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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대박이? 5년 동안 열심히 로또 샀지만...

[공모-로또] "불안한 미래를 바꾸는 일은 로또 1등 당첨뿐"

등록|2010.03.24 16:41 수정|2010.03.24 16:57

이번에 또 산 로또이번엔 대박 한번 터지려나? 하고 기대해 봅니다. ⓒ 변창기


저는 화투나 카드놀이 같이 노름과 연결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돈 따먹기 놀이를 하면 딴 사람은 기분 좋겠지만 잃은 사람은 기분이 좋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은 또 무지하게 좋아 하더군요. 어떤 사람은 그런 것을 실내 스포츠라며 건전하다고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않습니다.

지난 2002년 12월, 로또복권이 한국에도 만들어져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문에 당시 복권으로 명성을 날리던 주택복권의 인기가 시들해지기까지 하였습니다. 반면 로또의 인기는 날로 상승하였고 지금은 로또복권이 일상화 된 듯보입니다.

저도 처음엔 로또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었습니다. 일확천금, 벼락부자 뭐 이런 문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실히 일해서 벌어먹고 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 지금도 믿고 있습니다. 로또도 하나의 사행심 조장이라고 여겼습니다.

로또복권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언론을 통해 흘러 나왔습니다. 어떤 분은 집 팔아 3천만 원어치 로또복권을 구입하였지만 건진 건 몇 백만 원 밖에 안 된다는 내용이라든지 로또 1등에 당첨되어 부부가 싸우고 갈라서 가정이 파괴되었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좋은 내용보다는 로또로 인해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 내용이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성실히 일해서 벌어먹고 살자'고 다짐하곤 했습니다.

어느 날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 되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걸고 로또복권을 구입하자 1등 당첨금이 400억 원이나 되었습니다. 저도 은근히 기대를 걸고 만원어치 로또복권을 구입했었습니다. 로또복권이 2000원 할 때라서 5개를 구입했지만 결과는 모두 꽝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누가 당첨 되었는지 궁금해 했습니다. 1등 당첨자 소식은 순식간에 전국에 퍼져나갔는데 들리는 소문엔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강원도 어느 경찰이 휴가를 냈는데 다음 날 그 경찰의 사표가 우편으로 배달되었다는 것입니다. 사표 내고 잠적한 그 경찰관은 얼마 후 서울 부자들이 사는 동네에 집을 구해 들어갔다는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그 경찰관이 로또 400억 1등 당첨자라고 신문에 난 거죠. 그때 저는 성실이고 뭐고 그 경찰관 아저씨가 너무도 부러웠습니다.

"우리도 로또복권 한 번 사 볼까?"

아내도 로또복권에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400억 원 당첨 사건이 나온 후 그렇게 말하더군요. 저도 아내에게 한 번 사보라 권했습니다. 아내는 어려서부터 숫자에 능통하니 조금씩 해보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심리가 발동했습니다. 아내는 그때부터 만원 내로 로또를 사기 시작 했습니다. 로또 전용 공책도 한 권 샀습니다. 아내는 꿈이 잘 맞는다며 꿈에 대한 연구도 시작 했습니다. 저보고 꿈 해몽 책도 한 권 사오라 했습니다. 사다주니 연구하는 학자나 된 듯이 꿈에 대해 공부하더군요.

"와, 3등 당첨 되었다."

어느 날 저녁 퇴근해 집에 가니 아내가 매우 기뻐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보여주는 로또복권을 보니 6개의 숫자 중 5개가 맞았더군요. 아내는 꿈의 내용과 로또 번호를 연구하여 조합하는 방식으로 로또를 구입하였습니다. 그러다 3등에 당첨된 것이었습니다. 아내는 200만원이 넘는 돈을 당첨금으로 받아 왔습니다. 속으로 저도 기분 좋더군요. 당첨금이 당시 제 월급의 두 배나 되었으니까요. 아내는 그 돈을 모자란 생활비에 보태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그 후 4등에 한 번 더 당첨되었습니다. 세금 공제하고 20여만 원 받아 왔더군요. 그리고는 지금까지 5등만 더러더러 당첨될 뿐 계속 꽝입니다. 그래도 아내는 1등 당첨의 미련을 못 버리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남편의 불안한 미래를 바꾸는 일은 로또 1등 당첨뿐이라고 말합니다. 저도 아내가 3등에 당첨된 후 아내 몰래 용돈 있으면 2000원어치 로또복권을 사두곤 합니다. 매번 1등과는 거리가 멀지만 우리 같은 서민들이 누릴 수 있는 신분상승의 기회가 어디 그리 흔할까요? 그나마 로또복권에 희망이나 걸고 사는 게 낙이지요.

"자, 로또복권."

얼마 전 강화도 사시는 장인장모님이 내려 오셨습니다. 울산에 아들과 딸 넷이 살고 있어서 다니러 오신 것입니다. 장인어른은 울산에 내려 오셔서 아들 집과 딸 집을 일일이 방문 하면서 로또복권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그것도 5000원짜리 한 장씩 해서요. 퇴근하고 온 저에게 아내는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아버지가 강화도서 내려 올 때 돼지꿈을 꾸셨대요. 그래서 혹시나 로또복권 사면 1등 당첨 되려나 싶어 5000원짜리 다섯 장을 사서 집집마다 한 장씩 나누어 주었대요. 그 이야기 듣고 얼마나 웃었던지 눈물이 다 날 정도였어요."

장인어른은 울산에 내려와 현대자동차 하청업체에 다녔다고 합니다. 울산에서 자식들 다 키우셨지요. 지금은 나이가 드셔서 강화도에 사는 처형님 댁에서 함께 살고 계십니다. 자식들 모두 서민으로 고만고만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생하며 살아오신 장인어른은 아마도 고생하며 살고 있는 자식들이 안쓰러워 로또복권을 구입하여 자식들에게 선물로 주신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당첨된 자식이 하나도 없어서 조금은 서운해 하지 않으셨을까요?

길거리 점포마다 내걸린 로또 현수막로또 판매점 어디서나 볼수 있는 현수막입니다. 나에겐 복권 모두에겐 행복권 이라는 글귀가 보입니다. 그래 2천원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살지 하고 또 삽니다. 그러나 언제나 꽝~입니다. ⓒ 변창기

덧붙이는 글 로또 응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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