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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전작권 반환 연기' 서두는 이유

[주장] 지방선거 앞둔 이슈전환용 의심된다

등록|2010.03.29 11:28 수정|2010.03.29 14:39

▲ 역대 국방장관 등 군 원로 57명이 지난 2007년 2월 28일 서울 송파구 재향군인회관 12층 회의실에서 전작권 전환 합의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미국과의 어떤 협의도 다음 정권으로 넘겨라"고 촉구했다. ⓒ 안윤학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15일, 오는 2012년 4월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해 북한에 "하나의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면서 "북한의 군사위협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한미군사동맹체제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함께 상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작권 전환 시기를 연기해야 한다는 언급은 하진 않았지만 무언가 조정해야 한다는 의사는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곳 워싱턴 현지에서도 전작권 전환 연기를 위해 갑자기 분주해지고 있다. 지난 24일, 주한미대사관에서 미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쉬 박사를 해외홍보원 회의실로 초청했고 이 자리에서 그는 반환 연도를 확정해서 연기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하루 뒤인 25일에는 '맨스필드재단'과 '아시아재단'이 공동으로 워싱턴에서 가장 비싼 백악관 옆 윌라드 콘티넨탈 호텔에서 '전시작전통제권 반환과 한미동맹'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는데, 참석자 전원을 연기론자들만으로 채워졌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미국사람들의 입을 빌어 전작권 환수연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24일과 25일 행사에서 나온 논의와 여러 관련자들의 뒷이야기까지 종합해서 이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전작권 반환 연기론자들의 천편일률적 주장을 따져 보겠다. 그들은 북한 핵문제와 급변사태 때문에 연기하자는 걸 맨 앞에 내세운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이미 한미 양국이 지난 2005~2007년 전작권과 무관한 사안으로 검토를 끝냈던 사항이다.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뒤 한국군 당국에서 미국 측에 전작권 협의를 늦춰야 하지 않느냐는 의사를 전달했던 적이 있다. 이때 당시 부시행정부의 국방부는 "북한이 어떤 무기를 들고 나오든, 그것은 한국군에 대한 전작권을 한국군통수권자가 가져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며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려한다면 한미양국의 최고통수권자의 전략적, 정치적 협의와 결단에 따라 핵우산 가동을 시키는 문제"라고 일축했다.

북핵문제는 작전지휘권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다시 말하면 북한 핵문제는 6자회담을 통해 외교적으로 해결하되, 그것이 실패한 조건에서 북한이 남침을 감행하고 한국측에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그 시기 한국과 미국의 최고사령관인 두 사람의 대통령이 최종결정하는 것으로, 주한미군이 한국군에 대해 전시작전통제권을 갖느냐 하는 것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작전 지휘권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 사용에 대비하여 미국과 한국이 어떤 군사적 옵션을 가질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해서는 이미 2008년부터 한미양국 정부가 과거의 개념계획 수준의 논의를 작전계획으로 격상해서 대비태세를 만들고 있다. 소위 '개념(작전)계획 5029'이다. 이건 북한 내부급변사태에 관한 것으로  남침이 아니며 전시가 아닌 평시상황에 벌어지는 대비책이다.

북한이 정치적 혼란기에 핵무기를 외부에 반출하면, 주한미군이 주도적으로 대처하고 한국이 지원하지만, 그 외 상황은 한국 합참의장이 한국군에 대해 평시작전통제권을 갖고 대처할 문제다. 월터 샤프 주한미사령관은 이번 키리졸브 한미연합훈련 때 대량파괴무기 유출 차단을 위한 훈련도 실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반환 연기론자'들은 현재의 연합방위체제가 제일 좋으며, 이걸 손대서 한국군을 한국의 대통령과 합참의장이 지휘하고 미군을 주한미군 사령관이 지휘하면 전시협조가 잘 안 된다는 주장도 한다. 이것도 어불성설이다. 1978년, 1년 정도의 논의를 거쳐 연합방위체제 (Combined Forces Command)가 도입됐다. 그로부터 30년, 한국군의 역량은 눈부실 만큼 성장했다. 미국의 전쟁운영 개념도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바뀌지 않은 근본 바탕이 있다. 어느 경우든 기본적으로 전쟁이 발발하면 한국 합참과 주한미군 지휘부는 함께 전쟁을 치른다. 연합방위체제의 부족한 점도 메우면서, 한국이 스스로를 방위할 능력과 책임을 다하면서 동시에 미국의 지원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원리다. 이에 기초해서 전작권 전환을 준비해 왔고 지금 새롭게 구축하려는 게 바로 한미공동방위체제다.

