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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없이 이름만으로 하는 후보자 여론조사?

광주 일부 언론사, 시장 후보적합도 여론조사로 "특정후보 띄우기" 논란

등록|2010.03.30 17:47 수정|2010.03.31 15:17
민주당 광주광역시장 경선후보들 간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방언론사가 발표하는 여론조사 결과에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 후보 캠프는 해당 언론사를 선관위에 고발하는 것을 검토하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모두 6명의 후보가 난립하던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경선은 박광태 시장의 불출마와 후보단일화로 강운태-이용섭-정동채 후보의 경쟁으로 가닥을 잡았다. 경선이 3파전으로 압축되자 후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후보들이 압축되자 경선판세의 변화추이를 추적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여론조사가 경력이나 직함 소개는 전혀 없이 이름만으로 조사를 진행해 "인지도 높은 후보만 띄워주는 편파조사"라는 따가운 비판을 받고 있는 지경이다.

같은 시기, 언론사마다 다르게 보도되는 지지도

같은 시기, 다른 결과여론조사 기관이 자기임의대로 후보 경력을 하나만 넣고 조사를 진행했을 때(왼쪽)와 후보자들이 원하는 대표 경력을 두 개 넣었을 때(오른쪽) 조사결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 광남일보, 한국공공데이터센터 표



우선 <광남일보>와 광주CBS는 지난 26일 "3명으로 압축된 민주당 후보들만을 대상으로 한 선호도 조사에서도 38%를 차지한 강운태 의원이 1위, 정동채 전 장관이 20.1%로 2위, 이용섭 의원이 17.7%로 3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무응답층은 24.3%이었다.

두 언론사는 "지난 24일 국내 최고의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에 의뢰, 시·도민 1018명(광주 508명·전남 51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방식으로 실시한 '광주·전남 시도민 정치의식'조사에서 드러난 결과"라며 "신뢰오차는 95%신뢰수준에 ±4.3%포인트"라고 밝혔다.

같은 26일 <광주드림>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공공데이터센터(KPDC)가 광주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라며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강운태 의원과 이용섭 의원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광주드림>은 한국공공데이터센터의 발표를 인용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강운태 의원이 37.8%를 얻어 이용섭 의원 33.1%,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장관 19.2%를 앞섰다"면서 "무응답과 지지후보 없음 응답은 10.8%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광남일보>와 광주CBS가 발표한 내용과는 큰 차이가 나는 결과다.

<광주드림>은 이 조사가 "24~25일 양일간 연령별 비례할당을 통해 추출된 광주광역시 거주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자동응답 방식 전화조사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3.10%p"라고 밝혔다.

"후보자별 대표 경력 두 개 이상은 넣어야"

같은 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가 너무 큰 차이를 보이자 각 후보 경선캠프와 여론조사전문가들로부터 문제제기가 터져 나왔다.

문제가 된 것은 광남일보와 광주CBS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광역시장 여론조사는 최소 700샘플 이상으로 하는 게 상식"이라며 "한국갤럽이 500샘플을 갓 넘은 샘플을, 그것도 무응답이 30%에 이르면 대략 350명 정도인데 이것을 '여론조사결과'라고 발표한 것은 코믹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 조사에서 후보자들의 대표경력을 한 가지로 한정하고, 그마저도 여론조사기관이 임의적으로 예시한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윤한식 대변인(이용섭 후보 측)은 "민주당을 비롯한 유력 정당의 공천과 관련한 대표경력은 통상적으로 '20자 이내 두 개'"라면서 "이는 인지도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경력 요인을 통해 유권자들이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를 주기 위함"이라며 반박했다.

실제로 같은 시기에 진행된 <광주드림>이 보도한 한국공공데이터센터의 조사는 각 후보 측이 원하는 대표경력 두 개씩을 넣어 진행됐다. 한 관계자는 "대표 경력 두 개 이상을 넣는 것은 여론조사가 자칫 인지도 조사로 흘러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설명했다.

▲ 3개 언론사가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의 후보자 경력 안내 및 표본수 등의 차이. ⓒ 이주빈



경력도, 직함도 없이 이름만으로 조사한 희한한 지지도 조사

그런데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안은 여론조사 결과가 30일 발표됐다.

<광주일보>와 지역민방인 KBC(광주방송)는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 후보 지지도에서 강운태 의원이 31.2%로 선두를 달렸다"며 "이어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장관이 20.4%, 이용섭 의원이 15.0%로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며 1강 2중 구도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밝힌 부동층은 33.4%였다.

광주일보와 광주방송은 "이 같은 결과가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서치 앤 리서치에 의뢰해 27∼28일까지 이틀 동안 광주·전남지역 유권자 각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면접 여론조사에 따른 것"이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0% 포인트"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여론조사에서 대해서 후보 측은 물론 조사전문가들조차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고개를 젓고 있다. 조사가 각 후보들의 직함과 경력을 모두 제외한 채 후보 이름만을 갖고 이뤄졌기 때문이다.

한 조사전문가는 <오마이뉴스>와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예를 들면 국민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박근혜씨 같은 분이 나오는 대선 여론조사 경우에도 이름만 달랑 묻지 않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같은 최소한의 정보를 준다"며 "이렇게 이름만으로 지지도를 조사하는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렇게 조사가 진행될 경우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사람이 과대평가 될 수밖에 없다"며 "신규 후보에게 형평성을 제공하고 합리적 조사를 위해서라도 대표경력을 안내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한 한 언론사 관계자는 "경선후보자들의 어떤 경력을 쓰느냐가 늘 논란이 되니까 아예 경력을 안썼다"며 "우리들 나름대로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결과와 관련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후보들은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한 후보 측 관계자는 "사실상 '기획 여론조사'"라면서도 "경선을 앞둔 후보 입장에서 언론을 상대로 대응한다는 것이 난감하다"고 곤혹스러워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대상에 포함된 민주당 전남지사 경선에 나선 이석형 예비후보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후보 측은 "이번 조사의 경우 각 후보들의 직함과 경력을 모두 제외한 채 후보이름만 갖고 여론조사를 진행하면 결국 인지도 조사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면서 "특정 의도를 갖고, 특정 후보를 띄우기 위한 것이란 의심을 사지 않을 수 없다"고 의심했다.

이 후보 측은 "이 후보가 3선을 역임한 함평군의 경우 각종 여론조사에서 60% 이상 줄곧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뚜렷한 상황 변화 없이 이번에는 30%대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후보 측은 "전체 응답률이 겨우 29%에 불과해 객관적인 여론지표로 도저히 활용하기 힘든 수준"이라면서 "설문 방식 및 샘플 등을 면밀 검토한 후 선관위에 고발하겠다"는 강경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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