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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을 휩쓸고 있는 메가 쓰나미, 한류

방콕의 낮도깨비 여행 2

등록|2010.03.22 20:28 수정|2010.03.22 20:28
태국의 모든 공중파 채널에 넘쳐나는 한국방송물

공항 청사 밖으로 나오자 습한 더운 기운이 온몸을 감았습니다.

"지금 태국은 막 여름이 시작되는 때입니다. 3월부터 6월까지가 여름이고, 7월부터 10월까지가 우기입니다. 그리고 11월부터 2월까지가 겨울이지요. 여름에는 기온이 30도에서 40도, 겨울에는 18도에서 30도쯤을 오르내리지요. 오늘 기온은 36도쯤입니다. 앞으로 기온은 더욱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평생 일본을 주 거래처로 한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다 정년퇴직하고 1년 전에 가이드자격증을 따고 공항의 환승객투어가이드를 하고 있다는 켄은 영어와 일본어를 구사하는 친절하고 정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우선, 태국의 물가를 요량하셔야 되니 화폐단위를 아셔야 될 것 같습니다. 화폐단위는 바트Baht(THB)이며 지폐와 동전이 있습니다. 최소단위는 사땅Satang(St)이며 100사땅이 1바트입니다. 지폐는 20, 50, 100, 500, 1000바트 짜리가 있고 동전은 25, 50사땅과 1, 5, 10바트 짜리가 있습니다. 오늘 환율로 1달러가 31바트 정도이고, 한국 원화는 1바트에 42원정도로 고시되어 있습니다."

모든 돈에는 현재 태국 국왕인 푸미폰 아둔야뎃 라마 9세의 초상이 그려져 있고 국왕에 대한 사모와 존경의 마음이 극진한 태국국민들은 국왕의 모습이 접히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는답니다.

▲ 공항에서 방콕시내로 들어가는 고속화도로에 세워진 황금테두리의 장식으로 국왕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LONG LIVE THE KING'아치와 국왕의 초상 사진 ⓒ 이안수


"이 운전기사는 카섬Kacem이예요. 공항과 시내까지 개인여행자는 주로 스카이트레인BTS Skytrain를 이용합니다. 파타야로가는 길목의 이 도로는 정체가 심하지만 스카이트레인을 이용하면 15분이면 시내까지 닿을 수 있거든요. 한 라인이 더 건설 중에 있어요. 11월이면 완공됩니다. 한국분들이 태국을 방문하면 하루를 파타야에서 보내곤 합니다. 방콕에서 2시간이면 갈 수 있어요."

켄은 우리가 마치 태국에 살기 위해 온 것처럼 세세하고도 꼼꼼하게 우리가 궁금해 할 태국의 정보를 들려주었습니다. 자가용에 승차하고 시내로 이동하는 30분 남짓한 시간에도 켄의 친절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요즘 태국에서는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 대중가요 등이 인기절정입니다. 10여개의 위성방송 외에도 태국에는 3·5·7·9·11·Thai PBS 등 6개 공중파 채널이  있고 이 모든 방송들은 시간대를 달리하면서 아침부터 밤까지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가요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노래는 원더걸스의 노바디가 최고의 인기입니다."

태국이 동남아 한류의 진원지로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태국의 한류열풍으로 태국의 젊은이들이 한국대중문화에 무차별 노출되고 이것은 한국을 동경하게 만듭니다. 태국의 대학생들에게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 1위를 한국으로 꼽고, 실제 그들은 지난 1월 저와 만났던 밍처럼 한국으로 날아옵니다. 이런 현상은 전동남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헤이리에서서도 동남아의 한류열풍을 실감하고 있던 터였습니다. 2007년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CH5 K-Variety의 Korea Homestay라는 프로그램에서 모티프원이 30분물로 방송되었습니다. 당시 태국의 인기스타 수크냐 라이윈Sukunya Riwin과 10여명의 스태프가 직접 방문하여 태국에서 불고 있는 한류바람을 전하고 갔었지요.

