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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 엄마의 가르침, 가슴에 소복소복 새길께요

춘삼월 눈 내리는 날 초등학교 아이와 동생에게 눈 치우게 하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등록|2010.03.23 14:52 수정|2010.03.23 14:52

춘삼월 폭설2010년3월22일, 춘삼월 폭설에 남한산성 아래 동네가 눈에 잠겼어요. ⓒ 한영화




"우와, 아이들이 눈을 치우네요."
"안녕하세요."
"저희들도 이 틈에 사진 한 장 찍어주실래요."
"네. 다들 모이세요."
"고맙습니다."
"아이들 사진 찍은 것, 제 메일로 보내 주실래요."

서준 어머니. 어제 오후,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만났었죠. 우산 하나에 두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길목에서 저는 서준이랑 서준이 동생이 열심히 눈을 치우고 있는 걸 봤었죠. 빌라 안쪽에서는 서준 어머니랑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열심히 격려하고 다독이고 있었구요. 제겐 그 모습이 너무나 인상에 남았어요.

눈 치우는 서준 형제초등학교에 올라간 서준과 그 동생이 눈을 열심히 치우고 있어요. ⓒ 한영화



그건 보통 부모들과는 다른 가르침을 아이들에게 안겨 주는 듯 했었어요. 저희 집 아이들도 그렇고 다른 집 아이들도 다들, 눈이 오면 집으로 들어가도록 하는 게 순리인데 말이죠. 옷이 눈에 젖을까, 아니면 감기에 들진 않을까, 염려하고 걱정하는 게 부모 마음이지요.

그런데도 서준 어머니는 서준이랑 서준이 동생에게 수북이 쌓인 눈을 치우도록 하고 계셨죠. 눈을 다 맞으면서. 어쩌면 춘삼월 끝자락에 내리는 눈들을 몽땅 맞을 수 있도록 하는 즐거움과 여러 길손들에게 편한 길을 제공하도록 아이들에게 눈을 치우게 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더불어 사는 즐거움과 보람을 벌써부터 품도록 하는 가르침 말예요.

나와 아이들나와 우리집 아이들 우산에 갇혀 눈을 피하고, 사진까지 찍어달라고 했는데... ⓒ 한영화



그런 서준 어머니와 아이들과 함께, 이웃집에서 함께 산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새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본래 서준 네랑은 담벼락 하나가 세워 있었지만, 그것이 허물어진 탓에 그쪽 길로 오가면서 서로들 가까운 사이가 되었죠. 서준이랑 우리 딸아이 민주랑은 어린이집에 함께 다녔고, 지금은 초등학교에 함께 다니구요. 물론 두 집 동생들도 어린이집에 함께 다니는 사이구요.

내가 평소 서준이랑 동생을 보면서 느낀 것은 정말로 순하다는 것이죠. 아이들이 티 없이 맑고 깨끗해요. 순진무구 그 자체예요. 눈도 초롱초롱 하구요 얼굴도 티 하나 없이 맑구요.더군다나 어른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을 정도로고 꼬박꼬박 인사도 잘 하구요.

그에 비하면 우리 집 세 아이들은 너무 드세고 거친 듯 해서 문제예요. 고집도 세고,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해서 말예요. 엄마 아빠 말도 잘 안들을 때가 많구요,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라고 해도 그때 뿐이니, 솔직히 속상할 때가 많아요.

어쩌면 그게 부모 교육에서 나오지 않나 싶어요. 어제만 봐도 이제 초등학교에 올라간 녀석과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녀석에게 눈을 치우게 한다는 게 쉽지 않는 일이잖아요. 우리 아이들이나 다른 집 아이들에겐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어요. 그런 미덕을 어렸을 때부터 가르치고 있으니, 얼마나 제가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더군다나 그 틈에 끼어들어 사진까지 찍어달라고 졸라댔으니, 지금 생각할수록 더욱 초라한 제 모습입니다. 얼굴까지 화끈 거리고 있어요. 어쩌면 나도 그때 우리 집 두 아이들에게 서준이랑 함께 눈을 치우는 걸 도우라고 했어야 옳을 듯 싶었습니다. 물론 나도 모범을 보였어야 하구요.

어찌됐든 어제는 정말로 귀중한 깨달음을 얻었어요. 앞으로도 제가 부족한 부분을 헤아려 주시고, 아이들 양육에 많은 가르침을 안겨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서 춘삼월 22일,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그날은 평생 잊지 못할 날이 될 것 같습니다. 서준 엄마의 귀한 가르침을 가슴에 소복소복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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