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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친보다 더 중한 죄는 타인의 토지를 뺏는 것"

[고전에서 현실읽기] 기자가 본 <진보와 빈곤>, 목사가 본 <진보와 빈곤>

등록|2010.03.25 15:19 수정|2010.03.25 15:19

▲ 희년토지정의실천운동 공동대표인 김경호 들꽃향린교회 목사가 24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진보와 빈곤> 강독회에서 '성경의 토지 평등법'을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 유성호


"근친을 한 것보다 더 중하게 벌해야 하는 일은 타인의 토지를 빼앗은 죄다. 평등한 토지 제도, 이것은 어떤 법보다 우선하는 법이다."

진보적인 학자의 말이 아니다. 김경호 목사(희년토지정의실천운동 공동대표)가 전한 하나님의 말씀이다.

"기독교가 못된 역할 하니 이슬람이 확산된 것"

"이집트에서 노예로 살던 이스라엘 민족이 모세의 인도로 가나안 땅에 가서 공동체를 꾸리기 시작했다. 이후 이스라엘 민족은 땅을 평등하게 나눠 가졌다. 이 토지는 하나님이 주신 것으로 어떤 인간에게도 빼앗길 수 없다. 땅을 팔아먹거나 양도하게 되면 자신들을 출애굽 시킨 하나님을 거역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성경에 나타난 토지 평등법을 해석한 김 목사는 "기독교의 핵심 교리가 토지 평등에 있다"고 보았다. 24일 오후 7시30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진보와 빈곤> 세 번째 강연자로 나선 김 목사는 성경에서 토지 평등 제도를 엿볼 수 있는 사례들을 차근차근 설명해 갔다.

대표적인 것이 희년법이다. 김 목사는 "모두가 평등하게 본래 하나님이 나누어주신 자기 땅으로 돌아가는 것이 희년"이라며 "성경에는 50년마다 희년을 선포하게 되어 있는데 이 때 부채를 탕감해주고 노예를 해방시켜주는 등 사회적 재평등이 일어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희년법은) 땅은 하나님의 것이라 말한다"라며 "땅이 어느 한 사람의 독점물이 아니라 모두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야 함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헨리 조지와 성경, 강연을 듣기 전에는 생경한 조합이지만 강연을 들은 후에는 생경하지 않은 조합이 되었다. '토지를 우리 모두의 것'으로 하자 제안했던 헨리 조지의 주장과 평등한 토지 사유를 신앙의 근간으로 둔 하나님의 말씀은 많은 부분에서 닿아 있었다.

김 목사는 현실 교회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기독교가 제대로 희년 정신을 지켰다면 사회주의나 이슬람이 크게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기독교가 못된 역할을 하니까 같은 구약을 쓰는 이슬람교가 확산"된 것이라 보았다. 김 목사는 "기독교가 희년의 역할을 제대로 하게 되면 굉장히 혁명적인 일을 하게 되는데 현실 종교가 말씀을 떠나서 자신들의 이권과 결탁해 말씀과 너무나 먼 곳에 가있다"며 "한국 교회 현실이 그렇다"고 말했다.

진정한 자유는 기본적 물적 토대를 갖는 것

성경의 말씀과 동떨어지게 사용되는 것은 또 있다. 바로 '자유'다. 김 목사는 "성서에 자유는 구체적 물적 토대를 가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가장 기본적인 생활을 영유할 수 있을 만큼의 기반을 갖추는 것이 자유라는 설명이다.

"자유무역협정, 자유주의총연맹. 여기서 쓰는 자유는 가진 자들이 더 가질 자유이고 없는 자를 착취할 자유이며, 부를 마음껏 늘릴 수 있는 자유다. 이는 성서에서 보는 자유가 아니다. 자유라는 말이 오염되어 있다. '인간의 부가 늘어나고 행복하려면 수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단가를 낮춰야 한다. 이를 위해 임금을 낮춰야 한다.' 이것이 항상 지배자들이 주장하던 논리인데 90% 이상이 노동자인 상황에서 그들의 임금을 낮추는 대신 부를 갖고 가는 사람은 누구인가. 행복해지는 사람은 누구인가 봐야 한다. (해답은 나와 있다.) 단가를 낮추려면 제일 먼저 잡아야 할 것이 지대이다. 공장을 지을 때 드는 제일 큰 비용이 땅값이다. 땅 값을 낮추면 모든 것이 낮아진다."

