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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날, 우포늪의 태고적 아름다움을 보며

인간임을 부끄럽게 만드는 '4대강 사업'

등록|2010.03.23 16:42 수정|2010.03.23 16:42

일몰 직후의 우포늪우포늪의 신비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모습이다. ⓒ 정수근



며칠 전 일몰 직후에 들른 우포늪의 그 수변공간에서 정말 태고적 신비를 경험했습니다. 그 시간 우포늪은 정말 신비스러운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모습이었고, 그 순간은 마치 창세기의 그 시공간으로 우리 일행을 안내한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 태고적 아름다움을 간직한 순간을 지난 글("낙동강에 선 종교인들, "흐르지 않는 강물, 이게 다 낙동강 하구둑 탓"")에서 밝히 바와 같이 세 분의 종교인들과 함께 했었습니다. 그들은 4월 19일~22일에 있을 '성베네딕토수도원'의 수녀님과 수사님들의 '낙동강 순례'를 준비하기 위한 답사 길을 함께한 분들입니다. 그들은 바로 두 분의 수녀님과 지율 스님이었습니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저 같은 사람들에겐 '매직아워'라 불리는, 그 일몰 직후의 우포늪의 신비한 모습을 보면서 함께 동행한 수녀님들은 그 특유의 종교적 감성으로 그 시간 우포늪이 주는 신의 경의에 감탄하는 듯 연신 "아름답군요. 아름다워"를 나직이 읊조리고 있었습니다.

우포늪의 신비일몰 직후에 얻은 우포늪의 신비한 매력이 느껴지는 풍경이다. ⓒ 정수근



인적도 없는, 들리는 소리라곤 간간이 들려오는 철새들의 울음소리가 있을 뿐, 바람마저도 일지 않는 우포늪은 정말이지 우리를 창세기의 시공간으로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습니다. 멀리 강물에 비친 산 그림자와 강변에 선 나무가 만들어내는 그림자만 강물에 가만히 서서 우리를 반길 뿐 세상은 적막 그 자체였습니다.

저는 다행히 그 모습들을 조금이나마 담아올 수 있었는데요. 그 순간들을 함께 공유해보고 싶습니다.

우포늪의 신비일몰 직후의 우포늪의 모습, 바람마저 한점 없는 고요한 순간이었다. 적막감마저 감도는. ⓒ 정수근




특히 어제는 물의 날이었습니다. 물의 날을 맞아, 우포늪의 신비한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다시 보면서 우리에게 마실 물을 제공하고, 수많은 생명들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이런 늪과 강의 의미를 잠시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 생명의 늪과 강과는 지금 정반대로 진행되고 있는, 죽음의 4대강 사업은 우리 인간들의 어깨를 너무 무겁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수많은 생명들의 생존터전을 앗아가버리는 4대강 사업이 물의 날을 맞아 저를 너무 부끄럽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블로그 앞산꼭지'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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