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녀봉은 풍수에서 '젊은 여자'가 북을 치니...
봄은 가만히 앉아 있기 힘든 계절이다. 아침 일찍 산벗과 해운대 역에서 만났다. 해운대 역사 뜨락에도 목련이 눈부시게 피었다. 달리는 시내버스 차창 밖에도 벚꽃이 하나 둘 꽃망울 떠트리고 있었다.
장산의 옥녀봉은 해발 383m, 결코 높지 않는 산이다. 그러나 높지 않아도 여기 오르면 부산 시내의 속살이 다 보인다. 옥녀봉은 일명 마고봉으로 불리기도 한다.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장산을 쳐다보면 장산 중간허리 부근의 산형들이 봉곳하게 튀어나온 것이 보인다. 이러한 산형을 풍수에서는 옥녀(玉女;젊은 여자)형이라 한다.
그러니까, 전해지는 해운대 풍수설에 의하면, 이 옥녀의 좌측 팔에 해당하는 산자락이 구곡산이다. 여기서 구곡산의, 곡(曲)의 곡조와 이어서 부흥산의 흥(興)은 박자라 할 수 있는데, 해운대 달맞이의 와우산이 엎어진 모양을 보면, '북'과 같은 형상을 하고 있고, 이에 옥녀가 북은 친다는 옥녀격고형에 해당하여, 젊은 여자가 북을 치니, 피서철이면 해운대 해수욕장에 백만이 넘는 인파가 모여든다는, 해운대 풍수 형국의 발복이라 하겠다.
진달래는 먹는 꽃
먹을수록 배고픈 꽃
한잎 두잎 따먹는 진달래에 취하여
쑥바구니 옆에 낀 채 곧잘 잠들던
순이의 소식도 이제는 먼데... - <진달래> 중 '조연현'
내가 추천하고 싶은 진달래꽃길, 옥녀봉- 앵림산 진달래 군락지
장산에 오르니 바람이 더 차가웠다. 나는 한기가 많이 느껴져 배낭에서 털모자를 꺼냈다. 그리고 산벗과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커피를 마시고 산길을 재촉했다. 장산의 산행 코스는 산이 넓은 만큼 정말 다양하다. 옥녀봉 산행 코스는, 장산 폭포사에서 들머리로 잡으면 된다. 옥녀봉에서 억새밭과 구곡산쪽으로 하여 안적사로 향하면 앵림산으로 통해진다. 이 길은 봄이면 진달래 꽃길로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아직 진달래가 활짝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눈이 부실정도로 진달래가 피어 있었다. 산행을 시작하면 산을 오르락 내리락 해야 오솔길을 만난다. 그래서 길이 지루하지 않다. 산행 중에는 광안대교와 오륙도 앞바다 넘실대는 파도를 볼 수 있다.
대동여 지도를 들여다 보는 듯, 가까이로부터, 크고 작은 집과 학교, 사원 등 크고 작은 논과 밭과 마을을 조망할 수 있다. 저 멀리 시선이 가 닿는 곳은, 부산의 금련산... 수채화로 그려 놓은 듯한 진달래 꽃길이 안적사까지 이어진다. 어디선가 뻐꾹뻐꾹 휙휙휙 뻐꾹새 휘파람새 우는 소리 들린다. 연분홍 진달래 꽃길이 불길처럼 번져가는 장산. 진달래는 그저 수줍은 시골처녀처럼 방긋방긋 웃기만 한다.
진달래는 봄이면 꼭 만나야 할 님과 같은 꽃. 진달래는 식물학상 철쭉과에 속하는 꽃. 그런데 무려 이 종류가 37종이나 된다고 한다. 진달래의 분포 지역은 광범하다. 북으로 백두산과 남으로 제주도, 동으로 금강산까지 진달래가 이 금수강산에 없는 곳은 없다.
그럼에도 진달래는 봄이면 꼭 만나야 할 우리민족의 님과 같은 꽃이다. 진달래는 옛부터 '산옹촌동' 뿐만 아니라 시인묵객에게 애상을 받아온 꽃. 우리 민족의 한을 상징하는 꽃. 봄이면 온 산하를 물들이는 진달래꽃을 보면, 나는 나라를 위해 피를 흘린 충혼의 '님'을 생각하게 된다. 온 산하를 물들이는 충혼의 꽃길 걷다보니, 장산은 정말 너무 아름다운 산이다. 물과 바위와 꽃과 바다와 바람소리 마저 아름답게 보이는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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