미래 어떠한 경우에도 한미가 따로 전쟁을 치르는 게 아니다. 하나의 작전계획 5027을 갖고 함께 한자리에서 전쟁을 치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주도-미국 지원'의 큰 틀로 바뀔 수밖에 없는 건 현대전의 특성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현대전은 개전초 며칠 안에 전쟁의 향방이 결정된다. 미군이 한국에 증원군을 보내기 전에 이미 전쟁의 운명은 결정되며, 이때 한국의 최고통수권자가 합참의장을 지휘해서 전쟁을 책임진다. 1950년 6·25때 한국군은 병력도 무장도 거의 없었다. 이승만 대통령이 초전에 한참 밀려 대전에서 작전 통제권을 내주었지만 대세반전은 부산까지 내려갔다가 미 증원군이 순차적으로 배치되면서 이루어졌다. 

전작권 미군에게 있는 한, 중국 개입 못 막아

그러나 장차 북한이 다시 남침을 한다면, 글로벌시큐리티 등에 나온 작전계획은 개전초부터 한국은 60만대군과 민관 모든 국가역량을 총동원하여 휴전선에서 제지하고, 바로 밀고 올라가게 되어 있다. 한국 합참은 여기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2만8000명 병력을 가진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의 모든 역량과 60만대군을 지휘할 수는 없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2만8000명조차 머지않은 장래에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신축운영이 불가피하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마련한 방도가 한국주도-미국지원으로 하되, 전작권이 전환되어도 항공작전과 전략적 상륙작전은 미군이 자국군과 한국군에 대해 전술적 지휘권을 행사하는 거다.

물론 전작권이 한국 합참의장에 넘어와도 그건 우리 한국군에 해당한다. 주한미군은 주한미군 사령관의 지휘를 받는다. 일부에서 오해하듯 한국의 지휘통제를 받는 게 아니다. 세계최고의 미국과 재래식 국방력 세계 7~9위인 한국이 공고한 공동방위체계를 통해 북한을 억제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전시작전통제권을 주한미사령관이 쥐고 있으면 미국이 한국 방위에 '올인'할 것인가? 미국은 1950년 한국전쟁 때도 올인하지 않았고 미래에도 올인하지 않을 것이다. 1950년 10월 평양을 함락시킨 후 어디까지 더 치고 올라갈 것인가를 놓고 트루만 대통령과 맥아더 장군이 대립했었다. 맥아더는 중공군이 참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북진해야 한다고 했다. 트루만은 중공군이 참전할 가능성이 있으며 한국전이 세계대전으로 확대될 계기를 줘선 안 된다고 했다.

1950년 10월 15일 그 논의를 하기 위해 트루만 대통령은 일본 동경에서 한국전쟁을 지휘하던 맥아더를 워싱턴으로 오라고 해서 만찬협의를 가졌다. 맥아더는 "중공군이 참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트루만에게 장담하던 바로 그 시기 중공군은 압록강을 향하고 있었다. 11월 1일 중공군과 미군은 첫 충돌을 했고, 그때 이후 한국군과 유엔군은 계속 밀려서 전선이 대전 근처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그리고 전쟁은 소강상태에 빠졌다. 1951년 이후부터 이미 또 한 번 한반도 분단은 운명 지어져 있었다.

1950년 이미 중국과 결전을 우려했던 미국이 앞으로 전쟁에서 전시작전권을 행사하면서 중국과 정면으로 싸우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한반도의 장래를 또 다시 강대국간 정치적 결탁의 거래로 내던져 놓게 될 것이다. 미국이 전작권을 쥐고 있는 한 중국의 한반도 문제 개입을 막을 순 없다. 한국이 한국군의 작전을 지휘하고 통제하는 것은 장차전이 또 세 번째 분단을 귀결되지 않도록 하는 강력한 장치이다. 

