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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에서 세상살이를 배우는 아산 윤승구 가옥

[전통가옥의 숨은 멋 엿보기 52]

등록|2010.03.25 17:59 수정|2010.03.25 17:59

윤승구 가옥아산시 둔포면 신항리 124-1번지에 소재한 충청남도 민속자료 제15호인 윤승구 가옥 ⓒ 하주성



충남 아산시 둔포면 신항리 124-1번지에 소재한 충청남도 민속자료 제15호인 윤승구 가옥은 신항리 해평 윤씨 일가들이 지었던 상류층 가옥중의 하나로 종가댁이라고 부른다. 이 마을은 해평 윤씨들의 고택이 집단으로 서 있는 곳이다.

마을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솟을대문에 들어서면 작은 길이 나오는데, 왼쪽으로는 윤보선 전 대통령 생가(중요민속자료 제196호)가 있고 오른쪽으로는 윤일선 가옥(도 지정 민속자료 제12호)이 있으며, 이 가옥과 인접해서 윤승구 가옥이 있다. 위에도 충남 도지정 민속자료 제13호인 윤제형 가옥이 자리하고 있어 집단으로 지정이 되어 있는 곳이다.

사랑채사랑채는 끝에 마루방을 두었는데, 창호가 색다르다. 문창호지가 찢어져 너풀거리고 있어, 보는 이가 안타깝다. ⓒ 하주성



안채ㄱ 자 형으로 지어진 안채. 전체적인 집의 크기에 비해 안채는 좁은 편이다. ⓒ 하주성



1844년에 지어진 윤승구 가옥


윤승구 가옥은 상량문에 '승정 기원후 4갑진 12월 1일'이라고 적혀 있어, 조선조 헌종 10년인 1844년에 지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이 집의 특징은 대체로 잘 손질한 장대석을 이용하여 기초를 마련하였고, 네모 기둥을 사용했으나 기둥 위에 공포를 모두 생략해 간결한 구조를 하고 있다. 또한 집의 담장을 모두 붉은 벽돌로 쌓아올려 고풍스런 느낌을 주고 있다.  

윤승구 가옥의 사랑채는 정면 세 칸, 측면 세 칸의 홑처마 팔작지붕이며, 그 옆으로는 중문이 달린 정면 세 칸, 측면 한 칸의 문간채가 달려 있다. 사랑채 옆에 난 중문을 들어서면 안채가 보이지 않도록, 문간채의 끝에 맞추어 담장을 쌓았다.

안채는 정면 네 칸, 측면 두 칸의 ㄱ자형 평면이다. 안채의 중앙부분에는 두 칸통 넓은 대청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한 칸의 건넌방을 두고, 왼쪽으로는 두 칸의 안방을 들였다. 집의 전체적인 꾸밈에 비해 안채는 간소한 편이다. 안방 앞으로는 한 칸의 부엌을 들였는데, 안채의 왼쪽 담장 너머에는 정면 네 칸, 측면 두 칸의 별채를 마련하였다.

대문채대문채 앞에도 기와를 얹은 바람벽을 쌓아 안채를 보호하고 있다 ⓒ 하주성



대문채평범한 듯 하면서도 고졸한 멋을 풍기고 있는 집이다. ⓒ 하주성



일각문붉은 벽돌로 쌓은 담장에 붙은 일각문. 전체적으로 붉은 벽돌로 꾸민 집은 무게가 있어 보인다. ⓒ 하주성



다락 밑에 숨은 굴뚝 하나


윤승구 가옥은 현재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 많은 고택을 돌아보면서, 사람이 살지 않아 점차 폐허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편치가 않다. 윤승구 가옥도 그 중 하나다. 여기저기 벽이 떨어지고, 창호지도 다 찢어져 너덜거린다. 문을 잠가 놓아서 안으로 마음대로 출입도 할 수 없다. 다행히 문이 열려 있는 곳이 있어 안으로 들어갔지만, 집안을 돌면서 이 집이 예사 집은 아니었다는 생각을 하게한다.

윤승구 가옥의 굴뚝은 낮다. 이렇게 굴뚝을 낮게 만드는 것은 바로 자신을 낮추라는 교훈이라고 한다. 낮은 굴뚝이라고 해도 굴뚝의 용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굴뚝을 보면서 자신이 스스로 낮아지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고 하니, 선조들의 지혜에 감복을 할 뿐이다.

안채 뒤편으로 돌아가면 돌출된 다락 아래 숨어 있는 굴뚝이 보인다. 그저 삐져나오지 않고 모든 일에 조심하고 스스로 자숙하라는 경고를 하는 듯하다. 그 다락 밑에 굴뚝을 보면서 종가에 사는 사람들의 덕목을 겉으로 드러내지 말고, 스스로 갈고 닦으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것이란 생각이다.    

굴뚝이렇게 낮은 굴뚝을 만든 것은 스스로 이 굴뚝과 같이 낮아지라는 교훈이라고 한다. ⓒ 하주성



다락 및 굴뚝 종가집 사람으로사의 덕목을 가지라는 교훈이라는 숨은 굴뚝. 나서지 말라는 뜻이라고 한다. ⓒ 하주성




종가집으로의 품위를 지키는 윤승구 가옥


윤승구 가옥은 딴 집보다 화려하지 않다. 그러면서도 찬찬히 돌아보면, 나름대로 짜임새가 있다. 한 마디로 종가집으로서의 품위를 지키고 있다. 밖으로 향한 사랑채의 끝은 마루방으로 꾸몄는데, 창호를 색다르게 내었다. 집안의 방들은 모두 이중 창호로 하였으며, 안에는 범살창으로 하고 밖으로는 판자문으로 마감을 하였다.

사랑채 곁에 난 중문을 들어서면 바람벽을 막아 놓았다. 이 바람벽도 담장 위에 기와를 얹어 멋을 더했으며, 좌측으로는 헛간을 우측으로는 방을 들였다. 사랑채를 보고 우측으로도 붉은 담장을 치고 일각문을 냈는데, 일각문 안으로 들어서면 안채와 담으로 사이를 막아 놓았다. 집 뒤로 돌아가니 대밭이 보인다. 이렇게 대를 심어 놓은 것도 늘 대처럼 뜻을 굽히지 말고, 곧게 살라는 뜻으로 가꾼 것이라고 한다. 그냥 집이 아니다. 모든 것 하나하나가 다 교훈을 담고 있는 집이다.

대밭집 뒤편에는 대나무를 심어 놓았다. 항상 대나무처럼 곧은 성정을 가지라는 뜻이었다는 것이다. 그냥 집이 아니라, 집안에서 스스로 지혜를 깨닫게 하였다. ⓒ 하주성



화려하지는 않아도 쓰임새 있게 지어진 집. 부녀자들이 살림을 맡아하는 안채보다는 사랑채와 문간채 등 남정네들이 사용하는 곳을 넓게 만든 윤승구 가옥. 아마 종가로서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사랑, 행랑, 대문, 별채 등 여러 채의 집을 준비한 것 같다. 날이 풀리면서 여기저기 흙도 떨어져 나가기는 했어도, 예전의 그 품위를 지키고 있는 집이다. 온전히 보수를 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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