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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봉투에 돈벌이, 일괄사표까지... 기자님들 뭥미?

[지역언론 별곡 318] 신문발전기금 선정 앞두고 지역신문 '시끌'

등록|2010.03.22 15:37 수정|2010.03.22 15:52
"노조원 일괄 사표로 '시끌'"
"돈 봉투 사건, 적극보도를 촉구한다."
"해외 공짜취재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사상 최대의 지방선거 해를 맞아 공정·객관보도를 실시하고 지역여론을 선도하겠다던 지역언론이 연초 각오와는 달리, 불과 2~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여론의 돌팔매를 맞는 형국이다. 그간 무거운 병폐로 지적돼 왔던 불미스런 화두로 지역언론계가 뒤숭숭하다.

각 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해 지역언론을 모니터링하며 예리한 눈으로 감시·비판해 온 <전국민주언론시민연합>, 한국 최대의 기자 직능 단체인 <한국기자협회>, 미디어 전문비평 매체인 <미디어오늘> 등에 오르내리고 있는 기사 제목들에서 읽힌다.    

가뜩이나 6년 한시법인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에 의거한 지원 사업이 올해로 마지막 해를 맞는다. 물론 기한의 연장 등 개정법을 통해 앞으로도 지원 사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선거를 앞두고 여러 변수가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때문에 지역 언론계에 불미스런 일들이 잇달아 터지면서 특별법 개정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지 불안해하는 눈치다.  

각 지역에서 뒤숭숭한 악재들이 솔솔 불거져 나와 지발위에 발전기금을 신청해 놓고 있는 신문사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일부 지역에선 돈 봉투 사건이 불거져 홍역을 치르고 있다. 또 해외 공짜취재로 지역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질타를 받아 온 지역에선 그동안 지역신문발전기금을 꾸준히 받아 온 일부 신문사가 극심한 노사갈등으로 내홍을 겪으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이밖에 몇몇 불미스런 사례가 올 지발위 기금지원 대상사 선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초미의 관심사다.    

[사례 하나] 돈 봉투 사건으로 '뒤숭숭'한 전북 언론계   

<전북민언련>돈봉투 사건과 관련한 논평. ⓒ 전북 민언련



"전북지역 기자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전북도청을 출입하는 중앙일간지 기자들이 도청 고위직 공무원에게 돈봉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줄줄이 검찰에 불려갔고, 지방지 출입기자단 전 간사가 자진 출두 형식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지난 17일 <한국기자협회보>의 '전북 언론계 돈 봉투 뒤숭숭'이란 제목의 기사 리드부분은 암울했던 60~70년대 한국 언론사를 연상케 한다. "이번 사건은 지난 8일 오후 전북도청 공보과장 K씨가 기자실 여직원을 불러 중앙일간지 기자들에게 건네 달라며 각각 현금 20만원이 든 돈 봉투 11개를 주면서 시작됐다"는 기사는 "돈 봉투는 당일과 다음날에 걸쳐 기자 8명에게 전달됐으나 10일 오전 건네지 못한 3명분 봉투와 함께 K씨에게 반납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K씨는 14일 개인성명을 통해 "공직생활을 마감하면서 선배·동료들과 석별의 마음을 나누고 싶어 전별금 명목으로 돈을 준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현 전북지사가 재선 출마를 선언한 날에 돈을 건넨 점에 주목, 지방선거와 관련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12일 전북도청 공보과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몇몇 기자들과 기자실 여직원을 불러 조사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지역언론의 보도태도가 또 다른 질타의 대상이 됐다. 동병상련이 발동한 지역언론의 침묵과 카르텔 때문. <전북 민주언론시민연합>(전북 민언련)이 연일 포화를 날렸다. <전북 민언련>은 18일 '전북도청 돈 봉투 사건에 대한 지역언론의 적극보도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돈봉투 사건이 발생한 이후 지역언론의 실망스런 보도 태도를 꼬집었다. 신문과 방송의 모니터 결과를 통해 직격탄을 날렸다.  

"돈 봉투 사건은 지방선거의 판세를 좌우할 만큼 막강한 파괴력을 지닌 사안이다. 따라서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게 대단히 중요한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 봉투 사건을 대하는 지역언론의 보도 태도는 우려스럽다. 일부 지역언론은 아예 이 사건을 보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지역언론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돈 봉투 사건의 파장을 축소시키려는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전북 민언련>은 16일에도 '또 돈 봉투인가!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당부한다'는 논평을 통해 "그동안 전라북도는 홍보예산이나 촌지관행 등과 관련해 나름대로 개혁의 노력을 해왔다고 자랑해왔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러한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이 용두사미로 끝나는 일이 없도록 지역언론과 검찰의 분발"을 당부했다.

