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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 우려' 시커먼 퇴적토, 낙동강에서 또 나와

5번째 발견... "토양 기준 적합" vs. "공사 중단하고 조사부터"

등록|2010.03.26 10:55 수정|2010.03.26 10:55
낙동강에서 또다시 시커먼 퇴적토가 나왔다.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20공구(합천보)에서 상류 쪽으로 1km 떨어진 준설 현장에서 퇴적토가 나왔다. 제보를 받고 25일 현장을 확인했는데, 퇴적토 덩어리들이 높게 쌓여 있었다.

▲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합천보 공사 현장 상류 500미터 지점에서 시커먼 퇴적토가 나왔다. 사진 위에 보이는 구조물이 있는 곳이 합천보 공사 현장. ⓒ 윤성효



퇴적토는 강물과 빗물에 섞여 흘러내리고 있었다. 강 쪽에는 오탁방지막이 없었다. 대형 덤프트럭은 인근 둔치에서 준설한 흙을 둑 너머 습지로 옮겨 쌓고 있었다.

지금까지 낙동강 구간에서 시커먼 퇴적토가 발견된 곳은 모두 5곳이다. 달성보·함안보 가물막이 공사 현장에서 퇴적토가 나와 관심을 끌었고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과 낙동강국민연대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하기도 했다.

보 공사 현장이 아닌 구간에서도 이번에 발견된 곳을 포함해 모두 3군데에서 문제의 퇴적토가 나왔다. 달성보 상류 1km 지점(고령교 하류 1km)과 박석진교 하류 약 7km 지점(도동서원 상류 5km) 둔치에서 퇴적토가 나왔다.

▲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합천보 상류 500미터 지점에서 나온 시커먼 퇴적토가 둔치에 쌓여 있다. ⓒ 윤성효



이번에 새로 확인된 곳이 합천보 상류 1km 지점이다. 합천보는 창녕군 이방면~합천군 덕곡면 사이에 짓고 있다. 이 중 창녕군 이방면 쪽 낙동강 둔치에서 시커먼 퇴적토가 나온 것이다.

운하반대·낙동강지키기부산본부(낙동강부산본부)는 이날 현장에서 시커먼 퇴적토의 시료를 채취했으며, 국가공인기관에 성분분석을 의뢰할 예정이다.

문제의 퇴적토가 나온 5곳은 모두 대구 금호강 합류 지점 하류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1960~1990년대 사이 금호강 유역의 오염물질이 유입된 뒤 낙동강으로 흘러들어 오니퇴적토가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낙동강국민연대는 함안보 퇴적토 시료(용출실험)에서 발암위험물질(디클로로메탄)이 하천호소기준(2등급)의 10배나 검출되었다고 주장했다. 한국엔 퇴적토 관련 기준이 없는데, 낙동강국민연대는 미국 해양대기관리청(NOAA)의 퇴적물 기준을 적용하면 독극물인 비소(As)가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합천보 상류 500미터 지점에서 나온 시커먼 퇴적토가 둔치에 쌓여 있다. 그 아래로 깨끗해 보이지 않는 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 윤성효


▲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합천보 상류 500미터 지점에서 시커먼 퇴적토가 나왔다. ⓒ 윤성효



수자원공사 "2km마다 시료 채취 분석, 토양 기준 적합"

그러나 한국수자원공사는 여전히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함안보 등의 퇴적토 시료 분석 결과, 지적법에 따른 '토양오염우려기준'(임야·하천)을 적용하면 중금속은 '불검출' 내지 '기준치 이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합천보 상류 1km 지점에서 나온 시커먼 퇴적토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 낙동강2지구 관계자는 "그 흙은 오니토가 아니고 뻘층이다. 맡아 보아도 냄새가 나지 않는다"면서 "뻘층이 나왔다고 해서 숨겨 놓은 게 아니다. 일반 둔치의 뻘층과 같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월말 준설지역인 낙동강 구간에서 2km씩 나눠 시료를 시험채취해 한국화학시험연구원에 의뢰해 분석했고, 지난 12일 결과가 나왔다"면서 "우리나라 토양기준에 적합하다는 자료를 받았다. 그래서 이번부터 본격적인 준설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합천보 상류 500미터 지점에서 시커먼 퇴적토가 나온 가운데, 쌓여 있는 퇴적토 아래에서 깨끗해 보이지 않는 물이 흘러 나와 있다. ⓒ 윤성효



환경단체-전문가 "수공 조사 신뢰할 수 없다, 자료 공개해야"

그러나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낙동강 구간에서 계속해서 시커먼 퇴적토가 나오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박재현 인제대 교수(토목공학)는 "금호강 합류 지점 하류의 낙동강 전 구간에서 시커먼 퇴적토가 나온다고 보면 된다"며 "지금 당장 준설 작업을 중단하고 정밀 조사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수자원공사는 낙동강 구간을 2km씩 나눠 시험채취해 성분을 분석한 자료가 있다면 공개해야 한다"면서 "시료를 어떻게 채취했는지, 시추공을 뚫었는지도 의문이고,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속에서는 (수자원공사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준경 낙동강부산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시커먼 퇴적토에서는 냄새가 나고, 빗물에 씻겨 내려간 물을 보면 깨끗해 보이지 않는다"면서 "금호강 하류 전 구간에서 부분적으로 발견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앞으로 저수로 구간에 대한 본격적인 준설이 이뤄질 경우 퇴적 오니토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국수자원공사는 2km 구간마다 정밀조사를 했다고 하지만 아직 아무런 자료를 확인한 바 없고, 수자원공사는 자료 공개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낙동강 구간마다 2km 안에서 성분분석을 했다고 하더라도 오니토로 우려되는 준설토가 나온다면 공사를 중단하고 공동 조사부터 해야 한다"면서 "시민단체에서 국가공인기관에 분석을 의뢰해 얻은 결과가, 미국 규정을 적용할 경우 토양오염기준을 초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가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합천보 공사 현장 위에 대형 중장비가 세워져 있다. ⓒ 윤성효

▲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합천보 공사장 위 둔치에서 나온 퇴적토를 제방 너머 습지에 쌓는 작업을 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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