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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백영고교, 강제성 종교수업에 반발

학교 선택권 없는 교육시스템... 신앙의 자유 침해 vs 종교수업 자주성 논란

등록|2010.03.29 17:08 수정|2010.03.31 13:18

▲ 백영고등학교장의 인사말 중에서 ⓒ 백영고


경기 안양시에 자리한 기독교 계통의 한 사립고등학교가 일주일에 한차례씩 전교생을 인근 교회로 등교시켜 예배를 보는 등 사실상 강제적으로 종교 수업을 진행하자 학부모와 학생이 '특정 종교를 강요하는 불합리한 처사'라며 반발하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3월 29일자 <한겨레신문>과 학부모 등에 따르면 안양 백영고등학교는 1~3학년 전교생 1600여 명을 매주 금요일 아침 8시 10분까지 인근 교회로 등교토록 해 찬송과 기도를 하는 등 예배 형태의 1교시 수업을 받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이 신문은 구체적으로 "1교시 수업은 '명사 특강'이라는 이름으로 편성돼 있지만, 사실은 목사가 1시간여 정도 성경 내용을 설교하고, 찬송가 암송과 기도를 하는 등 사실상의 예배 형태로 진행된다"고 보도했다.

더욱이 수업 마지막에는 학생회장이 대표로 나와 '나는 하나님을 믿는다'로 시작되는 내용의'나의 다짐'이란 선언문을 낭독하고, 1학년을 대상으로 '기독교 세계관'이란 수업시간을 편성해 신앙 교육을 하며 1년에 네 차례 '신앙 논술' 시험도 치른다는 것이다.

특히 교내 개신교 동아리 소속 학생들에게만 '봉사활동'을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특정 종교의 교리나 행사를 학생들에게 참가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절대적 기본권과 불신앙의 자유를 위배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지난 2004년 학내 종교자유를 주장했던 대광고교 강의석 군 사태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을 부추키고 있다.

더욱이 중고등 사립학교는 국공립 학교를 보완하기 위한 대용 학교이며, 고교 평준화로 학교 선택권이 없는 현 교육시스템에서 강제성 종교수업은 학생의 학습권 침해와 종교자유 침해, 나아가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이와관련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백영고 종교 수업 문제에 대한 문의를 여러 곳에서 받았다"면서 "대체수업 편성 등 교육과정 이행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경기도교육청 입법예고 학생인권조례안 중에서 ⓒ 최병렬


교육기술과학부에 따르면 종교 사립학교에 대한 지침에서 특정 종교 과목을 설치할 경우 철학, 교육학 등 반드시 복수로 대체 수업을 편성해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도록 하고,정규 교과시간 이외의 종교활동 때도 학생이 자율적으로 참여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또 이를 어길 경우 교육청에서 지도, 감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경기도교육청이 전국 교육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추진해 지난 23일 입법예고한 학생인권조례안을 보면 '대체과목 없는 특정 종교과목 수강 강요' 등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여러가지 관행들을 금지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지난 2004년 서울 대광고 재학 중 강제 종교수업에 반발해 단식농성을 하다 퇴학당한 강의석(23·서울대 법대)씨가 학교법인 대광학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1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2심 원고 패소에 이어 최근 대법원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대법원은 '학교를 선택의 자유가 없는 교육시스템에서 절대적 기본권과 불신앙의 자유를 보장할지', '종교교육의 자주성 보장은 사립학교의 본질적인 요소를 강조할지' 종교계와 교육계의 비상한 광심을 끌며 본격적으로 공론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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