▲ 한 음반 매장에 걸린 한국의 인기그룹의 사진 ⓒ 이안수


▲ CH5의 모티프원 취재및 촬영을 위해 방문한 태국 촬영팀. 이 모티프원의 촬영분은 CH5에서30분물로 방영되었습니다., ⓒ 이안수


"저 곳의 제일 높은 빌딩이 방콕 베이욕스카이호텔Baiyoke Sky Hotel 입니다. 84층의 360도 회전하는 전망대에서 방콕 시내를 조망하는 풍경이 좋습니다. 저 빌딩의 디너뷔페가 유명하지만 아쉽지만 이번에는 시간이 허락되지 않으니 다음번에 방콕을 방문하면 꼭 가보세요."

켄의 안내말이 멎었을 때 왕궁 앞에 도착했습니다.

태국의 자존, 왕궁과 에메랄드 사원

왕궁의 입장은 아침 8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입니다. 4시까지 관람을 마쳐야 하는 저희로서는 빠듯한 시간이었습니다. 켄이 즉시 발권을 하고 입장을 하려는데 반바지를 입은 한 사람의 입장을 제재했습니다. 미니스커트, 반바지, 민소매옷 등의 노출의상과 샌들은 입장이 허락되지 않는 것들입니다. 앞 가게에서 바로 바틱batik을 사서 치마로 두르고 입장이 가능했습니다. 이런 예의 준수에 대한 강제는 태국의 자존에 관한 것으로 외국인인 저로서도 당연한 일로 여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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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경복궁 면적의 약2/3쯤 되는 21만8천 평방미터 넓이로 1.9킬로미터의 사각형 담으로 둘러져있는 왕궁은 왕족의 주거용 궁전과 왕과 신하들의 업무용 건물, 왕실전용의 사원인 에메랄드사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에메랄드 사원 ⓒ 이안수


▲ 에메랄드사원 ⓒ 이안수


새벽사원(Wat Arun : The Temple of Dawn)이 있는 짜오프라야 강(Chao Phraya River) 서쪽의 톤부리왕조의 멸망과 함께 새로운 짝끄리 왕조를 세운 라마1세가 강의 동쪽에 새로운 왕궁을 짓고 1782년에 이곳에서 대관식을 거행함으로써 지금까지 정치적, 종교적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 왕궁 ⓒ 이안수


▲ 왕궁 ⓒ 이안수


이 왕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태국 왕조에 관한 얘기를 바탕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서쪽으로 긴 국경선을 접하고 있는 미얀마의 침입으로 1350년에 건립되어 수세기 동안 동남아의 해상무역의 주도권을 장악했던 태국의 아유타야왕국이 1767년에 멸망하게 됩니다. 이것은 타이족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었지요. 이에 짜오프라야강의 하류로 퇴진한 타이족은 톤부리에 미얀마군을 맞서는데 큰 공을 세웠던 딱씬을 왕으로 하는 새로운 왕조를 세우게 됩니다. 당시 톤부리(Thonburi)에 왕궁과 왕의 전용사찰인 새벽사원이 건립되었지요. 하지만 왕위에 오른 뒤에도 계속되는 미얀마군의 공격에 맞서는 일은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마침내 타이족은 그의 영도력에 회의를 느끼고 다섯 명의 장군들에 의한 쿠데타로 제일 명망이 높았던 짝끄리장군을 새로운 왕으로 추대했습니다. 그가 라마 1세입니다. 톤부리왕조는 불과 16년 만에 막을 내린 것입니다. 라마1세는 짜오프라야 강 서쪽에 새롭게 도읍을 정하고 현재의 왕궁과 왕실전용사원인 에메랄드사원(Wat Phra Kaew 왓 프라께오)을 건립한 것이지요. 그러므로 현 왕궁과 사원은 짝끄리 왕조의 모든 것이 집적되어 있는 곳입니다.

