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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은 우왕좌왕, 시청자와 누리꾼은 침착

등록|2010.03.27 20:01 수정|2010.03.27 20:01
우리 해군 함정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해 KBS·MBC·SBS는 첫 보도에서 '북한공격'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지만 오히려 누리꾼들과 시청자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여 대조를 이루고 있다.

26일 KBS1<뉴스라인> 박상범 앵커는 "침몰 원인은 북한 공격으로 추정됩니다"고 했다. 정인성 기자도 "북한 측 공격으로 침몰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청와대 주재로 안보장관회의 소식이 전해져 북한 측 공격을 받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KBS는 북한 공격으로 단정하지는 않았지만 "북한 측 공격 가능성으로 추측하고 있다"는 보도를 해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주었다.

▲ 26일 KBS <뉴스라인> 보도ㅗ하면 '북한 공격으로 침몰 추정' 자막을 내보냈다. ⓒ KBS




MBC <뉴스24> 김주하 앵커는 <1200톤급 해군 초계함 백령도 인근 침몰 중> 제목 기사에서 "서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했다"며 "북한의 공격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 MBC<마감뉴스> 김주하 앵커는 앵커맨트에서 '북한의 공격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 MBC




특히 김주하 앵커는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 반잠수정 침몰 시킨 듯"이라는 글을 올렸다가 즉시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특보를 2번 진행하면서 여기에 글을 올리느라 자세히 올리지 못했습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 초계함이 침몰하는 과정에서 인근에 있던 군 관계자가 북한의 반잠수정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던 미확인 물체는 새 떼일 수도 있다고 하네요, 계속 뉴스 주시하겠습니다"라고 수정했다.

하지만 '트위터'가 가진 파급력을 생각한다면 단정적인 글을 많은 사람들에게 혼란을 일으킬 수 있어 누리꾼들이 비판하고 있다. MBC '뉴스게시판' 누리꾼 'CLATOR'는 "김주하 앵커 아예 단정적으로 '북의 도발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맨트했다"면서 "북한이 그 정도 도발을 하면 전면전으로의 연결 가능성이 생긴다. 개인 추측을 가지고 그런 멘트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

'STORM53'는 "김주하 아나운서께서 국민들에게 빠르게 정보를 전하고 싶다는 뜻에서 트위터에 글을 올리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직책도 아닌 아나운서의 직책을 가진 사람이 그런 확인되지 않는 내용을 말함으로써 일반 대중은 그것이 사실이라고 단정 짓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면서 "이번 사태가 북한의 소행이라 할지라도 개인 블로그에 그런 내용을 올리는 것도 좋아 보이는 모습은 아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SBS도 마찬가지다. SBS가 초계함 침몰 상황을 속보 "2함대 소속 초계함 1척 북한 공격으로 침몰, 104명 탑승, 생존자 9명"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SBS에 바란다'에는 북한 공격 자막에 대한 비판글이 올라오고 있다.

'안00'는 "SBS 뉴스가 처음 초계함 속보를 내보낼 때 북한에서 도발한 것으로 자막을 내보냈다"며 "도대체 무슨 용기로 그렇게 했는지" 묻고 "사실을 보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아무개'도 "북한 공격이 확실한 듯 자막을 내보내셔서 너무나 당황하고 심장이 떨리는듯한 걱정을 느꼈다"며 "확인도 안 된 것을 사실인양 자막 보도한 것은 문제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김아무개씨'도 "진짜 전쟁날 줄 알았다"며 "앞으로도 북한 공격이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확인되지 않는 사실을 사실처럼 보도하지 말고 자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백령도 근처에서 우리 함정이 갑자기 침몰한 것은 북한 공격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언론이 이를 단정 보도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한반도는 작은 것 하나가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는 화약고이기 때문이다. 언론은 당황하고, 오히려 누리꾼과 시청자들이 더 냉정하게 '천안함' 침몰 사건을 바라고 있다.

정확한 원인이 하루 빨리 밝혀지기를 바라며 무엇보다 아직 구조되지 못한 승조원들이 빠른 시간 안에 구조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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