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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고 봄마중 가자!

[두 바퀴에 싣고 온 이야기보따리 83] 김천 가는 길에 만난 봄. 봄. 봄!

등록|2010.03.29 18:07 수정|2010.03.29 18:07

봄처녀, 봄마중 나왔네~!김천시 교동에서 만난 '김천 대학교' 여대생들이에요. 따뜻한 봄날처럼 밝고 화사한 웃음이 무척이나 예쁩니다. ⓒ 손현희


지난 겨울은 우리 부부한테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네요. 그동안 산골마을 어르신들 모시고 밴드 공연이 잡혀있어 나름대로 부지런히 연습하고 잔치도 치르다 보니, 어느새 봄이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왔음을 느낍니다.

사람이란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기는 몹시 어려운 듯하네요. 그동안 음악(밴드 모임)에 빠져서 자전거를 멀리(?)하고 살았답니다. 쉬는 날만 되면 마음은 자전거를 타고 우리가 좋아하는 시골을 누비면서 재미난 얘깃거리를 찾아다니고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못했답니다. 추운 날씨 탓도 있었지만, 여러 가지 행사가 잡혀 있어 밀려나고 또 어쩌면 음악하는 데에 더 마음 쓰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두 가지 일을 함께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겠더군요.

낯선 길은 언제나 설렌다

자전거 타고 봄마중모처럼 자전거를 타고 나들이를 갑니다. 들판마다 파릇파릇 풀들이 돋아나고 눈길 닿는 곳마다 풍경이 무척이나 따듯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도 길가에 키 작은 봄풀들이 올라온 걸 구경하며 갑니다. ⓒ 손현희


모처럼 자전거를 타고 조금 먼 길을 떠나봅니다. 다행스럽게도 오늘(3월28일) 날씨는 우리를 도와줍니다. 이른 아침부터 햇살이 환하게 비추고 먼 길 떠나는 우리 발걸음을 무척이나 가볍게 합니다. 오늘은 김천시 교동에 있는 아주 멋진 풍경을 찾아갑니다.(이곳 이야기는 다음 기사에서 전해드릴게요.)

언제나처럼 지도를 꼼꼼히 살펴보고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을 찾아 조금은 낯선 길을 골라서 가기로 합니다. 구미에서 아포, 대신을 지나 김천시 남면 신촌리 마을로 들어섭니다. 다른 때에는 늘 이 마을을 지나쳐서 곧장 가곤 했는데, 남편은 어느새 낯선 마을로 자전거 방향을 틀어서 들어서네요.

"오호! 이 길로 가려고요?"
"응. 여긴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이니까 더 재미날 것 아냐?"
"아하! 좋아 좋아! 훨씬 재미나겠는데?"

자전거를 타고 워낙 많이 다녀본 곳이라서 '뻔한 길'이었는데, 남편이 앞서서 들어간 마을은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어요. 자전거를 타고 갈 때, 낯선 길을 만나면 왜 그리 신나는지 모릅니다. 한 번도 못 본 풍경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몹시 설렙니다.

여기도 봄! 저기도 봄!

신촌리 들판낯선 길로 들어설 때면, 언제나 마음이 설렙니다. 신촌리 마을에도 어느새 봄이 찾아왔습니다. 들판에 있는 복숭아, 자두 밭에는 이제 조금만 있으면 울긋불긋 예쁜 꽃이 필 거예요. 꽃 필때 꼭 다시 한 번 가봐야겠어요. ⓒ 손현희


신촌리 마을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보이는 건 포도밭입니다. 김천은 자두랑 포도가 꽤나 이름난 곳이지요. 포도밭도 어느새 봄 맞을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네요. 가지마다 비닐을 씌워놓고 따뜻한 햇살에 움이 잘 트도록 감싸놓았어요. 들판마다 파릇파릇 풀들이 돋아나고 풀빛마저 따듯한 봄을 느끼기에 너끈하네요. 마을 농사꾼들은 서너 사람씩 모여서 땅을 갈아엎기도 하고, 비닐집도 새로 세우며 부지런히 한해 농사 준비를 합니다.

또, 들판 가장자리나 강둑, 밭두렁에서 혼자서, 둘이서 나물 캐는 손길도 무척이나 바쁘네요. 모두가 따뜻한 봄날에 만날 수 있는 풍경입니다. 냉이나 쑥을 캐는가 봅니다. 지나가는 나그네한테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말투도 퍽이나 정겹습니다.

포도밭포도나무 가지를 비닐로 감싸놓았어요. 아마도 움이 잘 트도록 한 듯해요. ⓒ 손현희


봄맞이농사도 봄을 맞아 한창 바쁩니다. 부지런히 땅을 일구고 한 해 농사를 준비합니다. ⓒ 손현희


나물 캐는 아낙네봄날 만나는 풍경 가운데 가장 정겨운 풍경이지요. 봄나물을 캐느라고 바쁩니다. ⓒ 손현희


냉이와 쑥 캐는 아낙네들들판에도 밭두렁에도 봄나물 캐는 아낙네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 손현희


강둑에서도풀이 자라는 곳마다 어디든지 가리지 않고 나물 캐는 이들을 여럿 만납니다. ⓒ 손현희


신촌리, 따뜻한 봄 냄새를 맡으며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니, 어느새 김천 시내로 들어섰어요. 김천을 가로지르는 감천 냇가와 직지천 둘레에도 따스한 봄기운이 감돕니다. 운동을 나온 사람들도 쉬는 날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도 옷차림부터 퍽이나 가볍네요. 저마다 이 따스한 봄날이 우리처럼 즐거운가 봅니다.

교동에 있는 '연화지'에 들렀을 땐, 큰 호수를 빙 둘러 서있는 벚꽃나무에 어느새 뾰족이 움이 트고 있어요. 오늘처럼만 날씨가 잇달아 따듯하다면, 한 두 주 안에는 연분홍빛 예쁜 꽃이 활짝 피겠어요.

봄처녀, 봄마중 나왔네!

벚꽃나무앙증맞게 움을 틔웠어요. 이제 곧 연분홍빛 예쁜 꽃이 활짝 피어나겠지요? ⓒ 손현희


저 멀리서 재잘재잘 깔깔거리며 웃으면서 젊은 아가씨들이 걸어옵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들인데, 가랑잎 굴러가는 것만 봐도 까르르 웃는다고 했던가요? 보기에 참 좋더군요. 손전화기로 서로 사진을 찍어주면서 봄날 추억을 하나하나 남기고 있는 듯했어요. 그 모습이 하도 예뻐서 다가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어요. 모두 쑥스러워하면서도 무척 좋아하더군요.

폴짝폴짝 제자리에서 뛰기도 하고 재미난 표정도 지어 보이기도 하고, 또 손가락으로 V를 그려주기도 합니다. '김천대학교' 여대생들이라고 하는데, 고향인 상주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더군요. 아무 거리낌 없이 즐겁게 웃는 젊은이들을 보니, 보는 우리도 무척 즐겁네요.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발랄하고 생기 있어 뵈는 젊은 여대생들에게 맘껏 웃으며 따뜻한 봄날을 즐기며 낯선 나그네한테 사진이 찍힌(?) 오늘 하루는 좋은 추억거리로 자리 잡겠지요?

봄처녀우리는 봄나들이 나온 봄처녀랍니다. 김천대학교 여대생들인데, 까르르 싱그럽게 웃는 젊음이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황선미 학생과 동무들)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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