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도 아니고, 왜 몰래 농작물 철거작업 하나?"
[현장]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16공구, 밀양 하남 둔치 경작지 농작물 강제철거 작업
"도둑도 아니고, 새벽에 그것도 몰래 와서 철거작업을 하느냐. 낮에 와서 해도 될 것인데, 새벽 4시부터 미는 작업을 했다. 그것도 경찰까지 동원해 놓고. 정말 말이 안 나온다."
25일 오전 경남 밀양시 하남읍 명례리 '웃들'에서 만난 농민들이 볼멘소리를 했다. 농민들은 낙동강 16공구 개발공사를 맡은 현대산업개발 측에서 이날 새벽 4시경부터 굴착기와 불도저를 이용해 낙동강 둔치 경작지를 뭉개버리는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이곳은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16공구 준설공사 현장이다. 밀양 하납읍 일대 농민 80여 명이 20만 평(준설토 적치장 15만 평)의 둔치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던 곳이었다. 정부는 낙동강에서 준설한 모래나 흙을 이곳에 쌓아놓았다가 골재 확보 및 농지리모델링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날 오전 11시경 '웃들'에 들어섰다. 경찰들을 태운 대형버스 4대가 마을 골목길을 빠져 나가고 있었다. 마을을 뒤로하고 둑 위에 올라서니 '광활한' 들판이 펼쳐졌다.
들판에서는 땅을 고르고 줄을 지어 비닐을 덮어 놓은 모습이 보였고, 비닐하우스도 몇 동 보였다. 멀리서는 포클레인과 불도저가 땅을 파고 있었으며, 한국전력공사 차량이 전기 차단 작업을 하고 있었다. 또 안전모자를 쓴 몇몇 인부들은 비닐하우스를 지탱했던 철재를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국가는 이 들판을 1997년~2004년 사이에 수용했다. 1997년 밀양시가 하천 둔치 농지(사유지)를 농민들로부터 저가로 강제로 수용했는데, 이때 '농민들이 계속해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주변 농지보다 싼값에 수용했다고 농민들은 밝혔다. 일부 지주는 계속 버티다 2004년에야 비로소 보상비(땅값)를 수령하기도 했다.
중장비에 뭉개진 '농민의 땅'... "수확 때까지만이라도 공사 늦췄어야"
2009년 정부는 이곳 둔지 들판을 4대강정비사업 대상 지역으로 편입시켰다. 농민들에게 이 같은 사실이 통보된 것은 지난해 12월경이었다. 이곳 농민들은 '밀양시 하천 경작자 생계대책위원회'(위원장 하원오)를 구성해 대책을 촉구해왔다.
대책위는 "다른 공사 대상 농지와 달리 사전에 공문이나 설명회 등을 통해 농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거나 협의하지 않았다"며 "사업이 불가피하더라도 이미 많은 돈을 들여 보리 등 농작물을 파종해 경작 중이므로 수확이 끝날 때(5월말)까지 공사를 늦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농민들은 또한 적절한 보상을 촉구했다.
정부 측과 주민들은 지난 22일 회의를 열었으나 협상은 결렬되었다. 정부 측은 우선 3만 평만 준설토 적치장으로 조성하겠다며 협조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농민들은 수확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던 것.
하천 경작지에서는 보리가 자라고 있었으며, 봄에 심은 감자가 막 싹을 틔우기 시작한 상태였다.
2800여 평에 감자를 심은 이기봉(54)씨는 "지난 1일부터 보름 정도 작업해서 씨감자 250여만 원을 사서 심었다. 인건비까지 포함하면 500만 원은 들어갔을 것"이라며 "한 푼도 보상을 해줄 수 없다고 하니 난감하다.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느냐"고 말했다.
하원오 위원장은 "도둑놈도 아니고 새벽부터 와서 철거작업을 하고 있다"며 "농민들은 생계가 막막하다"고 말했다.
"불법 경작물이기에 보상할 수 없다... 농민들이 욕심이 많은 것 같다"
낙동강 16공구 공사를 맡은 현대산업개발 현장사무소 관계자는 "작업은 오전 6시부터 했다. 사전에 통지를 했고, 지난 22일 회의를 하기도 했다"면서 "감자 등 농작물은 불법 경작이기에 보상을 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하천 관리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하고 있다"면서 "공사 발주 전에 통지를 하고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지금 경작하는 것은 불법으로 보상은 없다"고 밝혔다.
밀양시청 관계자는 "현수막도 내걸고 공문도 보내서 알렸다. 이미 보상이 다 이루어졌고 올해도 경작하면 불법이다. 농민들이 욕심이 많은 것 같다. 준설토 적치장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 작업을 벌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 동행한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사무국장은 "농민들이 평생 농사를 지었던 땅이다. 협상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는데, 그것도 새벽에 와서 철거 작업을 했다고 하니 안타깝다"며 "농민들과 대응책을 세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25일 오전 경남 밀양시 하남읍 명례리 '웃들'에서 만난 농민들이 볼멘소리를 했다. 농민들은 낙동강 16공구 개발공사를 맡은 현대산업개발 측에서 이날 새벽 4시경부터 굴착기와 불도저를 이용해 낙동강 둔치 경작지를 뭉개버리는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 25일 오전 경남 밀양시 하납읍 명례리 낙동강 둔치 농지에서는 중장비를 동원해 감자밭을 뭉개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 윤성효
이곳은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16공구 준설공사 현장이다. 밀양 하납읍 일대 농민 80여 명이 20만 평(준설토 적치장 15만 평)의 둔치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던 곳이었다. 정부는 낙동강에서 준설한 모래나 흙을 이곳에 쌓아놓았다가 골재 확보 및 농지리모델링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날 오전 11시경 '웃들'에 들어섰다. 경찰들을 태운 대형버스 4대가 마을 골목길을 빠져 나가고 있었다. 마을을 뒤로하고 둑 위에 올라서니 '광활한' 들판이 펼쳐졌다.
