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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선 미분양 해소, 뒤로는 건설사 살리기?

건설사, 줄곧 분양가 상한제 폐지·양도세 감면 요구... 당정, 상당 부분 수용

등록|2010.03.22 17:46 수정|2010.03.22 17:46

▲ 지난 18일 당·정이 합의한 지방 주택경기 활성화 대책이 건설업체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충북 청주시의 아파트 단지 모습이다. ⓒ 선대식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고, 양도소득세와 취·등록세 감면조치 재시행을 요청합니다."
"지방 주상복합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고, 양도소득세와 취·등록세 등을 감면하기로 했습니다."

위에 언급한 내용은 차례대로 지난 2월 3곳의 건설단체가 정부에 촉구한 호소문의 핵심내용과 지난 18일 정부와 한나라당이 지방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지원방안이다. 그 내용은 상당히 유사하다.

이에 대해 당정이 건설업체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크다. 분양가 상승에 대한 우려로 한나라당조차 쉽게 주장하지 못했던 분양가 상한제 폐지의 대상이 이번 당정협의에서 확대됐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건설사들의 숙원사업이다.

또한 당초 양도세 감면 연장 효과가 없다고 밝힌 기획재정부가 지방 미분양 양도세 감면을 연장하겠다고 태도를 바꾼 것을 두고 정부가 서민주거안정이라는 본래의 목적보다는 건설사 살리기에 힘을 실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분양가 상승 억제 반대' 건설사의 요구 들어준 당정

정부와 한나라당은 18일 오후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지방의 미분양주택 적체 문제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지방 소재 미분양주택에 대한 양도세 감면 등 세제지원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정협의에는 정부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강병규 행정안전부 2차관 등이 참석했고, 한나라당에서 김성조 정책위의장, 김광림·백성운 제3·4정조위원장이 참석했다.

지원방안 중 가장 눈에 띄는 대책은 지방 민간택지에서 건설되는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해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2월 경제자유구역 분양가 상한제 폐지 방침 이후 그 대상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지금껏 건설업체들의 줄기차게 요구해온 것이다. 대한건설협회·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 등 3개 주택건설단체장들은 지난달 11일 발표한 '주택건설산업 위기 상황 해소를 위한 긴급 호소문'에서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강하게 주장했다.

이들은 "주택산업연구원 분석 결과, 분양가 상한제가 유지돼 분양가격 상승이 10% 억제된다면 주택공급은 7.5% 감소한다"고 밝혔다. 주택건설업체가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상황에서 당정이 고분양가 등으로 인한 미분양 적체 해소를 위해 분양가 상한제 폐지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모순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이에 대해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결국 건설업체의 요구대로 분양가 상한제라는 규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되고 있다"며 "결국 분양가는 오르고 서민주거안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태도 바꾼 재정부, "양도세 감면 연장 효과 없다" → "효과 있다"

▲ 김정중 한국주택협회장(왼쪽), 권홍사 대한건설협회장(가운데), 김충재 대한주택건설협회장 직무대행이 지난 2월 11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주택건설산업 위기상황 해소를 위한 긴급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 대한건설협회


분양가 상한제 폐지뿐만 아니라 건설업체들이 요구한 양도세 등의 각종 세제감면혜택도 이번 당정협의에서 그대로 반영됐다.

3개 주택건설단체장들은 호소문에서 미분양주택 해소와 주택거래 원활화를 위해 양도소득세와 취·등록세의 감면조치를 주택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재시행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는 그동안 "지방의 경우, 양도차익이 생길 만큼 집값이 오르기 어려운 상황에서 양도세 감면 효과는 미미하다"는 방침을 유지했다.

하지만 당정은 지방 미분양주택에 대해 지난 2월 11일 종료된 양도세 한시감면혜택을 내년 4월 30일까지 연장하기로 하면서 주택건설업체들의 요구에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정은 분양가 인하폭과 양도세 감면혜택을 연계시킨다고 했지만, 분양가 인하를 하지 않아도 최소한 양도세의 60%를 감면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오는 6월 30일 종료 예정인 취·등록세 감면의 경우,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해 2011년 4월 30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 또한 분양가를 인하하지 않아도 취·등록세 50% 감면혜택을 보장하기로 했다. 당정은 건설업체들의 요구에 한 발 더 나아가, 지방 미분양주택을 취득한 리츠·펀드 등에 대한 법인·종부세 감면 혜택도 추가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주택건설업체들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희정 대한건설협회 홍보실장은 "이번 혜택은 지방만 해당된다"며 "정부에 수도권 미분양도 지원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헌동 단장은 "당초 양도세 감면 효과가 없다고 밝힌 기획재정부가 태도를 바꾼 것은 토건세력의 민원을 앞장서서 해결해주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아니겠느냐"며 "정부와 한나라당은 건설업체만 대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정부 "건설사 요구 받아들인 것 아니다"

한편, 기획재정부 재산소비세제국 관계자는 "재정부가 양도차익이 발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양도세 감면 연장 효과가 없다고 밝힌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분양가 인하 등 건설사 자구노력이 이뤄질 경우, 양도소득세 감면에 따른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한 "정부가 건설사들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업계가 뼈아프게 생각하는 분양가 인하를 세제혜택 조건으로 내세웠다는 점을 보더라도 정부가 건설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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