[사례 둘] 해외취재 파문 이어 <충청투데이> 노사갈등으로 충청 언론계 '시끌'

충청투데이노조원 일괄 사표 제출. ⓒ 한국기자협회보



<충청투데이>가 연초부터 노사갈등으로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단체협약을 놓고 갈등을 벌여 온 <충청투데이> 경영진과 전국언론노조 <충청투데이> 지부가 지난 1월 충남지방노동위원회 조정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파열음을 빚어오더니 결국 노조원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충청투데이> 노조는 15일 오전 조합원 27명 중 22명이 회사 측에 사표를 냈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지난주 최후통첩을 했는데도 사측은 아무런 입장 변화가 없었다"며 "조합원 대다수가 더 이상 이 회사에 희망을 가질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창립된 <충청투데이> 노조는 단체협상과 충남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이 결렬돼 부분파업에 들어갔다가 지난달 28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지난 9일 회사 측에 노조를 실질적으로 인정할 것 등을 요구하며 14일까지 끝장토론을 벌일 것을 제안하면서 "경영진의 입장 변화가 없으면 15일 최종 결단을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디어오늘>은 17일 '충청투데이 노조원 22명 일괄사표'란 제목의 기사에서 "충청투데이 노사갈등이 결국 노조원 22명의 일괄사표로 귀결됐다"면서 사직서를 낸 노조 관계자의 말을 이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이번 파업은 노조가 승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 사주가 있는 회사에서 '무노동 무임금'으로 더 많은 피를 흘릴 순 없었다. 참 언론인이 될 수 있는 매체를 우리 손으로 만들 수도 있고, 우리를 원하는 곳이 있다면 그곳에서 민주언론을 실현할 수도 있다."

기사는 회사 측 입장도 전했다. "오는 18일에 교섭을 하자고 했는데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듯해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며 "현 감면 상황이 오래가면 회사만 손해니 조만간 사태를 추스를 것"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밝혔다. 그러나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이에 앞서 <대전충남 민언련>은 지난 5일 '해외 공짜취재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란 논평을 내 지역 언론계가 발칵 뒤집혔다. '지역언론 아프리카 해외공짜취재에 대한 논평'이란 부제를 통해 <대전충남 민언련>은 "지난 주 대전지역 주요 중앙언론 및 지역 언론사 기자 15명이 한 주류회사의 경비 지원을 받아 공짜 해외 취재에 나섰다 6박 7일의 일정을 마치고 4일 오전 귀국했다"며 "문제가 불거지자 일부 언론사 기자들은 적극적으로 항변했다"고 전했다.

"취재경비를 자부담으로 하기로 했다고 하기도 하고 지구온난화 문제의 상징인 세이셜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취재목적을 강조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역기자들의 해외공짜취재가 정당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전충남 민언련>은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역 언론사 기자들의 해외공짜취재가 지역 언론과 언론인의 언론윤리 의식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하면서 "언론인 스스로 언론의 권리와 윤리를 지키지 못할 때 결국 언론은 권력과 자본의 홍보 도구로 전락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는 따가운 충고도 덧붙였다.

[사례 셋]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 임명동의 부결 '일파만파'  

"경남도민일보 사직했습니다"최근 '100인 닷컴'으로 이름을 바꿔 단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부장의 블로그. ⓒ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편집국장 내정자에 대한 임명동의절차가 부결됨에 따라 여파가 커지고 있다. 편집국장 내정자인 김주완 부장(뉴미디어부장)은 이번 결과로 인해 회사를 그만뒀지만 후유증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노조는 지난 2월 11일 김주완 편집국장 내정자에 대한 임명동의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 28표, 반대 30표로 반수를 넘기지 못해 부결됐다. 그러나 이번 결과는 내부적으로 적잖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김주완 부장을 편집국장에 임명한 서형수 사장은 이번 결과를 사장에 대한 불신임으로 보고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 때문에 "<경남도민일보> 기자협회 지회는 2월 23일 현 사장이 사퇴할 경우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사퇴를 재고해야 한다는 취지의 서명을 취합해 서형수 사장과 이사회에 전달했다"고 <기자협회보>는 전했다. <한국기자협회보>의 지난 4일 '경남도민, 사장 사퇴 파문 확산'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사내에서는 여전히 큰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무거운 분위기를 대신했다.