MB정부, 지방선거 의제 '정권심판'아닌 '전작권 문제'로 전환?

군사전략적 이유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내놓는 것이 경제적 이유와 정치상황논리다. 2008년 10월 이후 세계경제가 위기에 빠져 한국이 충분히 군사지출을 할 수 없어 전작권을 넘겨 받기 위한 준비가 늦춰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2008년 1월 인수위 시절부터 국방비를 줄이겠다고 했었다. 실제로 10 % 이상 경상운영비 절감 계획을 제시하라고 했다. 2009년 여름에는 9.7% 요구 수준을 7.8%로 줄여서 2010년 회계년도 국방비 증액을 요청한 국방장관을 경질했다. 그리고 경제부처 출신 차관을 앞세워 3.8%만 인상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부터 2007년까지 평균 8.7% 인상을 보장해주었던 데서 급격히 후퇴한 것이다. 그래놓고 이제와서 전작권을 받기 어려우니 미루자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전작권 전환 그 자체로 직접인 추가 예산이 소요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이는 근거 없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들고 나온 것이 정치논리다. 2012년이 정치적으로 어수선하고 위험하다는 거다. 한국과 미국에 대통령 선거가 있고 북한도 '강성대국 건설의 해'로 설정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 국방장관도 이런 발언을 했다. 한국 정부 최고위층과 정치권에서 정치적으로 결정해주기를 바란다는 말이 미 국방부 주변에서 돌고 있다.

이런저런 모든 이유를 다 갖다 붙여 집요하게 전작권 전환시기를 연기하자고 오바마 행정부를 워싱턴에서부터 흔들어대면, 미국도 뭔가 한국에게 요구할 거리를 들이밀 것이며, 실제로도 전쟁이 단기간내에 일어나지 않는다면 2만8천명을 가진 주한미군 사령관이 60만명이 넘는 한국군의 전시지휘권을 쥐게 된다는 건 일종의 가상의 세계의 일이기 때문에 손해 볼 것도 없을 것이므로, 미국도 결국 받아주게 되어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워싱턴에는 1월말부터 3월초까지 복수의 한국정부 및 정치권의 유력인사들이 '간절한 희망을 강력하게 전달'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왜 이렇게까지 강하게 드라이를 거는가 하고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2012년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에 전작권을 연기하자는 게 아니고 그해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전작권 전환을 연기하려 한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정치적 추측이란 이렇다. 세종시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는 여권으로서는 6월 2일 지방선거의 의제를 '이명박 정권 심판'이나 '4대강' 등 국내이슈가 아닌 안보를 위해 전작권 전환을 늦출 것인가 말 것인가로 전선을 긋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에서 지금부터 군불지피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오는 6월 서울에서 있을 '한미 2+2 전략회의'에서 한국 정부측이 공식적으로 전작권 반환 연기를 요청하고 10월 한미연례국방장관 회담에서 최종 담판 짓는 구상을 지금부터 띄우고 있다.  그리고 아무리 늦어도 내년 초까지 연기를 확정하면 부담 없이 개헌정국으로 들어가서 2012년 대통령선거를 현 집권세력이 원하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되게 하는 소위 재집권 시나리오와 관계가 있다. 이 부분은 앞으로 각별한 관심을 갖고 지켜 볼 문제다.

전작권 전환 연기 요청한다면, 미국은 어떻게 활용할까

안보전문가로서 한미간 군사적 거래만을 놓고 본다면 이런 예상이 가능하다. 워싱턴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국이 뭔가 요청하면 그건 언제나 미국의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데 너무도 밝다.

이명박 정부의 전작권 반환시기 연기 요청을 잘만 활용하면 일석삼조의 이득을 볼 수 있다며 어떻게 요리할까 분주하다. 요즘 캠페인에 나서고 있는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번 기회에 이명박 정부가 주한미군유지비용(소위 방위분담금)과 국방예산의 증액을 약속하고, 평택기지 건설 공기를 지연하지 않는다는 확약이 기본전제이다. 미사일 방어체제에 참여해주고, 나아가 아프가니스탄에 생색내기용 지방재건팀이 아니라 전투병을 보낸다는 청구서를 이렇게 저렇게 흔들어보고 있다.
덧붙이는 글 박선원씨는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연구실장이며,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을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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