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충격' 단정하면 안돼... 해군 초동대처 아쉽다"
[인터뷰] 전 공주함장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 "실종자 생존 가능성 있다"
▲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이 30일 오전 서울 잠실동 자택에서 이뤄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실종자가 천안함 객실에서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 선대식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이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함정의 피로도 누적에 따른 침몰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면서 "격실 생존한계시간은 환경에 따라 더 연장될 수 있으니, 희망을 가지고 구조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해군이 사고 현장에 먼저 도착했으면서도 구조작업을 하지 못하고, 기뢰탐지함을 늦게 출발시키는 등 초동 대처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음모론을 배척해야 한다"면서 "만약 군이 말한 사실과 진실이 다르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함정 피로도 누적 등 침몰 원인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 열어놓아야"
▲ 우리 해군 초계함 천안함(1200t급)이 서해 백령도 서남쪽 1마일 해상에서 경비 활동 중 침몰한 사고가 발생한지 다샛째인 30일 오전 인천 옹진군 백령도 서남쪽 사고 해역에서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들이 수색 작전을 펼치고 있다. ⓒ 뉴시스
김 소장은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련, "확실한 사실이 나오기 전까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아야지, 외부 충격으로 성급하게 판단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는 침몰 원인으로 외부 충격의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한 김태영 국방부 장관의 발언이나 일부 언론의 보도 태도와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그는 "천안함의 피로도 누적이 침몰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제기했다. 1989년 건조된 천안함이 폐선되기까지 수명은 남아 있지만, 그 동안 함정을 무리하게 운용해 피로도가 상당히 누적됐다면 높은 파고(파도의 높이)로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함장은 침몰 과정에서 '탄약 냄새가 안 났다'고 말했다. 현재 해상에는 특별한 부유물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파도가 높게 치는 상황에서 파고와 파고 사이에서 피로도 누적에 따른 배의 약한 부분이 떨어져나갈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암초와 충돌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소장은 내부 폭발과 어뢰·기뢰(바닷속 지뢰로 수중에 설치하여 배를 폭파하는 장치) 등의 외부 충격 모두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소용접기의 폭발 또는 원인 모를 화재를 통한 유증기(기체처럼 떠다니는 기름) 폭발 등 내부 폭발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외부 충격 가능성과 관련, 그는 "백령도·대청도 인근의 기뢰를 모두 수거했다는 김태영 국방장관의 말을 신뢰한다"면서 "만약 기뢰가 사고 원인이라면, 북쪽에서 떠내려 왔거나 북한 잠수정·어뢰정이 설치해 놓은 기뢰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어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모든 어뢰가 레이더에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실종자들 격실에 있다면, 아직 생존 가능성 있다"
▲ ⓒ 선대식
김 소장은 "아직도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종자가 격실에 갇혀있을 경우 평균적인 생존한계시간이 69시간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산소소비량을 줄일 수 있는 긍정적인 상황에서는 생존한계시간이 더 연장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고 당시가 당직 근무 교대 직후라 일부 병사는 침실이 아닌 곳에서 빨래를 하거나 다른 일을 할 수가 있다, 각 격실에 평균보다 적은 인원이 갇혀 있을 경우 아직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또한 병사들은 격실을 최대한 밀폐하고 산소소비량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는 사실을 숙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소장은 "지난 2005년 9월 북태평양 캄차카반도 인근에서 러시아 해군 소속의 소형 잠수정이 어망 등에 걸렸다가 3일 만에 미국과 영국에 의해 구조된 적이 있다"며 "당시 7명의 승조원들은 모두 목숨을 건졌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두둔했던 사고 직후 해군의 초기 대응에 대해 김 소장은 "미흡한 점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초동 대처가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함미(배꼬리)를 이틀이 지난 시점에 발견한 것은 국민이 보기에 분명 늦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소해함(기뢰탐지함)이 사고 직후 진해에서 바로 출발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며 "해군은 가용할 수 있는 배를 일단 사고현장에 바로 보냈어야 하는데, 거꾸로 준비를 모두 한 후에 배를 보내느라 늦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해군이 구조작업을 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김 소장은 "당시 상황을 알 수 없지만, 대원들이 아직 배에 뛰어들지 않은 상황에서 구조에 적합한 배를 가진 해경이 구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렇지만 해군이 먼저 구조하지 못했다는 점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김 소장은 이어 "함미가 폭발해서 떨어져나가고 함장실에서 겨우 구출된 상황이라면, 내가 천안함 함정이었다고 해도, 구출작전을 쉽게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휴대전화로 보고를 한 것도 어쩔 수 없는 부분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군 발표가 거짓이라면 책임져야 할 것"
김 소장은 "사고 원인을 한 쪽으로 몰아가거나 의혹에 휘둘리는 등 음모론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며 군의 정보 통제와 관련해서는 "군사정보 등과 관련돼 있고, 확실한 사실만 공개해야 하는 상황에서 부득이한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사고 발생 시간이나 침몰 과정 등이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고 있는 점과 관련해 "말이 바뀐 게 아니라,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자료를 판단하는 데 따른 것"이라면서 "사고 원인과 관련된 정보는 언젠가는 공개될 것이다, 군의 발표와 진실 사이에 차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거짓말을 하는 이가 있으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직을 맡고 있는 책임자인 김태영 국방장관이나 함장의 말을 신뢰해야 한다. 이들을 믿지 않는다면, 그 누구를 믿을 수 있겠나. 정부나 군 발표를 불신하면 상황은 더 악화된다. 그런데, 만약 군의 발표가 진실이 아니라면, 반드시 책임져야 할 것이다. 천안함이 백령도 근처에 접근한 이유가 있겠지만, 만약 잘못된 것이라면 함장이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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