정 등)에게 사진을 그냥 찍어 들여요. 저로 인해 행복해지면 좋겠어요."

"요즘처럼 걱정이라면 독지가나 스폰서가 생겨서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진 찍고 토론하여 사진 이야기하는 것이 재미있어요." - 행복사진관 양성철 사진작가.

방천시장에 세상이야기

ⓒ 김용한


상인들의 희망사항

"작가와 상인이 힘을 합쳐서 일하니깐 잘 되겠죠. 맛있는 반찬을 만들려고 열심히 노력하다보면 끝이 나오겠죠."

"사실 이곳은 단골들이 안 오면 장사가 통 안 되는 곳이예요. 고지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여러 사람들이 방천시장을 도와줄 때 열심히 해야죠" - 서울반찬집 상인.

"68년부터 이곳에서 고추 장사를 했는데…, 이곳에는 물건 구색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서 사람들에게 외면 받는 곳이지."

"사람들이 많이 오면 얼마나 좋겠어. 구청에서도 이런 일을 하니 우리 상인들에게도 좋겠지. 잘 되면 좋겠어." - 성주상회 이순남 상인.

이처럼 방천시장에는 여러 예술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람 냄새나는 세상 이야기를 꾸며가고 있다. 상인들도 시장 내에서 음악방송도 하고 방천시장 소식지인 '방천신문(bangchun.com)'도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방천시장의 모습.방천시장 프로젝트를 위해 그려진 약도 모습. ⓒ 김용한


방천시장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의 사무국장인 최연희씨는 "작년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 프로젝트를 기획 중인데 사업의 특수성이나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미리 재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하면서 "우리는 단지 상인들과 상주 예술가들이 서로 잘 융화하여 전통시장을 발전시키는데 서포터할 뿐이다"고 설명했다.

'문화성지'를 꿈꾸는 방천시장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벌써 상주 예술가들이 마련한 공간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고, 상인들도 장사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다.

방천시장은 지난 20일부터 시작하여 매주 토요일(오후4시-6시/ 4월 30일까지)마다 방천시장 야시장인 '토요일은 밤이 좋아'를 열면서 문화공연, 벼룩시장 형태인 가족마켓, 예술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운영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방천시장 상주 예술가인 하원식 작가는 2010 유리상자-아트스타 공모 선정작가로 선정되어 오는 지난 19일부터 오는 25일까지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 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와의 만남시간은 오는 25일 오후 6시에 예정되어 있다. 방천시장은 중구 대봉동에서 반월당 방향으로 수성교를 지나자 마자 동부교회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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