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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혁이 형' 사주하는 배후세력은 왜 가만 놔두나?

사회풍자 개그조차 용납못하는 MB정권의 좀스러움에 애도를

등록|2010.03.26 11:21 수정|2010.03.26 11:21
장동혁의 '샤우팅 개그'에 높으신 분들의 심기가 어지간히 불편했던 모양이다. 이명박 정권의 방송 홍위병이랄 수 있는 방송개혁시민연대(이하 방개련)에서 '개그콘서트'<봉숭아 학당> 코너의 '동혁이 형'을 콕 찝어 "포퓰리즘을 기반으로 한 선동적 개그"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내자, KBS 김인규 사장이 "그를 관심있게 지켜보겠다"고 화답하고 나섰다.

23일 여의도 조찬강연회 직후 취재진과 가진 간담회에서 나왔다는 김 씨의 정확한 워딩이 이러하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동혁이 형'에 대해 미처 챙겨보지는 못했다...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코너를 보겠다... 사실 동혁이 형 캐릭터에 대해 문제 제기가 있었는지 잘 몰랐다... 앞으로 지켜보고 일부 비판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 운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동혁이 형'도 잘 모를 만큼 '개그콘서트'를 챙겨보지 않는 김 씨가 '일부 비판'을 빌미삼아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다"고 했으니, 아무래도 동혁이 형이 이전처럼 자유롭게 샤우팅하기는 어려울 성 싶다. 웃자고 보는 개그 프로에 죽자고 덤벼드는 사람들이 좀 많은가 말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개그는 개그일 뿐"이라고 말해봤자 씨알도 안 먹힐 터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게 있다. 동혁이 형의 '샤우팅 개그'가 불온하고 위험하다면서 어떻게든 입을 틀어 막으려고 안달.복달해 마지 않는 사람들이 왜 동혁이 형의 샤우팅을 사주하는 배후세력에 대해서는 손댈 생각조차 하고 그렇게 방치.방관.방기하고 있느냐는 거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먼저, 윗분들이 몸처리치게 싫어한다는 '동혁이 형'의 '샤우팅'을 몇 개 들어 보시라.

▲ 동혁이 형이 신문기사를 소개하며 샤우팅 개그를 펼치고 있다. (KBS 2TV 개그콘서트 방송화면 캡쳐) ⓒ




"신문기사 통계를 봤더니, 10년 동안 물가는 36%가 채 안 올랐는데 등록금은 116%나 올랐대. 아니 등록금이 무슨 우리 아빠 혈압이야? 한 학년 올라갈 때 마다 우리 아빠 얼굴에 주름살만 팍팍 늘어. 우리 아빠가 무슨 번데기야? ... 옛날엔 우리 아버지들이 소 팔아서 등록금을 댔지만 지금은 소 팔아선 턱도 없어. 왜 아버지들이 등록금 대려고 죽을 때까지 소처럼 일해야 되냐고. 우리 아빠가 무슨 워낭소리야 ? 어버이날 카테이션 대신 아빠 목에 방울 달아 드려야 돼? 이거 슬프잖아..."(대학 등록금)

"신문 기사에서 교육 개정안을 봤더니, 2011년부터 국사가 필수가 아닌 선택 과목이 된다더라. 국사가 무슨 골라 먹는 아이스크림이야? 강감찬은 외계인이요, 을지문덕 체리쥬빌레 하나요 이거 아니잖아 ... 독도가 우리나라 땅이라는 걸 노래방에서만 배울 거야? 자꾸 외로운 섬 하나 더 외롭게 만들 거야? ... 역사를 드라마를 통해서만 배운 우리 애들이 잘 모를 수 있어. 삼국통일을 엄정화 동생이 했어? 송일국이 알에서 깨어나서 고구려를 세웠어?... 어른들부터 반성해야 돼..."(국사 선택과목)