결국 토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평등을 이룰 수 없고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김 목사의 말에 한 청중은 의문을 제기했다. "기본적 물적 토대가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희년으로 모든 것을 최초 상태로 돌려 버리면 물적 토대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김 목사는 "상속을 아주 안하는 건 아니고 필요 없이 획득한 재산을 상속하지 않는 것"이라며 "꼭 필요한 재산은 대대로 상속되며, 이건 유지하되 50년 동안 사회적 불평등이 생겨서 누군가 좀 더 많은 토지를 사용하고 있다면 모두 포기하고 본래의 땅으로 돌아감을 의미한다"고 답했다.

김 목사는 "상위 1%가 민유지(민간이 소유할 수 있는 땅)의 57%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1%를 위한 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 1%를 위하면 확실하게 다음 대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희년 정신을 회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말이다"라고 주장했다.

매력적인 인물 헨리 조지

▲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25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고전에서 현실읽기> 강독회에서 '기자가 본 핸리 조지와 <진보와 빈곤>'을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약 한 시간가량의 강연이 이어지고 강좌의 두 번째 강연자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강단에 섰다.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이기도 한 그는 기자가 본 헨리 조지에 대해 이야기 했다.

기자로서 헨리 조지는 오 대표에게 "매력적인" 인물이다. 이유는 "세상에 분노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동기 자체가 매력적"이고 "우리 시대가 무엇을 가장 아파하는지 고민하며 기자 생활을 했"고 또,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려고 11년 동안 심층 취재해서 <진보와 빈곤>을 연구했"기 때문이다.

오 대표가 본 <진보와 빈곤>의 저자 헨리 조지는 "독자에 대한 서비스 정신을 본능적으로 가진 사람"이다. "경제학을 다룬 책 치고는 내용이 쉽게 쓰여 있고 어떻게 하면 쉽게 설명할까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오 대표는 "인간으로서 헨리 조지가 정말 매력적인 점은 시대가 요구할 때 몸을 던진 것"이라며 "언론인이었다가 경제학자로 변신한 사람이 토지 정의를 현실 권력으로 해결하기 위해 또 다시 정치인으로 변모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헨리 조지, 손낙구

이렇게 인간 헨리 조지에게 푹 빠진 그가 한국의 헨리 조지로 꼽는 사람이 있다. <부동산 계급사회> 저자 손낙구씨다. 노동운동을 하며 민주노총 대변인을 하다가 심상정 의원 보좌관이 된 점, 4년 동안 부동산 문제에 집중해 책을 낸 점 등은 헨리 조지의 전력과 닮아있기도 하다.

오 대표는 "손낙구씨는 대한민국 사회 모순이 부동산에 있다고 보고 이 문제를 제대로 팠다"며 "기자들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팩트에 기반한 글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손씨가 책에서 제시한 대안이 "재미있다"고 평가하며 "집 세 채 이상 소유한 사람의 집을 국가가 국채를 발행해서 5년 동안 사들이자고 했다"며 책 내용을 소개했다.

과거의 헨리 조지와 현재의 헨리 조지를 소개한 오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강연을 마쳤다.

"진보와 빈곤은 19세기 베스트셀러고 성경은 지금도 계속 베스트셀러다. 이렇게 많이 팔렸음에도, 교회가 이렇게 많음에도 사회는 왜 나아지지 않는 것일까. 왜 이러한 주장들이 좀 더 잘 관철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된다. 헨리 조지는 이러한 생각을 이미 그 때 갖고 있었다. 뉴욕 시장에 떨어졌을 때에도 건강이 안 좋을 때에도 이 사람은 도전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토지문제 해결을 위해) 믿음을 갖고 도전했다. 이 세상은 정의보다는 효율을 찾는 것이 익숙해졌지만 이러한 경우를 통해서 다시 한 번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그 길을 함께 가야할 것 같다."

강의가 끝난 후 한 청중이 "헨리 조지의 주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대안이라 할 수 있는 데 왜 지금 이 책을 읽자고 기획했냐"고 물었다.

오 대표는 "빈부격차, 저출산 등 사회 문제의 상당 부분이 토지 문제에 달려 있다"며 "헨리 조지의 주장이 상당히 과격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이슈와 연관된 정책(재개발, 저출산)들은 늘 뉴스이고 사회의 고민거리였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 정의 문제의 핵심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고전'을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읽기'를 하자는 의도"라며 "이를 통해 지금 정치 세력이나 정당들이 제안하고 있는 것에 대한 이해도를 높게 하자는 것"이라 답했다.

강독회 '고전에서 현실읽기<진보와 빈곤>'은 31일 오후 7시30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에서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의 강연으로 이어진다. 강연과 관련된 자료는 '고전에서 현실읽기' 블로그를 통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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