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산내집단희생지에서 피학살자의 유해로 보이는 드러난 두개골. 현장에서 유골훼손이 반복되고 있지만 대전동구청이 진실화해위원회가 지원하는 안내판 설치사업마저 외면해 비난을 사고 있다. ⓒ 심규상
대전 동구청(구청장 이장우)이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의해 수천 명이 희생된 민간인집단희생지(동구 낭월동)의 현장훼손 방지를 위한 안내판 설치를 또 다시 외면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는 전국 주요지역 민간인 집단희생지의 현장 및 유해 훼손을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현장에 '집단희생지'임을 알리는 안내판을 설치하고 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 안내판 설치를 희망할 경우 설치비 등 사업비 전액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대전 동구청 관계자는 "안내판 설치에 대해 현장에 들어서 있는 교회 등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지가하락 등 부정적 여론이 많아 유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희생자 유가족들의 고충은 알겠지만 유가족들의 입장만 고려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구청장께서도 (안내판 설치를 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구청의 외면은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시한이 올해로 끝나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진실화해위원회를 통한 안내판 설치가 불가능해 진 것을 의미한다. 대전 동구청은 지난해에도 "현지 지역주민들의 정서 및 여론이 부정적"이라며 안내판 설치신청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산내집단희생지의 경우 인근에 주택이 2∼3채뿐이다. 또 7∼8곳에 이르는 집단희생지 대부분이 도로변또는 야산 등에 위치해 있다. 암매장지 범위가 넓어 주민들의 민원을 피해 안내판을 설치할 곳도 많은 편이다. 특히 산내집단희생지 주변에서는 희생자 유해가 드러나 삭아 없어지는 등 현장은 물론 유골훼손이 심한 상태다.
매년 '추도사'도 외면... 유가족 모임 "직무유기 묵과하지 않겠다"
▲ 대전 산내 집단희생자 추모제. 매년 열리고 있지만 대전시장과 대전 동구청장은 유가족들의 추도사 요청을 10년째 외면하고 있다. ⓒ 심규상
그런데도 대전동구청이 또 다시 안내판 설치를 외면하자 희생자유가족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김종현 대전산내희생자유족회장은 "현장에서 유해가 드러나 나뒹굴고 있다"며 "이 때문에 대전시와 동구청에 더 이상의 현장훼손을 막기 위한 안내판 설치를 수 년째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훼손을 막기 위해 솔선수범하지는 못할망정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예산까지 지원해 준다는 데도 이를 외면하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주민여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암매장지에 들어선 교회신도들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항의집회 및 1인시위, 낙선운동 등을 통해 동구청장의 무소신과 직무유기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실제 대전동구청장은 대전시장(박성효)과 함께 매년 열리는 희생자추모제와 관련 유가족들의 '추도사' 요청마저 모두 거부했다. 이 때문에 2000년 첫 위령제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10년 째 대전시장과 관할 동구청장의 추도사 없는 위령제를 지내왔다.
게다가 토지소유주들이 지가하락등을 이유로 묻혀 있는 유해발굴을 거부, 대부분의 유해가 아직 땅 속에 갇혀 햇볕을 못보고 있다.
대전 산내집단희생지에는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의해 제주 4·3 관련자 등 대전형무소 수감 정치범과 보도연맹 관련 민간인 등 7000여 명(최소 3000명)이 집단학살 후 암매장된 곳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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