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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초등학교 주변 LPG 충전소 설치 불허 정당"

1심 '설치 부당'→항소심 '설치 정당'→대법원 '정당' 최종 정리

등록|2010.03.22 16:26 수정|2010.03.22 16:26
초등학교 인근에 LPG(액화석유가스) 충전소 설치를 불허한 교육당국의 처분을 놓고 1심은 '정당하다'고 판결한 반면 항소심은 '부당하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으나, 대법원이 최종 '정당하다'는 판결로 결론을 내렸다.

L(72)씨는 LPG 충전소 운영을 위해 충북 옥천군에 있는 한 시골 초등학교로부터 114m 떨어진 부지에 신축 건물을 짓고 20톤 규모의 저장탱크를 설치하고자, 2008년 8월 옥천교육청에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의 금지시설 해제신청을 했으나 거부당했다.

그러자 L씨는 "신청지는 초등학교 학생들의 통학로와는 무관한 곳에 위치하고 있고, 옥천에는 가스충전소가 없어 많은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점, 충전소를 신축하기 위해 많은 돈을 들인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이 사건 처분은 재량을 남용한 위법"이라며 소송을 냈다.

◆ 1심 "학교 보건위생이나 학습환경에 미치는 영향 매우 커"

1심인 청주지법 행정부(재판장 어수용 부장판사)는 2008년 12월 L씨가 충북 옥천교육청을 상대로 낸 금지시설해제불가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LPG 충전소에 대한 엄격한 행정규제로 현실적 위험성이 점차 감소해가는 것은 사실이나, 액화석유가스를 다루는 사람의 사소한 부주의나 발화를 초래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적 가능성이 자칫 대규모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LPG 충전소는 여전히 학교환경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는 잠재적 위험요소임에 틀림없다"고 밝혔다.

또 "이 사건 신청지는 초등학교 경계선으로부터 114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고, 학교와 사이에 건물 등이 전혀 없어 만약 폭발사고가 발생한다면 큰 피해가 우려되는 점, 특히 대상학교가 초등학교와 유치원으로 위기대응능력이 부족한 초등학생이나 유치원생들에게 매우 위험한 점 등을 고려하면, 초등학교의 보건위생이나 학습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목적이 그로 인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보다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어 피고의 재량권의 범위 내에서 정당하게 이루어진 적법한 처분"이라고 판단했다.

◆ 항소심 "충전소 불허는 재량권 일탈ㆍ남용한 것으로 위법"

그러나 항소심인 대전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장석조 부장판사)는 지난해 7월 1심 판결을 뒤집고 "이 사건 금지시설해제거부처분을 취소하라"며 L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충전소의 폭발가능성 자체가 낮고, 이 사건 충전소의 구조 및 규모 등에 비춰 폭발로 인해 학교에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는 점, 학생과 교직원들이 신청지 방향으로 통행할 일도 없어 보이는 점, 가스안전공사의 기술검토 결과 충전소 적합 판정을 받은 점, 충전소 설치는 생업 등을 위해 가스 충전을 필요로 하는 지역 주민들에게도 이익이 될 뿐 아니라, 이 사건 처분으로 충전소가 설치되지 못하면 원고도 적지 않은 재산상 손해를 입게 된다"고 밝혔다.

또 "충전소 설치 자체로 초등학교 학생들의 학습권 등이 침해된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점, 다른 지역의 상대정화구역 내에 이미 상당수의 LPG 충전소가 설치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 목적에 비해 원고의 사유재산권 등에 대한 침해가 커서 결과적으로 이익형량에 있어 정당성과 객관성이 결여됐을 뿐 아니라, 충전소를 이용할 소비자의 편의라는 공익적 요소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충전소를 설치할 경우 인근에 있는 초등학교의 학습과 학교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이 사건 해제신청을 거부한 피고의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 대법 "교육당국의 판단은 최대한 존중돼야"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능환 대법원)는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에 LPG 충전소 설치를 허가해 달라며 L씨가 옥천교육청을 상대로 낸 금지시설해제불가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충전소와 초등학교 사이에 별다른 장애물이 없어 폭발 등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영향은 그대로 학교에 미칠 것으로 보이고, 그런 까닭에 학교장이나 학부모들이 충전소 설치에 반대하고 있는 점, 이 사건 충전소 근처에 2곳에 충전소가 더 있어 이 사건 처분으로 가스충전소를 필요로 하는 주민들의 이익이 크게 침해받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충전소 설치로 학교교육에 있어 주변학습 환경이나 학교보건위생 등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국가 장래를 짊어질 학생들을 위해서는 학교 주변에 학습이나 학교보건위생에 유해한 영업행위나 시설물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해 것이 바람직하고, 이런 취지로 교육당국이 관계 법령에 따라 내린 판단은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런 점을 종합하면 원고가 충전소 영업을 하기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해 상당한 재산상의 손실을 입게 되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했거나 남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그럼에도 충전소 설치를 불허한 당국의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했다고 본 원심 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a href="http://www.lawissue.co.kr"><B>[로이슈](www.lawissue.co.kr)</B></A>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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