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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집 지붕에 피어난 진달래

[인천 골목길마실 79] 해마다 4월이 찾아오면

등록|2010.03.30 15:43 수정|2010.03.30 15:43
해마다 삼월 끝물과 사월 첫머리에 봄꽃이 흐드러지게 핍니다. 우리 세 식구 깃들어 지내는 골목동네에서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꽃 그릇 알뜰살뜰 가꾸는 분들 집에서 피어나는 꽃봉우리에 실린 봄내음을 마음껏 맡을 수 있습니다.

비록 조그마한 꽃 그릇 한둘이요, 자가용을 씽씽 모는 분들한테는 보이지 않을 뿐더러, 걸음을 재촉하느라 바쁜 분들한테도 보이지 않습니다만, 아이를 안고 천천히 골목마실을 하는 제 눈과 코와 몸에는 더없이 넓고 시원하고 맑고 푸르게 스며듭니다.

더욱이 올해에는 우리 세 식구 삯을 내며 지내는 2층 마당에 놓인 작은 꽃 그릇에서 피어나는 진달래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집 임자인 할아버지가 알뜰살뜰 가꾸는 숱한 꽃 그릇 가운데 진달래 심은 꽃 그릇이 우리 집 앞에 있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진달래를 마주하며 골목마실을 나가고, 일터인 도서관이 있는 창영동과 둘레 금곡동 송림동에서 진달래를 다시금 마주합니다. 지난 2007년과 2008년과 2009년 세 해에 걸쳐 어김없이 진달래를 마주했던 금곡동 충남수퍼에서는 올 2010년 사월 첫머리가 되면 다시금 맑고 밝은 진달래가 골목을 환하게 빛내어 주리라 믿습니다.

오늘 낮에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면 아이하고 꽃골목 나들이를 즐겁게 다녀야겠습니다.

▲ 우리 집 2층 마당 한켠에서 피어나는 진달래. 우리 집 앞을 지나치는 사람들은 이 진달래를 못 알아보고 그냥 지나가시기 일쑤입니다. ⓒ 최종규



▲ 아직은 꼭 한 송이만 피어 있는데, 다른 꽃봉우리들이 사월을 맞이하며 활짝 피어나면 골목동네를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가끔 발걸음 멈추고 우리 집 쪽을 올려다보며 꽃 구경을 할 수 있을까요. ⓒ 최종규



▲ 지난 2007년 골목길에서 만난 진달래꽃 사진 둘(위쪽). 금곡동. 지난 2009년 골목길에서 만난 진달래꽃 사진 둘(아래쪽). 송림3동. ⓒ 최종규



▲ 해마다 같은 꽃그릇에서 진달래가 피고 집니다. 저는 이 꽃그릇을 2007년부터 지켜보고 있습니다. 왼쪽 사진은 2008년 진달래이고 오른쪽 사진은 2009년 진달래입니다. 이제 며칠 뒤에는 2010년 진달래를 사진으로 담을 수 있습니다. ⓒ 최종규



▲ 어제 민방위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진달래 두 그루에서 활짝활짝 피어난 꽃송이를 보았습니다. 요사이 다닌 골목동네 가운데 이 골목집 진달래가 가장 먼저 피어났구나 싶습니다. 이웃집들 모두 지붕이 낮고 볕이 잘 드는 자리인 까닭에, 다른 데보다 일찍 피어나지 싶어요. ⓒ 최종규



▲ 다락방 있는 옥상으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있기에 살몃살몃 타고 오르며 가까이에서 진달래를 들여다보았습니다. ⓒ 최종규



▲ 지난 2009년 봄날, 온갖 봄꽃을 마주하면서 봄내음을 몸에 담았습니다. 올 2010년도 오늘부터 갖은 봄꽃을 마주하면서 봄내음을 몸에 깃들이고 싶습니다. 맨위 사진은 '앵두꽃'입니다. ⓒ 최종규



▲ 아직은 꽃줄기나 꽃송이가 보이지 않는 꽃그릇이지만, 하루 이틀 한 달이 지나면 금세 싱그럽고 푸르고 고운 잎사귀와 꽃잎을 선보이겠지요. ⓒ 최종규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는 다음과 같은 책을 써냈습니다.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
<책 홀림길에서>(텍스트,2009)
<자전거와 함께 살기>(달팽이,2009)
<헌책방에서 보낸 1년>(그물코,2006)
<모든 책은 헌책이다>(그물코,2004)
<우리 말과 헌책방 (1)∼(8)>(그물코,2007∼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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