"<경남도민일보>가 편집국장 임명동의 부결에 따른 사장 자진사퇴 파동을 겪고 있는 가운데, 소속 기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연 이틀 심경을 밝히는 글을 써 주목을 끌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김훤주 기자는 4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편집국장 임명자도 사장도 떠나는 이 마당'이라는 글에서 '사장은 사임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으며 이번에 불거진 악은 확실히 정리되어야 한다'며 "'제가 조인설 전략사업부장과 사표를 쓴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김훤주 기자는, 편집국장 후보로 나섰다가 구성원들의 임명동의 부결로 회사를 떠난 김주완 부장과 함께 '지역에서 본 세상'이라는 파워 블로그를 운영해 왔다. 3일 그는 '김주완은 갔지만, 나는 보내지 않았습니다'라는 글을 통해 "김주완의 주문은 사리사욕을 바탕삼지 않았다. 전체의 공동선과 공익을 들었다"며 "두 차례 그를 붙잡았으나 그는 떠났다. 그러나 저는 당분간 기다리는 모습으로 있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례 넷] <제민일보> 전 임직원 신문창간 선언...왜?

제민일보 전 임직원 신문창간 선언. ⓒ 한국기자협회보



"<제민일보>에서 편집국장을 두 차례 지낸 오석준 전 이사와 조성익 전 노조위원장 등 기자 3~5명이 새로운 일간지를 창간하겠다고 밝혔다. '<제민일보> 자발적 해직자 모임'이라고 밝힌 이들은 지난 1일 사표를 제출했으며,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민일보>가 권언유착의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기자협회보>는 17일 '<제민일보> 전임직원 신문창간 선언 시끌'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제주도민의 자존심'을 슬로건으로 내걸며 다양한 시도로 지역 언론계의 주목을 끌었던 신문이었기에 더욱 주목을 끈다. 

오 전 이사 등은 지난 16일 기자회견문에서 "대주주 회장이 바뀐 2년 새 공공의 선과 이익을 위해 곧추세웠던 비판의 칼날은 무뎌진 지 오래"라며 신문을 강하게 비판한 것도 충격이지만 새로운 일간지를 창간하겠다고 한 것은 더 큰 충격이다.

이들은 "기획기사로 포장된 도정홍보 기사 등 전형적인 권언유착 형태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대주주 회장의 비뚤어진 언론관과 보여주기식 흑자경영을 위한 부도덕한 행태에서 빚어지는 여러 문제들이 점차 관행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민일보> 측은 <기자협회보>와 <미디어오늘> 등과의 인터뷰에서 "허위사실이 많아 법적 검토 등을 하고 있다"며 "검토가 끝난 후 대응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혀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사례 다섯] "지역신문, 지방선거가 돈벌이?"

지역신문지방선거가 돈벌이? ⓒ 미디어오늘



지역언론사가 6·2지방선거를 맞아 선거홍보기획단을 운영하거나 선거전략 세미나를 여는 것은 결국 '수익' 때문이라는 지적도 따갑다. <미디어오늘>은 20일 '지역신문, 지방선거가 돈벌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지역신문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개별사의 광고 수익은 한계가 있는 만큼 지방선거는 지역언론사, 일부 지역기자, 관련 협회 입장에서 큰 '호재'가 아닐 수 없다는 게 중론"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일부 지역 일간지들은 자사 제호를 단 선거홍보기획단을 꾸려 논란이 일고 있다"는 기사는 "기획단 홍보광고에서 '누구와 손을 잡느냐가 전쟁에서 천군만마를 얻는 것과 같다. 기획단이 귀하의 당선을 돕겠다'고 밝히기도 했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올해는 지역신문지원사업을 마무리 하는 한 해인 데다 날로 심각해져만 가는 광고 및 판매시장 위축 등 지역언론계에 여러 가지 위기가 산적해 있다. 이런 가운데 지역신문발전위원회는 2010년도 우선지원대상 사업자 선정 평가 및 배점표를 발표한 데 이어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신청을 한 각 지역 91개 신문사(일간 31개사, 주간 60개사)를 대상으로 이달 중순까지 현지실사를 마무리하고 이달 말 최종 선정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지발위 관계자는 "2010년 우선지원대상사 선정을 위한 심사는 지난 5년 동안의 지역신문 지원성과를 높이고 지역신문 전반에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우선지원대상사로 선정된 신문사에 대해선 사업별 공모·경쟁을 통해 최종 지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선정결과는 아직 미지수다. 여러 악재가 겹쳐 고민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실사 등 전반적인 평가 및 배점기준에 부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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