사원의 회랑에는 라마끼얀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라마끼얀(Ramakien)은 인도의 고대서사시 인 라마야나(Ramayana)를 원본으로 한 내용으로 신과 나쁜 도깨비들과의 싸움을 묘사합니다. 그러므로 라마끼얀은 장대하고 장엄한 인도의 대서사시인 라마야나의 태국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유타야의 멸망과 톤부리시대의 군사적, 정치적 혼란 속에서 새로운 왕조를 출범시킨 라마1세로서는 민심을 안정시키고 왕권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였지요. 그는 민심을 모으는 구심점으로 불교를 근간으로 삼았고 이 라마끼얀은  통치의 논리적 근거로 번역되고 개작되었습니다. 현 태국의 문화는 많은 부분 이 라마끼얀에 바탕한 것입니다. 이곳 회랑의 황금벽화를 비롯한 그림뿐만 아니라 문학과 건축, 노래와 무용 등에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 회랑의 벽화는 부분적으로 보수 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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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높이 66cm, 너비 48.3cm의 에메랄드 불상이 모셔진 에메랄드사원은 왕실 전용사원이면서 태국국민의 불심이 집적된 최고의 사찰입니다. 녹색의 옥을 깎아서 만들었다는 불상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국왕이 직접 승복을 갈아입힌다는군요. 1434년 태국 북부의 치앙라이의 한 사원 무너진 탑 속에서 처음 발견된 이 불상은 라오스로 옮겨졌다가 다시 짝끄리 장군에 의해 태국으로 반입되는 등 현재의 대웅전에 안치되기까지 왕조의 운명과 함께 파란의 풍상을 겪습니다. 이 불상과 사원 안에서 사진촬영은 금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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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에메랄드 불상이 안치된 대웅전의 테라스 옆에는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모신 황금빛 둥근 쩨디(chedi 사리탑과 유사한 태국 불교 기념물)가 이 사원을 세운 태국민의 희원을 웅변합니다. 

불교 성전이 보존된 장서각이 이어져있고, 짝끄리 왕조 왕들의 입상 조각상들을 모셔놓은 판테온pantheon이 있습니다. 그 옆에는 라마 4세 때 만들어졌다는 앙코르와트 석재 모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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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에메랄드 사원을 벗어나면 왕궁의 기능건물들이 펼쳐집니다. 왕을 알현하는 행사용 건물(아마린 위닛차이), 왕의 대관식을 거행하는 곳(파이산 탁씬), 라마 1, 2, 3세가 기거하던 건물(짝끄리 피안), 왕궁의 중앙(짝끄리 마하 쁘라쌋), 왕과 왕족들의 시신을 안치하여 조문을 할 수 있도록 한 건물(두씻 마하 쁘라쌋), 그리고 국빈과 왕의 특별사절을 위한 영빈관(보롬 피만 맨션) 등을 켄의 부지런한 발걸음을 따라 스치듯 살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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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현재 이 왕궁은 왕실이나 국가의 공식행사에만 활용되고 국왕을 비롯한 왕족은 라마5세의 개인 정원이었으며 지금은 동남아시아 최대의 동물원이라는 두시트 동물원 동쪽의 치트랄라다 궁전(Chitralada Palace)전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라마9세는 그의 형인 라마8세가 왕궁Grand Palace에서 죽고 난 뒤 라마6세의 주거지였던 4평방킬로미터 넓이의 치트랄라다궁으로 옮겼습니다.

태국은 현재 불교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이슬람교가 5%를 차지하고 있는 불교국가입니다. 입헌 군주제를 채택하여 1946년 즉위한 라마 9세 푸미폰 아둔야데 (H.M. King Bhumibol Adulyadej) 국왕이 통치하고 있습니다.

*태국관광법은 외국인가이드의 왕궁안내를 금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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