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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들쳐 업고 단속피해 도망...눈물 많이 삼켰어요"

광주광역시 남광주시장 풍경

등록|2010.03.26 10:11 수정|2010.03.26 10:11

▲ 시장 아주머니가 돈을 셈하다말고 돈이 좋다며 활짝 웃는다. ⓒ 조찬현


봄이다. 24일 오후에 찾아간 남광주 시장은 봄나물과 싱싱한 생선이 지천이다. 봄나물이 재래시장 노점에 수북이 쌓여있다. 쑥부쟁이, 햇쑥, 불미나리, 머위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싱싱한 봄나물에서 봄 냄새가 물씬하게 풍겨온다. 시장 아주머니가 돈을 셈하다말고 돈이 좋다며 활짝 웃는다. 재미나는 사진 한 장을 포착한 순간이다.

믿음해산물(56.이달묵)아주머니다. 아주머니는 활짝 웃으며 "돈이 좋으니까 돈을 잘나오게 찍어 달라"고 했다. 아주머니는 바지락, 새우, 키조개, 다슬기, 꽃게 등을 판다. 바지락 까기에 열중하던 아주머니는 31년째 줄곧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이곳에서 돈 벌어 자식들 키우느라 모진세월 다 보내고 잔뼈가 굵었다며.

▲ 노점상 50년 이라는 최국지 할머니와 함께 노점을 하는 믿음해산물 이달묵아주머니다. ⓒ 조찬현


▲ 최국지 할머니와 이달묵아주머니의 좌판이다. ⓒ 조찬현


이름이 좀 튄다. 독특한 이름이라 이름을 짓게 된 연유에 대해서 물었다.

"셋째 딸이거든요, 우리 아부지가 '통달' '잠잘 묵'을 써서 이름을 지었데요. 입이 잠잠하라고 지어준 이름이에요."

▲ 쑥 넣어 된장국 끓여놓으면 제일 맛있다는 바지락이다. ⓒ 조찬현


바지락은 통통하니 살이 꽉 찼다. 바지락 1kg에 5천원, 알바지락은 1만2천원이다. 바지락은 쑥 넣어서 된장국 끓여놓으면 제일 맛있다고 한다. 노점들이 지금이야 이렇듯 콧노래 부르면서 마음 놓고 장사를 하지만 예전에는 단속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 다니는 것이 일이었다고 한다.

"여기가 노점이잖아요. 단속 나오면 바구리 머리에 이고 도망 다니고 파출소 가서 시말서 썼어요. 아기를 등에다 들쳐 업고 장사할 때는 눈물도 많이 삼켰어요."

▲ 남광주 시장에서 봄나물을 파는 최국지 할머니 ⓒ 조찬현


▲ 봄나물 중에서 사람들이 제일 즐겨 찾는 건 쑥이다. ⓒ 조찬현


함께 노점을 하는 할머니(70.최국지)는 "그런 고통을 다 어찌 말할 수 있느냐, 단속 나오면 갓난이 업고 '구루마' 끌고 도망가며 많이 울었제"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할머니는 봄나물을 판다. 장사한 지 50년, 장사에 이골이 난 할머니가 파는 나물들은 유난히 싱싱하다.

"오래 장사하다 본께 요령이 생겨, 새벽 4시에 시골 아줌마들이 이고 와, 그때 좋은 물건만 골라 받아."

▲ 상인들은 한 평도 채 안 되는 상자 같은 공간에서 하루 종일 장사를 한다. ⓒ 조찬현


다들 재래시장이 어렵다고들 하지만 이곳 상인들은 달랐다. 밝은 표정에 장사가 잘된다고 했다. 봄나물 중에서 제일 즐겨 찾는 건 쑥이다. 제철 맞은 해산물도 많이 나왔다. 싱싱한 게장, 한 묶음에 2만원하는 키조개관자, 한 다발에 1만원하는 주꾸미, 갑오징어, 대구 등이 눈길을 끌었다.

▲ 제철 만난 싱싱한 주꾸미다. ⓒ 조찬현


▲ 하얀 모시조개는 1kg에 6천원이다. ⓒ 조찬현


주꾸미 다발의 마릿수는 대충 없다. 한 다발에 10~12마리 정도 된다. 주꾸미 생물은 좀 비싼 편이다. 이제 막 나오기 시작한다는 갑오징어도 3마리에 2만원으로 제법 몸값이 비쌌다. 하얀 모시조개 1kg에 6천원, 백합은 1kg에 8천원이었다.

남광주 시장은 예전 경전선 열차가 이곳을 지날 때 남광주역이 있었던 곳이다. 가까운 화순에서부터 나주, 영산포 , 여수, 순천 등지에서 열차에 짐을 바리바리 싣고 장꾼들이 오갔던 곳이다. 특히 싱싱한 해산물로 유명세를 떨쳤던 남광주는 아직도 생선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바다의 어느 항구도시 못지않게 다양한 생선들이 이곳에서 거래된다.

싱싱한 봄나물과 다양한 해산물이 넘쳐나는 남광주시장, 봄의 싱그러움을 찾아 이 봄에 한번쯤 찾아가보면 어떨까.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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