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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리 토끼' 잡기 나선 최시중 방통위원장

[현장] 'IT 정책 수장' 행보 속 '여성 기업인' 달래기까지

등록|2010.03.22 18:49 수정|2010.03.22 18:49

▲ 22일 구로디지털단지 모바일게임업체 옴니텔을 방문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여성 연구원들의 손을 맞잡고 격려하고 있다. ⓒ 김시연


11:30 한국산업단지공단 브리핑→12:00 IT중소기업인 간담회→13:30 옴니텔 방문→13:45 게임빌 방문→14:10 이오에스 방문

'너무 늦게 찾은 미안함' 때문일까? 22일 낮 서울 구로디지털단지를 찾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일정은 3시간 동안 정신없이 이어졌다. 서로 다른 건물을 오가는 쉼 없는 일정에 기자들은 길을 헤매거나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숨 가쁜 추격전을 벌여야 했다.

3시간 동안 5군데 줄줄이 방문... 기자들과 '추격전'

애초 이날 방문은 무선인터넷 관련 IT 중소기업인들의 애로 사항을 듣고, 2개 업체 임직원들을 직접 만나 격려하는 '단순한' 자리였다. 하지만 지난 18일 제주 여기자포럼에서 '덕담' 삼아 한 '현모양처' 발언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며 급기야 전날 공식 사과까지 한 마당이었다.

이날 간담회 '홍일점' 박소영 페이케이드 대표를 겨냥한 "여성이 홍일점이 돼선 안 된다, (남녀가) 동등한 비율로 참여할 시대가 됐다"는 발언 역시 이를 계산한 발언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기업 현장 방문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모바일 게임 업체 옴니텔(대표 김경선)과 게임빌(대표 송병준) 여성 연구원들을 만난 자리에선 손을 꼭 맞잡고 "전공은 뭘 했나?" "아이디어가 막힐 때 어떻게 하나?" 하는 자상한 질문과 함께 "열심히 하라"고 격려했다. 덩달아 주변에서도 기념사진 촬영 때 여성 직원들의 참여를 적극 독려했다.  

원래 방문 일정에 갑자기 추가된 전자회로기판(PCB) 설계·제조업체 이오에스(대표 김미경) 대표 역시 공교롭게 여성이었다.

▲ 22일 오후 전자회로기판(PCB) 설계·제조업체 이오에스를 방문한 최시중 위원장이 김미경 대표 안내로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 김시연


지경부 등에 맞서 통신정책 주무 부처 입지 다지기

마침 이날 아침 최 위원장은 일본 총무성 장관을 만나 2006년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한중일 통신장관회의'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2008년 2월 '정보통신부'가 해체된 뒤 그 바통을 이어받고도 '정보기술(IT)' 컨트롤타워 역할에 소홀했다는 비판에 맞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이다.

이는 최 위원장이 지난 18일 제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세미나 자리에서 "정보통신부 해체는 참 아쉽다"면서 "IT 같이 세계가 공인하는 수준의 산업을 20년 헌신의 노력으로 이뤄놓은 건데 사려 깊지 못한 개편으로 부작용을 낳게 된 거 아닌가"라고 밝힌 대목과도 일맥상통한다.

지난 5일 KT, SK텔레콤, 통합LG텔레콤 등 이통3사 외에 삼성전자, LG전자, NHN 대표까지 모두 불러 '무선인터넷 CEO 간담회'를 연 데 이어, 이날 IT 중소기업들이 몰려 있는 구로디지털단지를 직접 찾은 것도 '통신' 관련 '정부 최고책임자'로서 입지를 다지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으론 지난 19일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반포 팔레스호텔에서 휴대폰 제조사, 이통사, 중소기업 대표 등을 상대로 '모바일 업계 간담회'를 연 것에 대한 경계심도 담겨 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 18일에도 "정보통신부 기능이 지식경제부, 문화관광체육부, 행정안전부 등에 삼분사분돼 있다 보니 마찰이 있다"면서 "지금 정부 개편하자고 하면 난센스여서 가능한 협조하면서 해보자는 것이고 정부 개편 시점 되면 공론화되고 구체화될 것"이라며 IT 관련 업무 재편 필요성을 제기했다.     

IT 규제와 진흥, 두 마리 토끼도 잡을까

▲ 22일 낮 12시 서울 구로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열린 '무선인터넷 활성화 IT 중소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IT 중소기업 대표들 ⓒ 김시연


그런 의미에서 이날 중소기업인 간담회는 IT업계에서 방통위의 현재 위상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의 브리핑에 따르면 모바일광고 시범사업, IT 인력 지원 등과 함께 스마트폰 게임 사전 심의나 공인인증서 제도 개선 등 무선인터넷 관련 각종 '규제 완화' 관련 건의사항이 많았다. 또 대기업의 중기 IT 인력 '싹쓸이' 대책이나 단말기 정보 공개, 이통사 MMS(멀티미디어 메시지 서비스) 요금 인하 등 '대기업'들에 대한 '민원'을 직접 제기한 경우도 있었다.

적어도 IT 관련 중소기업인들에게 방통위는 인터넷 등 IT 산업을 '규제'하거나 거대 통신 사업자들을 '제어'하는 기관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방통위는 출범 2주년을 맞아 오는 24일 '무선인터넷 산업 발전을 위한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통해 중소기업 지원방안을 찾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최시중 위원장은 "너무 늦게 왔지 않나 하는 미안함이 있다", "좀 더 일찍 왔어야 했다"며 여러 차례 아쉬움을 밝혔다. 뒤늦게 '무선인터넷 강국'을 내세운 최시중 위원장이 이날 보여준 '강행군'이 그저 '수박 겉핥기'로만 끝나지 않으려면, 방통위는 어떻게든 IT산업 '규제'와 '진흥'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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