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대가리 구이, 그 맛이 기막히네!
[포토에세이] 안동 옹천 오일장에서
▲ 고등어대가리 구이안동 옹천 시골장에서 ⓒ 김민수
생선을 팔던 아저씨가 연탄 화덕에 손질하고 남은 고등어대가리를 굽고 있습니다.
구수한 냄새가 한적한 옹천 시골장을 가득 채워갑니다.
잠시 한적한 틈을 타서 장에 나오신 어르신들께 대접을 합니다.
막걸리나 소주 한 잔이 곁들여지면 그 어떤 잔치상도 따라오지 못할 것 같습니다.
▲ 할머니의 손고등어대가리 구이를 드시고 있는 할머니의 손 ⓒ 김민수
할머니 한 분이 잘 익은 생선 대가리를 손으로 집어 맛나게 드십니다.
오랜 세월 살아오신 할머니의 모습을 봅니다.
저 손으로 자식들 길러내고, 시부모 공양하고, 남편 뒷바라지를 했을 것입니다.
고운 손 아니라도 아름다운 손입니다.
▲ 할머니고등어대가리 구이를 드시는 할머니 ⓒ 김민수
물끄러미 장터를 바라보시며 고등어대가리를 입으로 가져가시는 할머니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것일까 생각했습니다.
혹시 내 또래는 되었음직한 고향 떠난 아들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랜만에 열린 오일장인데도 썰렁하여 속이 상하신 것은 아닐까.
▲ 할머니나이듦이 이렇게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 김민수
조금은 쓸쓸해 보이시면서도 우직한 듯한 할머니, 고등어대가리는 뼈째 씹어 먹는 것이 좋다며 제 손에도 쥐여 주십니다.
▲ 맛객정말 맛나게 드신다. ⓒ 김민수
"이만 좋으면 다 씹어 먹어. 막걸리나 소주도 한 잔 하면 좋지."
"한 잔 하실래요?"
"아녀, 그냥 이거나 먹을래."
"정말 맛있네요."
"고등어대가리 맛, 정말 좋아."
그랬습니다.
할머니가 쥐여 주신 고등어대가리의 맛은 정말 좋았습니다.
고등어대가리에 먹을 것이 그렇게 많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습니다.
▲ 할머니할머니의 모습에서 세월의 흔적을 본다. ⓒ 김민수
세월은 이제 할머니를 장터에서 생선대가리를 씹어먹어도 정겹게 보이는 나이가 되게 했습니다.
그 옛날 처녀 때나 새색시였을 때에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겠지요.
나이 듦 혹은 늙음이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고등어대가리를 맛나게 드시는 할머니를 보니 그렇습니다.
고등어대가리를 구워낸 아저씨의 마음이나 한 식구처럼 둘러서서 잘 구워진 대가리를 먹는 이들의 마음이나 모두 따스하고 구수합니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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