"신문을 봤더니, 우리나라 핸드폰 통화요금이 통화량이 비슷한 나라 중에서 1등이야 1등. 제일 비싸! 전국민이 다 쓰는 핸드폰인데 자꾸 욕먹을 짓만 골라서 하냐고! 아니 니들이 무슨 안톤 오노야! 자꾸 형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 중간에서 가로챌 거야! 명세서 볼 때 마다 깜짝 깜짝 놀라서, 오~ 노~! 이거 아니잖아! ... 공짜폰이면 공짜로 줘야지 왜 거기다 2년 약정을 걸어놔! 중간에 해지하려고 했더니 위약금 내래요. 돈 없으면 해지도 못해. 2년 동안 묶여가지고 써야 돼. 형이 니들 노예야? 해방시켜 달라고 링컨 전화 해야 해?..."(휴대폰 요금)

"신문기사를 봤더니, 교육계를 대표하는 교장이랑 장학사가 장학사 승진을 명목으로 촌지를 받는 비리를 저질렀더라. 이거 말 그대로 하는 행동이 왜 이렇게 비리냐? 니들이 무슨 고등어야? 자꾸 우리나라 교육을 반 토막 낼 거야? 왜 열심히 일하는 선생님들한테까지 굵은 소금을 뿌려대? ... 교사는 장학사 시켜달라고 장학사한테 수 천만원씩 상납하고, 장학사는 그 윗선에 잘 봐달라고 상납하고 그 윗선은 그 윗선에게 상납하고... 니들이 무슨 피라미드야? 본사가 이집트에 있어? 스핑크스가 사장이야?"(교육계 비리)

보시다시피, 동혁이 형의 '샤우팅'은 예외없이 "신문기사를 봤더니"라는 말로 시작한다. 기본패턴이 그렇다. 동혁이 형 '샤우팅'의 원천은 신문기사에 있고, 바로 이 신문지들이야말로 샤우팅의 진짜 배후세력들이라는 얘기다. 동혁이 형의 죄라면, 신문에 난 기사들을 개그 컨섭에 맞게 포장해서 재배포, 재활용한 것밖에 없다. 그렇다면 동혁이 형의 입을 막기 전에 이런 위험한 '팩트들'을 실어 내보낸 신문지들부터 손 봐야 하지 않나?

대한민국은 국가보안법이 아직도 시퍼렇게 두 눈 뜨고 있는 나라다. 불온한 사상을 전파하는 책을 소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도때도 없이 붙잡혀 가는 '멋진 신세계'다. 읽어야 할 책, 읽지 말아야 할 책들을 국가에서 정해주는 '친절한 공화국'이다. 그런 나라에서 동혁이 형 '샤우팅'의 배후세력이라는 죄목으로다가 신문지들을 주리틀거나 재갈 물린다고 뭐가 대수겠는가.

G20을 유치한 국격 있는 나라에서 '촌티' 소리 들을까봐 신경이 쓰인다고? 걱정도 팔자다. 어차피 사회풍자 개그 따위에 발끈해 "포퓰리즘적 선동개그"니 "국민이 賤民(천민) 혹은 暴民(폭민)으로 변할 수 있다"느니 하고 입거품 문 것부터가 '촌티'의 절정이다. 더이상 어떻게 과거회귀적이고 더이상 어떻게 '5060'스러울 수 있겠는가.

길게 말할 것 없이, '동혁이 형'의 샤우팅을 뿌리부터 제거하자면 이 방법밖에 없다. 정권에 불리한 기사들은 일체 삭제하고 듣기 좋은 소리들로만 가득한 '희망신문'을 제작하게 할 것, 모든 방송에서 하루종일 'MB어천가'만 울려 펴지게 할 것, 그리하여 마침내 대한민국 국민들을 비판기능이 거세된 愚民(우민)으로 개조할 것. 이런 나라 만들자고 지금 이렇게 미친 짓거리 하고 있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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