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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는 항공우편도 '뽈레뽈레'

등록|2010.03.26 15:52 수정|2010.03.26 15:52
저는 여행 시 가족이나 지인들을 위해 선물을 사기보다 현지의 사정이 담긴 엽서를 보내곤 합니다. 지난 4일, 케냐와 근접한 탄자니아의 국경 어딘가에서 부쳤던 엽서가 오늘(3월 23일) 집에 도착했습니다.

▲ 엽서속의 젊은 여인은 삼부루Samburu족 처녀입니다. 목에 걸린 수많은 목걸이 장식이 특징입니다. 삼부루족은 마사이족과 관련이 있는, 그러나 마사이족과 구별되는 반유목민족입니다. 지금은 마사이족에 쫓겨서 케냐 북부지방에서 살고 있습니다. 삼부루어를 사용하지만 95%정도가 마사이말과 유사하다고 합니다. 삼부루지역내에는 ‘삼부루국립보호구역(Samburu National Reserve)’이 있습니다. *케냐에는 세 종류의 관리지역이 있습니다. Game Reserve(야생동물 보호구역), National Park(국립공원) 그리고 National Reserve(국립 보호구역)입니다. ⓒ 이안수


이 엽서는 2월 25일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마사이마라로 가는 중에 나록Narok의 토산품점에서 구입했습니다.

▲ 엽서를 산 나록의 기념품 가게 ⓒ 이안수


▲ 마사이마라로 가는 관문인 나록은 마사이지역이며, 이 가게의 점원들도 모두 마사이부족입니다. ⓒ 이안수


마사이마라(Masai Mara)의 아카시아캠프장(Acacia Camp)에서의 둘째 날 밤인 2월 26일에 마사이 댄스를 즐겼습니다. 그리고 그 짜릿한 기운으로 남포등 아래에서 8장의 엽서를 썼습니다.

▲ 캠프장에서 15분쯤 마사이 댄스를 보여주고 관람료를 받습니다. 관람료는 5달러. ⓒ 이안수


▲ 남포등아래에서 엽서 쓰기. 심지로 등유를 태우는 남포등은 달뜬 마음을 가라앉히는 효험이 있습니다. 남포등 아래에서 그리운 사람들을 생각하며 엽서를 쓰는 일은 전자메일로 용건을 전하는 것과는 달리 엽서를 쓰는 저 자신의 ‘마음을 닦는 일’같은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 이안수


하지만 우체국을 발견하지 못해 여행기간 동안 배낭 속에 있다가 탄자니아에서 케냐의 나망가(Namanga)로 넘어가는 국경에서, 탄자니아의 출입국사무소에서 출국도장을 받고 케냐 측 출입국사무소로 걸어가는 중에 우체국을 발견하고 마침내 엽서를 붙일 수 있었습니다.

▲ 탄자니아의 출국 수속을 마치고 케냐측 출입국 사무소로 가는 중에 만난 우체국에서 엽서를 부쳤습니다. ⓒ 이안수


탄자니아의 우체국 여직원이 엽서에 3월 4일 날짜로 소인 찍는 것까지 확인했지만 제가 입국하고도 여러 날이 지나도 가족들에게 보낸 엽서는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혹 도중에 분실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 배달이 되었습니다. 엽서를 탄자니아의 우체국에 맡긴 지 19일 만입니다.

▲ 엽서의 우표에 찍힌 소인에는 3월 4일 날짜가 선명합니다. ⓒ 이안수


동부와 중앙아프리카 일대에서 자주 듣는 말이 '뽈레뽈레(Pole pole)'입니다. 스와힐리어로 '천천히'라는 말입니다.

항공우편은 '하라카(Haraka 빨리)'배달되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은 발송지가 아프리카라면 뽈레뽈레 기다릴 일입니다.

▲ '뽈레뽈레' 집으로 배달된 엽서 ⓒ 이안수



제가 헤이리를 떠나 아프리카로 온지도 꼭 열흘입니다.

여기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를,
도시와 초원 사이를,
눈물과 웃음 사이를
쉼 없이 누비고 있답니다.

이곳 사람들은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와 뽈레뽈레(Pole pole)를 입에 달고 있습니다. 동남부아프리카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는 스와힐리어로 'No problem(괜찮아)'와 'Slow 천천히'라는 뜻이지요.

이곳 사람들은 '뽈레뽈레'속에 행복이 서려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저의 그리움을 전해주세요.

마사이마라의 초원 남포등아래에서
2010. 2. 26.
이안수 올림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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