들판에서는 땅을 고르고 줄을 지어 비닐을 덮어 놓은 모습이 보였고, 비닐하우스도 몇 동 보였다. 멀리서는 포클레인과 불도저가 땅을 파고 있었으며, 한국전력공사 차량이 전기 차단 작업을 하고 있었다. 또 안전모자를 쓴 몇몇 인부들은 비닐하우스를 지탱했던 철재를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국가는 이 들판을 1997년~2004년 사이에 수용했다. 1997년 밀양시가 하천 둔치 농지(사유지)를 농민들로부터 저가로 강제로 수용했는데, 이때 '농민들이 계속해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주변 농지보다 싼값에 수용했다고 농민들은 밝혔다. 일부 지주는 계속 버티다 2004년에야 비로소 보상비(땅값)를 수령하기도 했다.
▲ 경남 밀양시 하남읍 명례리 낙동강 둔치 경작지 입구에는 '경작하지 말라'는 정부 측 펼침막과 '농지 파괴'라는 내용을 담은 농민들의 펼침막이 함께 내걸려 있었다. ⓒ 윤성효
▲ 밀양 하남읍 명례리 낙동강 둔치 경작지에서 인부들이 비닐하우스의 철재를 철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 윤성효
중장비에 뭉개진 '농민의 땅'... "수확 때까지만이라도 공사 늦췄어야"
2009년 정부는 이곳 둔지 들판을 4대강정비사업 대상 지역으로 편입시켰다. 농민들에게 이 같은 사실이 통보된 것은 지난해 12월경이었다. 이곳 농민들은 '밀양시 하천 경작자 생계대책위원회'(위원장 하원오)를 구성해 대책을 촉구해왔다.
대책위는 "다른 공사 대상 농지와 달리 사전에 공문이나 설명회 등을 통해 농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거나 협의하지 않았다"며 "사업이 불가피하더라도 이미 많은 돈을 들여 보리 등 농작물을 파종해 경작 중이므로 수확이 끝날 때(5월말)까지 공사를 늦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농민들은 또한 적절한 보상을 촉구했다.
정부 측과 주민들은 지난 22일 회의를 열었으나 협상은 결렬되었다. 정부 측은 우선 3만 평만 준설토 적치장으로 조성하겠다며 협조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농민들은 수확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던 것.
하천 경작지에서는 보리가 자라고 있었으며, 봄에 심은 감자가 막 싹을 틔우기 시작한 상태였다.
▲ 포클레인이 동원된 가운데, 25일 오전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16공구에 해당하는 경남 밀양시 하남읍 명례리 둔치 경작지에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윤성효
▲ 정부는 밀양시 하남읍 명례리 낙동강 둔치 경작지에서 농작물 철거작업을 벌였다. 사진 오른쪽은 낙동강이고 왼쪽은 하천 경작지다. ⓒ 윤성효
2800여 평에 감자를 심은 이기봉(54)씨는 "지난 1일부터 보름 정도 작업해서 씨감자 250여만 원을 사서 심었다. 인건비까지 포함하면 500만 원은 들어갔을 것"이라며 "한 푼도 보상을 해줄 수 없다고 하니 난감하다.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느냐"고 말했다.
하원오 위원장은 "도둑놈도 아니고 새벽부터 와서 철거작업을 하고 있다"며 "농민들은 생계가 막막하다"고 말했다.
"불법 경작물이기에 보상할 수 없다... 농민들이 욕심이 많은 것 같다"
낙동강 16공구 공사를 맡은 현대산업개발 현장사무소 관계자는 "작업은 오전 6시부터 했다. 사전에 통지를 했고, 지난 22일 회의를 하기도 했다"면서 "감자 등 농작물은 불법 경작이기에 보상을 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 밀양 하남읍 명례리 낙동강 둔지 경작지에 심어 놓은 감자들이 씨앗을 틔우기 시작했다. ⓒ 윤성효
부산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하천 관리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하고 있다"면서 "공사 발주 전에 통지를 하고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지금 경작하는 것은 불법으로 보상은 없다"고 밝혔다.
밀양시청 관계자는 "현수막도 내걸고 공문도 보내서 알렸다. 이미 보상이 다 이루어졌고 올해도 경작하면 불법이다. 농민들이 욕심이 많은 것 같다. 준설토 적치장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 작업을 벌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 동행한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사무국장은 "농민들이 평생 농사를 지었던 땅이다. 협상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는데, 그것도 새벽에 와서 철거 작업을 했다고 하니 안타깝다"며 "농민들과 대응책을 세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 정부 측이 25일 경남 밀양시 하남읍 명례리 낙동강 둔치 경작지에서 농작물 철거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한국전력공사 측은 농업용 전기 시설을 차단하는 작업을 벌였다. ⓒ 윤성효
▲ 경남 밀양시 하남읍 명례리 낙동강 둔치 경작지에는 보리가 자라고 있고, 감자도 심어져 있다. 멀리서 중장비를 동원해 농작물 철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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